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힘든 분들 쉬었다 가게” 3000원에 단편영화 한 편 고시촌의 행복 전도사

‘자체휴강 시네마’ 박래경 대표
단편영화 상영관 ‘자체휴강 시네마’ 대표 박래경(30)씨가 23일 오후 신림동 자체휴강 시네마에서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단편영화 상영관 ‘자체휴강 시네마’ 대표 박래경(30)씨가 23일 오후 신림동 자체휴강 시네마에서 포즈를 취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신림동 고시촌 인근에는 독특한 영화관이 하나 있다. 상영시간표가 없고, 한 달 기준 상영하는 영화 편수도 10편이 채 안 된다. 상영관도 단 하나. 오로지 단편영화만을 상영하며, 티켓값은 단돈 3000원이다. 박래경(30)씨가 올해 초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자체휴강 시네마’다.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자체휴강 시네마는 박씨가 좋은 단편영화를 한 명이라도 더 접하게 하려 올해 초 시작한 작은 영화관이다. 자신에게 잠깐의 휴식을 주자는 의미로 ‘자체휴강’이란 이름을 붙였다. 문예창작 전공으로 대학원까지 수료했던 박씨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자 공부하면서 단편영화를 많이 접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박씨는 문득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박씨는 “내용과 표현적인 면에서 뛰어나고 깊이 있는 단편영화가 정말 많았다”며 “하지만 많은 작품이 대중과 만나지 못한 채 잊혔다”고 말했다. 특히 윤가은 감독의 2013년 단편영화 ‘콩나물’은 박씨를 더욱 부추겼다. 박씨는 “한 아이가 콩나물을 사러 가는 여정을 담은 짧은 영화인데 아이의 시선에서 풍경을 천진난만하게 담았다. 그걸 보고 나오는데 너무나 따듯했다. 나만이라도 대중에게 이런 영화가 있다는 걸 알리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살던 전셋집 보증금으로 대학가 주변을 알아보다 땅값이 싼 신림동 고시촌 근처까지 오게 됐다. 하지만 지금 박씨는 신림동으로 오길 잘했다고 말한다. 박씨는 “오랫동안 공부하거나 혼자 사시는 분들처럼 힘들어 보이는 분들이 종종 온다. 영화로 그 사람들에게 힘이 됐을 때 ‘아 여기에 오길 잘했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흐뭇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화관은 오후 1시부터 새벽 3시까지 문을 연다. 한달 상영작은 평균 4~6편 정도. 그중 극장을 찾은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그때그때 틀어준다. 상영관(최대 15명 수용)이 하나기 때문에 먼저 온 관객이 있으면 기다려야 한다. 단편영화 러닝타임은 30분 내외며, 하루 관객 수도 최대 20명 정도다. 상영작은 박씨가 배급사를 통해 직접 수급한다. 티켓 수익의 절반은 영화 감독들에게 돌려준다. 박씨는 “저처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적은 돈이나마 감독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꿈은 소박하다. 박씨는 “영화제나 영화관 특별전을 찾아가지 않으면 독립영화도 단편영화만큼이나 접하기 어렵다. 운영이 안정화되면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독립 장편영화도 함께 상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20~30명 정도를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