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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은행 특혜 채용의 기억

나현철 논설위원

나현철 논설위원

2003년 행장이 된 신상훈 전 신한은행장은 채용 청탁이 밀려들자 고민에 빠졌다. 들어주자니 조직이 망가지고 안 들어주자니 여러 원망이나 ‘후환’이 걱정됐다. 고심 끝에 그는 공채에 필기시험을 추가했다. 실력이 부족할수록 채용 청탁을 많이 하더라는 경험에서 나온 방법이었다. 필기시험 점수를 들이대면 대부분의 청탁자가 입을 다물었다.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은행에선 특혜 채용이 드물지 않았다. 권력기관에서 주로 청탁이 들어왔고 민간은행보다는 국책은행이 심했다. 은행 고위 간부 직원 자녀도 혜택을 받았다. 자기 은행에 합격시키는 데 눈치가 보이면 다른 은행과 ‘바터(교환)’해 특혜 채용자를 교차 합격시키기도 했다.
 
은행들로선 이렇게 ‘빽’으로 들어온 직원들이 골치였다. 2001년 둘 다 국책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한 뒤 고(故) 김정태 통합 국민은행장은 특혜 채용자 인사기록에 비표를 달아 관리했다. 본인이 모르게 보직과 승진에서 암암리에 불이익을 줘 자연스럽게 은행을 그만두도록 했다. 후임인 강정원 행장까지 이런 관리를 한 결과 특혜 채용자가 대부분 사라졌다고 한다. 다른 은행들도 2000년대 초반을 고비로 특혜 채용이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은행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지난해 채용에서 전체 모집 인원의 10%가 넘는 16명이 특혜 채용됐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권력기관의 청탁뿐 아니라 고객 관리 차원의 특혜 채용이 상당수 섞여 있다는 점이다. “영업과 채용을 맞바꾸다니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게 다른 은행 인사팀 관계자들의 한탄이다.
 
세월이 가면 사회가 투명해지고 발전한다고 믿던 국민은 제대로 발등을 찍혔다. 금융감독원·강원랜드 등을 비롯해 가장 엄격히 공채가 이뤄진다고 믿어졌던 분야인 금융권과 공기업에서 잇따라 채용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그냥 생긴 일이 아닐 것이다. 최고경영자(CEO)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고, 특정 파벌의 발호를 비호하고,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해 온 정치와 관치의 후유증이 적폐로 쌓인 결과다.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적폐는 빨리 걷어내야 한다. 특혜 채용의 기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나현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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