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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보물섬에, 인간이 만든 보물 깃들다

유민미술관 2층 ‘램프의 방’ 벽을 장식한 형형색색 아르 누보 스탠드. [사진 유민미술관]

유민미술관 2층 ‘램프의 방’ 벽을 장식한 형형색색 아르 누보 스탠드. [사진 유민미술관]

바람이 불자 억새가 그림처럼 물결쳤다. 풍랑은 뾰족하고 거칠어 부서지는 흰 포말이 장관이다. 바람 많은 섬 제주는 북상하는 태풍 ‘란’을 맞아 바다와 뭍 모두 우렁우렁 신이 났다. 제주 동쪽 끝 섭지코지 해변을 마주한 ‘휘닉스 제주 섭지코지’는 바람을 품어 더 제격인 듯 멀리서 온 나그네들의 찬탄을 자아냈다. 천혜의 자연에 일본 출신 거장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78)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 여기에 지난 6월 일반에게 공개한 ‘유민미술관’이 더해지니 ‘문화예술의 섬’이란 이름에 걸맞은 풍모다.
 

문 활짝 연 제주 ‘유민미술관’
홍진기 선생 아르 누보 컬렉션과
안도 타다오 ‘글라스하우스’ 조화
섭지코지 풍광과 어울려 감동 더해
전 세계 딱 5점, 에밀 갈레 작품도

1층 ‘아르 누보 전성기의 방’에는 유민 컬렉션의 대표작들이 사방에서 볼 수 있는 벽장 형식으로 진열돼 있다. [사진 유민미술관]

1층 ‘아르 누보 전성기의 방’에는 유민 컬렉션의 대표작들이 사방에서 볼 수 있는 벽장 형식으로 진열돼 있다. [사진 유민미술관]

지난 21일 오전, 유민미술관 들머리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4개월여 개방해 관람객의 평가를 받은 미술관 측이 드디어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치르며 본격 개관식을 열었다. 이홍구 전 총리,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장, 김종민 전 문화부장관, 스키타 료키 일본경제신문 전 회장 등 초대 손님들이 수련이 아름다운 미술관 입구 연못 주변에 모여들었다. 유민(維民) 홍진기 선생의 뜻을 받들어 ‘아르 누보 컬렉션’ 조성에 힘을 보탠 주섭일(도서출판 사회와 연대 회장) 전 중앙일보 파리특파원은 “유민 선생과 동행해 파리의 벼룩시장을 뒤지며 아르 누보의 명작들을 구했던 그 시절 기억이 생생하다”며 감회에 젖었다.
 
원통형 공간인 ‘명작의 방’에는 에밀 갈레의 대표작 ‘버섯 램프’ 단 한 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사진 유민미술관]

원통형 공간인 ‘명작의 방’에는 에밀 갈레의 대표작 ‘버섯 램프’ 단 한 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사진 유민미술관]

“유민 홍진기 회장께 왜 아르 누보 유리공예품만 모으시느냐 여쭈어본 적이 있어요. 한마디로 말씀하시더군요. ‘우리나라에 아직 없는 아르 누보 미술관을 세우려 한다’고요. 처음부터 시대, 기법, 대표작가 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수집하셨던 겁니다. 나중에 감정, 보험료 책정 등을 위해 전문가에게 보였더니 굉장히 교육적이고 역사적인 컬렉션이라고 평가하더군요.”
 
유민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제주의 화산석으로 꾸민 ‘돌의 정원’, 해국이 가득한 ‘여인의 정원’, 억새가 물결치는 ‘바람의 정원’으로 손님들 발길을 이끈다. [사진 유민미술관]

유민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제주의 화산석으로 꾸민 ‘돌의 정원’, 해국이 가득한 ‘여인의 정원’, 억새가 물결치는 ‘바람의 정원’으로 손님들 발길을 이끈다. [사진 유민미술관]

주 회장은 “한번은 얼른 경매장에 가보라는 회장의 연락을 받고 뛰어가 낙찰을 받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전 세계에 다섯 점 밖에 없는 에밀 갈레의 1902년 작 ‘버섯 램프’로 서울로 가져올 때 내가 가슴에 안고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회고했다.
 
안도 타다오가 원래 명상센터로 지었던 유민미술관 건물은 명멸하는 우리 삶의 상징처럼 바스락 반짝거리는 유리공예에 최적의 공간이 되었다. 거대한 제주 현무암 벽체를 몇 겹 돌아 내려가 어둑한 실내에 들어선 순간,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걸작은 보는 이들을 저절로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전시실 디자인을 맡은 덴마크 건축가 요한 칼슨은 “아르 누보가 영감을 얻었던 자연과 유민미술관이 자리한 제주의 자연을 LED 영상으로 엮어 100년 시공의 접합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개관식에 참석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하늘이 내려준 보물섬 제주에 인간이 만든 예술의 보물이 더해져 진정한 문화예술의 섬이라 자랑할 만한 명소가 탄생했다”고 기뻐했다.  
 
◆유민미술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발전기에 정부·기업·언론 분야에서 창조적인 삶을 실천하는 데 힘을 쏟았던 고(故) 유민(維民) 홍진기(1917~86) 전 중앙일보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려 세운 미술관. 고인이 생전에 수집한 ‘아르 누보 컬렉션’ 80점을 갈무리한 국내 유일 ‘아르 누보’ 전문 미술관이다. 064-731-7791.

◆아르 누보(Art Nouveau)
19세기 중후반, 유럽 전역에서 순수미술과 장식미술의 질식할 것 같은 복고주의에서 벗어나려 젊은 미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시작한 ‘새로운 미술’ 운동. 건축과 가구, 유리공예와 도기공예, 회화와 그래픽 아트, 보석공예와 패션, 금속 제품과 장식 소품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전혀 다른 여러 양식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왔다.

 
서귀포=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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