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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1년후 갈라지다···한목소리 내던 그들 왜

둘로 나뉜 촛불 
광화문 집회 측 “청와대로 가자” 개혁 의지 촉구
여의도 집회 측 “국회로 가자 … 야당에 적폐 남아”
촛불 자료사진. [중앙포토]

촛불 자료사진.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촛불집회의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28일 서울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열린다.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오후 6시 동시에 시작한다.

28일 1주년 행사, 따로따로 열려
한목소리로 변화 이끌었던 시민들
현 정부 개혁 성과 놓고 의견 차이

 
광화문 집회는 지난겨울과 봄에 촛불집회를 주도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이하 퇴진행동) 주최로 진행된다. 행사 이름은 ‘촛불 1주년 대회’다. 퇴진행동은 이날 청와대와 종로 등으로 행진한 뒤 집회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지난 23일 ‘촛불 1주년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28일 집회에 대해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향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집회 이름은 ‘촛불파티’다. 지하철 국회의사당역 3, 4번 출구 앞에서 시작해 자유한국당 당사 앞으로 행진한 뒤 해산한다. 25일 오전까지 200명 이상이 질서유지 봉사를 자원했고, 1300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핼러윈 축제 분위기를 내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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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기념 집회가 두 곳으로 갈라진 것은 광화문 집회 주최 측이 기획한 ‘청와대로의 행진’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촛불이 ‘항의’를 의미했기 때문에 청와대로 행진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퇴진행동과 연대한 참여연대 홈페이지에는 “청와대 행진을 취소하지 않으면 회비 납부를 끊겠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시민들은 같은 날 낮에 열리는 사전행사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주최 측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대학생 단체, 문 대통령의 동성애 반대 의사에 항의해 대선 기간에 기습시위를 열었던 ‘성 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 행동’과 연대해 행사를 준비한 것을 비난했다.
 
박진 퇴진행동 촛불백서팀장은 “28일 집회에 대해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다른 퇴진행동 관계자는 “촛불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일종의 퍼포먼스로 청와대 행진을 기획했는데 이처럼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여의도 촛불파티’ 집회 신고를 낸 30대 초반 여성 A씨는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의미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그는 “지난해 촛불집회에 15차례 참석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팬카페 활동 등 적극적인 팬은 아니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그는 “이제 시민들이 적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회에, 정확히는 야당에 남아 있다. 촛불의 방향만 청와대에서 여의도로 바뀐 것뿐이다. 촛불의 뜻은 변하지 않았고, 광화문에서 집회하는 사람들과 싸우자는 생각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두 곳으로 갈라진 집회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도 크게 두 가지였다.
 
“특정 집단의 촛불 유산 독점, 시민혁명 본질 벗어나” 지적 
 
회사원 장모(34)씨는 “1주년 기념행사는 여의도에서 하는 게 맞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룬 촛불혁명을 기념하려면 자유로운 모임이 돼야 한다. 조직적으로 모여 또 다른 주장을 하면 촛불의 의미가 퇴색한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34)씨는 “시민단체와 진보 정당에서 활동하는 여성주의자들이 행동은 하지 않고 명분만 따지며 사회와 괴리된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게 됐다”며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는 이들에 대한 반감을 표현했다.
 
이와는 반대로 정의당 당원이라고 밝힌 이모(62)씨는 “정부에 개혁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주년 촛불집회는 축하보다 더딘 개혁에 속도를 내라고 촉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업주부 이모(31)씨도 광화문 집회를 지지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에서 일어난 촛불집회를 기념하는 행사이니 광화문에서 하는 게 옳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의 어긋난 욕심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한자리에 모여 함께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그들은 ‘어떤 민주주의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갈등 요소들이 정치를 통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서의 마찰로 표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촛불을 든 수백만 명의 시민이 ‘이게 나라냐’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하나가 됐지만 사실은 성별, 연령대, 계층, 소속 지역, 이념 성향 등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특정 집단이 촛불집회의 유산을 독점하려는 것은 시민혁명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현·송우영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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