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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젖과 꿀 흐르는 판교 테크노밸리, 진짜 ‘큰 정치’ 기대한다

서경호의 산업지도
전북 군산은 2008년 당시 전국 지가상승률 1위였다. 새만금 개발 기대감과 함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건립도 호재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지가상승률은 울산 동구와 경남 거제에 이어 전국 최하위권이다. ‘군산의 눈물’이라는 얘기가 나올 지경이다. 군산·울산·거제는 모두 조선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 도크 두 곳과 군산조선소,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 도크 두 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반면 카카오·엔씨소프트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판교는 기업과 사람이 몰리고 매출도 늘어나며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다. 성남과 경기도에서 기업이 지역 분위기를 바꾸는 세상을 들여다봤다.

지방선거 전초전 된 경기도 국감장
이재명 성남시장 관련 질의도 많아

판교에서 나오는 세수만 1160억원
성남시·경기도 재정자립도 우수

수도권·지방 재정 격차 너무 벌어져
지역 이기주의 넘는 통큰 결단 필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감이 열린 수원시 경기도청 대회의실. 답변대엔 남경필 경기지사가 앉았지만 이재명 성남시장 관련 질의도 많았다. 여야 의원들은 남 지사와 이 시장의 청년정책 등 복지정책을 비교하며 한쪽을 집중 공격했다. ‘남경필 국감’인지 ‘이재명 국감’인지 헷갈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남 지사는 재선 의지를 내비친 바 있고 이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의 청년정책은 보건복지부에서 통과됐는데 성남시는 절차상 문제로 복지부의 제동이 걸려 대법원에 제소된 상태다. 일부 지자체의 단독 복지정책이 다른 기초단체에 위화감을 줄 수 있는 만큼 보편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감장에 없는 이 시장에게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성남시는 지난해부터 청년배당과 무상교복,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등 이른바 ‘이재명표 3대 무상복지정책’을 시행 중이다. 경기도 국감에서 도지사가 아닌 기초자치단체장이 타깃이 된 건 이례적이다.
 
여당 의원들은 남 지사를 공격했다. 남 지사는 올해 들어 1억 청년연금과 마이스터통장, 복지포인트 등 ‘3대 청년일자리사업’을 추진 중이다.
 
“남 지사의 청년정책은 지나치게 소수만 선발하는 경쟁구조다. 경기도 청년 300만∼400만 명의 0.3%인 1만 명만 수혜를 본다. 바늘구멍 들어가기다. 사행성 로또 아니냐. 다음 선거를 고려한 정치인 남 지사의 도박 아니냐.”(표창원 민주당 의원)
 
남 지사와 이 시장이 국감의 타깃이 될 만큼 유력 정치인이 된 것은 개인의 자질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성남시가 ‘부자 지자체’라는 점도 한몫했다. 덕분에 나름의 복지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지자체 예산에서 지방교육세를 제외한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인 재정자립도가 올해 경기도 70.1%, 성남시 63.6%로 전국 지자체 평균(53.7%)을 훌쩍 뛰어넘는다.
 
성남시의 살림살이가 여유로운 것은 판교 테크노밸리라는 ‘꿀단지’ 덕분이다. 2016년 기준으로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1306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7만 명 넘게 일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만 77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성남시의 세수는 8643억원. 관내 기업의 법인 지방소득세(법인세의 10%)만으로 절반 가까이 되는 3800억원을 걷었다. 여기에 법인 소유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 법인 소속 종업원이 내는 지방소득세(원천징수 특별징수분)도 성남시의 짭짤한 세원이다. 순수하게 판교 테크노밸리 안에 있는 기업에서 나온 세금은 법인 지방소득세 490억원과 재산세 140억원 등 모두 1160억원이었다.
 
경기도 역시 기업 덕을 많이 본다. 주요 대기업 본사는 서울에 몰려 있지만 생산라인은 경기도에 많다. 삼성전자는 수원·용인·화성에, LG전자는 평택·파주, SK하이닉스는 이천, 기아자동차는 광명·화성에서 공장을 돌린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 톱 10에 성남뿐만 아니라 안산(72.2%), 화성(67.3%), 용인(63.4%) 등 네 곳이 포함돼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인기 있는 복지정책도 결국 재정이 뒷받침돼야 하고, 그 든든한 버팀목이 기업이다. 지자체들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입지 제공과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면서까지 공장을 유치하려 애쓰는 것도 이래서다. 하지만 이미 대기업 본사와 생산라인의 수도권 쏠림현상은 뚜렷하고, 이로 인한 수도권과 지방 소재 지자체의 빈부 격차는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과제에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분권’을 올려놓은 것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에 ‘돈’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8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을 거쳐 장기적으로 6대 4 수준까지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 비중을 늘리고 지방교부세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이전재원을 조정할 계획이다. 지방세를 올리는 건 부자 지자체의 요구사항이고, 이전재원 조정은 가난한 지자체의 관심사항이다. 농촌 등 산업기반이 없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방세 비중을 올려봐야 실익이 별로 없다.
 
이성근 영남대 지역 및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주민의 평균적인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선 수도권과 지방의 재정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전국 71개나 되는데, 그중 69개가 지방에 있다. 공무원 인건비마저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지자체가 있는 반면, 성남시 같은 부자 지자체는 차별화된 복지 혜택을 나눠준다. 이 교수는 “단체장의 개인 성향에 따라 선심성, 과시형 재정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상복지를 마다할 주민은 별로 없겠지만 지자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주민이 누리는 행정서비스에 편차가 나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결국 부자 지자체의 양보가 필요한데, ‘내 손안의 떡’을 쉽게 나눠줄 리 없다. 지난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광화문광장에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해 “정부가 성남시 돈을 뺏어가려 한다”고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했다. 문재인 당시 전 민주당 대표는 단식 중인 이 시장을 격려 방문했다. 정부 개편안은 간단히 말해 조정교부금을 가난한 시·군에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과 법인 지방소득세의 절반을 공동세로 바꿔 모든 시·군에 나누자는 내용이다. 전자는 시행령을 고치면 되고, 후자는 법을 바꿔야 한다. 이 시장의 단식투쟁으로 무엇이 바뀌었을까. 박근혜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조정교부금 관련 시행령을 고쳤고, 지금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법인 지방소득세는 그대로다. 촛불 정국을 거쳐 정권이 바뀌었다. 소관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법 개정이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는 듯하다. 분배와 형평을 중시하는 이 정부에서도 ‘내 영토에 어떤 기업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지자체의 빈부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경기도는 남북 격차가 심하다. 남쪽에 부자 지자체가 많고 북쪽은 대체로 가난하다. 법인 지방소득세를 골고루 나누자는 데 반대하는 ‘작은 정치인’이 경기지사가 될 수 있을까. 갈수록 ‘큰 정치’가 아쉬운 세상이다.
 
서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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