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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뷰&]대형 유통업체 규제의 역설

대형 유통업체 규제의 역설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수도권 12개상권 신용카드 데이터 조사 해봤더니
대형마트 쉬는날 인근 전통시장 매출 함께 줄어
소비자 행동방식 달라져 이제 유통규제는 시대착오적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숙명여대 경영학부 서용구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출점 및 의무휴업 규제를 한 지 5년이 됐다. 그리고 최근 정부와 여당이 대형 유통시설 규제를 확대하려는 정책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소매 매장인지 엔터테인먼트 시설인지 애매한 중간지대에 있는 복합쇼핑몰에도 일요일 의무휴업제도를 시행하는 규제 도입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은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난 5년간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 등 대형 소매점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는 원하던 효과가 발휘되지 않았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소비가 위축됐을 뿐이다. 본래 기대했던 낙수 효과는 모바일ㆍ온라인 쇼핑과 편의점에 돌아갔다.
 
필자는 최근 수도권 12개 상권에 대해 대형점 방문객의 ‘신용카드 이용’ 빅데이터 분석을 했다. 그 결과를 보면 의무휴업으로 대형 매장의 문이 닫히면 대형점 인근에 있는 음식점과 전통시장 매출이 동반 하락하는 마이너스 효과가 났다.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는 일요일 대형마트를 방문하는 가족 단위 고객들이 주변 음식점과 골목상권도 동시에 방문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SSM과 전통시장을 동시에 이용하는 고객은 방문 고객의 50%에 달할 정도로 많았다.  
 
대형 소매점의 영업은 전통시장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대형마트 출점 이후 고객이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경우는 평균 14%인데 반해, 전통시장 고객 중 시장을 이탈하고 대형마트로 가는 고객은 5%에 그쳤다. 대형마트가 그 주변 오프라인 상권을 활성화 시키는 집객 효과를 가져다줬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제로 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경쟁적 관계라기보다는 소비자들이 함께 방문하는 보완적인 관계라는 걸 보여줬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시사점이다.  
 
전통시장과 중소 상인을 위해 대형점포의 영업시간을 규제했는데 대형 소매점이 문 닫은 날 오히려 장사가 더 안된다는 게 중소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를 진작해야 하는데 유통시설의 가동을 규제해 소비를 증발시키고 일자리를 내치는 현실이다. 이것이 유통 규제의 역설이다.  
 
이처럼 대형점 규제의 역기능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첫째, 소비자의 쇼핑 행태와 소매업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소매업태가 주를 이루던 10년전만 해도 소비자는 중소 상인이 운영하는 소형 매장을 갈 것인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점포를 방문할지를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스마트폰과 1~2인 가구가 급격히 확산하고, 편의점이 급성장했다. 특히 편의점은 2011년말 약 2만 개에서 올해 말 약 4만 개로 그 수가 두배로 늘었다. 이제 소비자의 선택은 10년전과 다르다. 먼저 외출 후 쇼핑 방문을 할 것인지 집안에서 모바일로 구매할지를 결정한다. 외출 후 쇼핑을 선택하면 걸어서 가까운 편의점을 방문할 것인지, 아니면 차를 타고 대형 매장을 갈 것인지 선택한다. 오프라인 쇼핑 안에서도 편의점과 대형마트, 편의점과 중소수퍼 등 소비자 머리속의 쇼핑 선택 지도가 판이하게 달라진 셈이다.  
 
둘째, 소매업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은 더욱 더 스마트해졌다. 이제 소비자가 귀를 기울이는 건 기업 광고나 정부 정책이 아니라 스마트한 지인의 평가와 추천이다. 점점 평등해지고 투명해지는 사회에서 이제 소매 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와 ‘진정성’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용량을 정확히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요일 휴무로 불편함을 느낀 소비자는 쇼핑을 포기하거나, 가성비를 계산해 가까운 편의점 또는 모바일로 소량 구매를 선택하기도 한다.
 
셋째, 지난해부터 소비력이 왕성한 30~5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저성장 경제가 장기화되고 소비가 지속적으로 위축되는 이른바 ‘뉴노멀’ 시대에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영업 규제는 겨울철에 선풍기를 트는 것과 같은 정책으로 비춰진다.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면 고객이 전통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생각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소상공인 보호 정책은 대형 유통업체의 영업시간 규제가 아니라 골목상권 활성화 정책으로 시급히 전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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