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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세계 기술 표준 많이 낸 대학 2위 KAIST, 1위는?

염흥열(맨 왼쪽)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가 학생들에게 정보 보호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염 교수가 만든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평가 기준은 올해 초 ‘국제기술표준’으로 채택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염흥열(맨 왼쪽)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가 학생들에게 정보 보호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염 교수가 만든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평가 기준은 올해 초 ‘국제기술표준’으로 채택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금부터 6년 전인 2011년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서 회원 350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당시 국내엔 개별 기업이 회원이나 고객 등 개인들의 정보를 얼마나 잘 보호·관리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다. 해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일부 선진국이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두고는 있으나 국가마다 제각각이었다. 
 
국내에 이 사건을 눈여겨본 교수가 한 명 있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다.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적용할 만한 국제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느꼈다. 염 교수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를 암호화하는지, 정보 보호 시스템을 실시간 점검하는지, 정보 사용 시에 개인으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는지 아닌지 등의 평가 정보 보호 수준을 따지는 63개 지표를 개발했다. 
 
염 교수는 2012년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자신이 개발한 지표를 국제표준으로 채택해달라는 제안서를 냈다. 제안을 받은 ISO는 세계 각국 전문가들과 염 교수의 제안을 검토했다. 4년 뒤인 올해 초 ISO는 염 교수의 제안을 국제표준으로 채택했다. 염 교수가 개발한 기준에 따라 미국·프랑스 등 75개국이 정부·기업 등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평가하게 됐다는 의미다.
 
염 교수는 “데이터 중심 사회에서 개인정보를 다루는 정부·기업의 보호 능력을 평가하는 일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준을 마련해 국제기구에 제안하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가 국가기술표준원·국립전파연구원과 함께 최근 4년간(2013~2016년) 국내 대학교수들이 개발한 국제표준이 제안됐거나 채택된 건수를 살펴봤다. 그 결과 염 교수가 속한 순천향대가 12회로 가장 실적이 많았다. 경북대와 KAIST가 11회로 공동 2위였다. 다음으론 연세대(서울·10회), 성균관대(9회), 건국대(서울)·충남대(8회) 순서로 많았다. 
 
국제표준은 제품·서비스 등을 만들거나 평가하는 데 쓰이는 통일된 국제 기준을 의미한다. 예컨대 국가마다 제각각인 종이 규격을 A4, B4 등으로 통일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업 연구원이나 대학교수 등이 ISO 같은 국제표준기구에 표준을 제안하면 3~4년 간의 심사를 거쳐 표준으로 채택된다. 
 
한 국가의 기업·대학·개인등이 제안한 기준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해당 국가는 그 분야의 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다른 국가·기업들은 그 표준에 따라 제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국제표준의 경제적 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한다.
문두환(맨 왼쪽) 경북대 정밀기계공학과 교수가 자신이 연구 중인 국제표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 교수가 개발 중인 파일 형식은 어떠한 3D 설계 프로그램에서도 열 수 있다. [사진 경북대]

문두환(맨 왼쪽) 경북대 정밀기계공학과 교수가 자신이 연구 중인 국제표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 교수가 개발 중인 파일 형식은 어떠한 3D 설계 프로그램에서도 열 수 있다. [사진 경북대]

'3차원 설계 프로그램' 시장도 이런 분야에 해당한다. 국제표준 제안·채택 실적에서 공동 2위인 경북대의 문두환 정밀기계공학과 교수는 3차원 설계 프로그램이라면 무엇에서든 쓸 수 있는 파일 형식을 개발 중이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특정한 유형의 파일을 열기 위해서 다른 유형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 해당 프로그램의 판매가 중단되면 그 프로그램에서 쓰던 파일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열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역시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국제표준의 개발·제안채택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 국내 대학에선 이를 교수들의 연구 성과로 여기지 않고 있다. 표준 개발을 논문이나 특허처럼 교수의 연구 실적으로는 인정 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국내에선 연구하는 교수가 적은 현실이다. 중앙일보는 올해 대학평가 공학·자연과학 계열 평가에서 국제표준 제안 및 채택 실적을 논문 실적으로 인정해 포함했다.
강병구 국가기술표준원 표준정책국장은 “시장을 하나의 경기로 보면 국제표준은 규칙에 해당한다. 한국에서도 국제표준 개발을 적극 독려한다면 해당 분야의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국내 대학들이 교수의 연봉·승진 심사에서 국제표준 성과를 반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7 중앙일보 대학평가
◆대학평가팀=남윤서(팀장)·성시윤·조한대·백민경·전민희·이태윤 기자, 김정아·남지혜·이유진 연구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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