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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명의로 진료, 암 치료 '먹튀' 외국인...줄줄 새는 건보 재정

건강보험증을 대여, 도용하는 등의 건강보험 부정수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건강보험증을 대여, 도용하는 등의 건강보험 부정수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김모씨는 주민등록이 말소되자 건강보험 진료를 받을 길이 막혔다. 그러자 2007~2016년 언니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활용해 400차례 암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 본인 여부를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그간 건강보험에서 6000만원을 썼다.
 

'문재인 케어' 시행되면 새는 돈 많아질 듯
건보 부정수급 적발, 5년간 29만여건 달해

5년간 출국했는데 국내서 가족이 대리 진료
'사무장 병원' 불법 진료 수입도 2조 가까워

C형 간염 약 한국서 싸게 받는 중국인 늘어
"외국인 거주 기준 늘리는 등 대책 고민해야"

  외국인 A는 2015년 5월 한국으로 들어왔다. 석 달간 체류한 뒤 건보 지역가입자가 됐다. 곧장 암 치료를 시작했고 지난해 9월 마지막 진료를 받은 직후 출국했다. A는 241일 입원 진료를 받으면서 건강보험에서 8400만원 넘게 사용했다.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4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ㆍ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4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ㆍ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보의 느슨한 규정을 활용해 재정을 불법·편법으로 빼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총 31조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 돈이 샐 곳이 더 늘어나게 된다. 24일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정감사에선 이러한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대표적인 구멍이 외국인·재외국민의 오용이다. 이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입국한 지 석 달 지나면 지역가입자 자격이 생긴다. 대신 가입하려면 한 달치 건보료를 선납해야 한다.
출국을 대기하는 인파로 붐비는 인천공항. 건보 자격을 취득한 뒤 진료만 받고 출국한 외국인이 최근 3년간 2만여명에 달한다. [중앙포토]

출국을 대기하는 인파로 붐비는 인천공항. 건보 자격을 취득한 뒤 진료만 받고 출국한 외국인이 최근 3년간 2만여명에 달한다. [중앙포토]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이런 규정을 이용해 2015년 1월~2017년 7월 한국에서 건보 자격을 취득한 뒤 진료만 받고 출국한 외국인이 2만4773명에 달한다. 건보공단에서 진료비 169억원이 나갔다.
 
  이들은 자국에서 비싸서 못 사거나 구하기 힘든 약을 한국에서 싸게 이용하기도 한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266명이 국내에서 소발디·하보니 등의 고가의 C형 간염 치료제를 처방받아 건보공단에서 30억8960만원을 썼다. 올해는 274명(9월 기준)으로 더 늘었다.  
 
  외국인은 보험료 납입금에 비해 건보 재정을 훨씬 많이 쓴다. 당연히 적자가 발생한다. 2015년 1242억원에서 지난해 1735억원으로 늘었다.
건강보험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건수는 최근 5년간 29만건에 이른다. [자료 인재근 의원실]

건강보험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건수는 최근 5년간 29만건에 이른다. [자료 인재근 의원실]

  국내 건보 가입자의 부정 수급도 기승을 부린다. 이날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월~2017년 9월 건보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29만1928건, 금액은 304억1200만원에 달했다. 김씨처럼 건보 가입자·피부양자 자격 상실 후에도 계속 건보 혜택을 받는 경우가 22만7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건보 가입자가 해외에 있는데도 가족 등이 대리로 진료받는 경우(5만9000건)와 건강보험증 대여·도용(6000건)이 뒤를 이었다.
 
  신장 질환을 앓는 B씨가 2011~2016년 외국에 나가면서 건보 자격이 정지됐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자녀들이 B씨 대신 진료를 받았다. 22차례에 걸쳐 2119만원어치의 진료비와 약값을 축냈다. 원래 한 달 이상 해외 체류하면 자동적으로 건보 자격이 정지되는데, B씨의 경우 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인 의원에 따르면 샌 돈 304억여원 중 84억여원(27.8%)은 아직 환수하지 못했다.
 
  비의료인이 수익 창출을 위해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도 재정 누수의 주범이다. 김순례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2년 1월~2017년 8월 적발된 사무장 병원은 1142곳에 이른다. 불법 진료로 벌어들인 돈만 1조8575억원이지만 이 중 환수된 금액은 7%(1325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향후 5년간 31조원을 투입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재정 누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향후 5년간 31조원을 투입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 재정 누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도자 의원은 "문재인 케어 도입으로 건보 재정 절감이 절실한데 외국인들이 쉽게 건보 자격을 얻어서 우리 국민이 낸 건보료로 치료만 받고 떠나는 일이 생겨선 안 된다"고 밝혔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부정수급을 없애긴 어렵지만 외국인·재외국민 최소 거주 기준을 6개월로 강화하거나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하는 등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원주=백수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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