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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노가다' 건설업에도 디지털 혁신 바람

# 디지털 건설현장 1.
건설기사 A씨의 첫 출근날이다. 근무지는 초고층 빌딩 20층의 공사 현장이다. A씨는 철조 구조물이 도면대로 잘 설치됐는지를 확인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하필이면 이날 따라 몇 미터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게 꼈다. 해당 작업 구역에 진입하는 순간 ‘아차!’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갑자기 경고음이 울리더니 눈앞에 “경고: 승인된 고정 점에 안전대를 연결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벡텔은 VR로 안전교육, 스카이캐치는 드론 이용 항공사진
재고 관리에 IoT 접목, 공사현장에 전자태그 설치해 재고 파악
"한국 건설사 부활 위해서는 성공적으로 디지털 혁신해야"

 
A씨가 진땀을 흘리며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벗었다. 미국 건설회사 벡텔(Bechtel) 직원이 VR을 기반으로 한 안전 교육 프로그램 세이프 스캔(SafeScan)을 받는 모습이다. 벡텔은 이처럼 가상 현실 훈련을 통해 건설 현장에서 벌어지는 치명적인 안전사고를 줄이고 있다.
 
#디지털 건설현장 2.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는 고속도로 건설 현장. 도심 고속도로 건설엔 현장 항공 사진이 필수다. 하지만 도심이라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띄우기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과거 같으면 허가가 날 때까지 며칠을 기다려 항공 사진을 찍어야 했지만, 지금은 비행사나 전문 촬영 기술자 없이도 월 90만원 정도만 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드론으로 항공 사진을 촬영해 공사 현장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이 투자해 유명해진 '스카이 캐치'의 드론을 활용한 건설 디지털 솔루션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건설회사 벡텔 직원이 공사 현장 투입 전 가상현실(VR)을 통해 각종 위기 상황을 가상 체험하고 있다. [사진 벡텔]

미국 건설회사 벡텔 직원이 공사 현장 투입 전 가상현실(VR)을 통해 각종 위기 상황을 가상 체험하고 있다. [사진 벡텔]

 
소위 ‘노가다’로 인식됐던 공사 현장에 디지털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제조업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50% 이상 끌어올렸지만, 건설업은 생산성 향상이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건설업의 디지털 혁신 속도가 제조업보다 현저히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선도 건설회사와 신생 벤처회사들은 이제 4차 산업혁명 물결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 벡텔은 지난해 최고 혁신 책임자(Chief Innovation Officer) 직급을 신설하고, 디지털 혁신을 위해 향후 3년간 6000만 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전세계 건설 관련 신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금액도 5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맥킨지-그래픽

맥킨지-그래픽

건설 분야의 디지털 투자는 설계부터 공사준비·공사·운영관리까지 전 단계에서 걸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맥킨지가 1000여개 디지털 건설 솔루션업체의 동향을 분석한 결과, 80%의 투자가 공사 단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과 관리와 현장 생산성 향상 부문에 대한 개발과 투자가 두드러졌다.
 
그 중 하나인 성과 관리 솔루션은 공사의 설계·구매·도면, 작업자 배치와 작업 내용 등 공사 현장 전반을 온라인으로 관리해 전체적인 공정을 한눈에 감독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대규모 공사의 경우 발주처·시공사·설계사·협력사와 같이 복잡한 이해 관계자간 긴밀한 협업이 중요하다. 지금은 일부 공사가 지연될 경우 시공사는 공정 자료를, 설계사가 도면을, 협력사는 작업자 현장 배치 자료를 각각 준비해 질문 하나를 논의하는 데만 30~40분 넘게 걸린다. 하지만 성과 관리 솔루션을 이용하면 산재된 정보를 하나의 화면(대시보드·Dashboard)에서 한번의 클릭으로 한꺼번에 볼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은 물론 정확도까지 높일 수 있다.
 
현장 작업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솔루션의 경우, 스웨덴 건설사인 스칸스카(Skansk)가 도입한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RTLS)’이 대표적이다.
 
스칸스카는 공사 현장 근로자들에게 위성항법장치(GPS)가 내장된 안전띠와 스마트헬멧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현장 반장도 더 이상 두꺼운 도면과 작업 일지를 옆구리에 끼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모바일 패드 하나로 모든 게 통하기 때문이다. 반장은 모바일 패드를 통해 작업자들의 위치를 실시한 확인하고 작업 내용을 지시한다. 작업 위험 구역도 모바일 패드에 미리 표시해둔다. 작업자가 위험 구역에 들어가면 작업자의 빨간 안전띠에 요란한 경고 표시가 들어옴과 동시에 현장 반장의 모바일 패드에 경고가 전달돼 즉시 퇴거 조치가 이뤄진다. 현장 생산성 관리를 극대화 함은 물론 안전 관리까지 강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재고 관리에도 최근 각광받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전기 공사 반장 역시 케이블이나 전선 입고 상황 챙기기 위해 더 이상 현장 사무실이나 창고에 전화하지 않아도 된다. 매일 아침 10시 중앙 자재 창고에서 재고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알아서 가져다 준다. 공사 현장에 설치된 전자태크(RFID)가 재고를 자동으로 파악해 온라인으로 사무실에 통보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서 한국 건설업체는 어떻게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을까. 첫째, 디지털 건설 전략 및 실행을 전담할 수 있는 전사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 현재 상당수 한국건설 회사들은 디지털 전략을 기술 부서에 맡겨놓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최고경영자(CEO)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전사적인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시범 운영 프로젝트(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디지털 기술들의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정 파일럿 프로젝트 외에 모든 새로운 프로젝트에 공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적어도 2~3개의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을 테스트 하는 ‘바텀업(Bottom up)’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 셋째,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고도화된 빅데이터 분석을 핵심업무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에 수행했거나, 현재 수행 중인 프로젝트의 광범위한 데이터를 고도로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 과학자’ 등 새로운 외부 전문가와 이를 조직 내에 효과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해설가’(Business Translator) 채용과 육성이 필수다.  
 
4차 산업혁명은 한국 건설업체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이미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 선도 건설 업체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뒤쳐진 업체들은 도태될 것이다. 한국 건설사들이 세계 건설업을 리드하기 위해서는 성공적 디지털 혁신 만이 답이다.  
 
맥킨지 한국사무소 정재훈 파트너, 인기완 부파트너  
 
맥킨지-필자사진

맥킨지-필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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