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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에이즈 성매매 공포…알고보니 감염 확률 1%

[이슈추적] 부산 성매매 여성, 에이즈 전파 우려 낮다는데…"과도한 공포, 사회적 편견이 더 큰 위험" 
에이즈의 날(12월 1일)에 맞춰 붉은색 콘돔으로 'AIDS' 글자를 표현하는 모습.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강하지만 에이즈는 치료만 잘 받으면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에 가깝다. [연합뉴스]

에이즈의 날(12월 1일)에 맞춰 붉은색 콘돔으로 'AIDS' 글자를 표현하는 모습.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강하지만 에이즈는 치료만 잘 받으면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에 가깝다. [연합뉴스]

최근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와 연결된 성매매 사례가 잇따라 확인되면서 '에이즈 포비아'가 번지고 있다. 지난 19일 부산 남부경찰서는 여성 에이즈 환자 A씨(26)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5월부터 남성 10~20명과 콘돔을 쓰지 않고 성매매를 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그는 2010년에도 에이즈 감염 사실을 숨기고 성매매를 했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부산·용인서 에이즈 성매매에 '포비아' 확산
"지나친 우려, 에이즈 위험 되레 키워" 지적

부산 환자 7년간 치료 지속, 면역력 '안정적'
에이즈 환자 콘돔 쓰면 전파 위험 사실상 '0'

약 비용 지원에도…편견에 감염자 '음지'로
"조기 진단 위해선 사회적 인식 개선 필수"

주변 시선에 퇴사나 가출, 생계 어려움 많아
소득 연계 사업도 중단…"다각적 지원 필요"

  앞서 경기 용인에선 성매매 청소년이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여고생 B양(16)은 지난해 익명 채팅앱으로 만난 30~40대 남성 10여명과 '조건만남'을 가졌다. 지난 5월 갑자기 골반과 아랫배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다가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들과 성관계를 가진 성 매수 남성들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에이즈가 급속히 전파될 거란 공포심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에이즈 예방 미비, 동성애 문제 등을 지적하는 국회의원 질의가 이어졌다.
성매매에 따른 에이즈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에이즈 포비아'도 번지고 있다. [중앙포토]

성매매에 따른 에이즈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에이즈 포비아'도 번지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포비아'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즈 환자와 접촉한다고 무조건 감염되는 것도 아니며, 사회적 편견이 조기 발견·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에이즈 위험을 되레 키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 A씨의 감염 전파 위험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2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에이즈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꾸준히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서 치료를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남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연구사는 "A씨 성매매 당시 성매수 남성들이 콘돔을 안 쓴 건 맞다. 다만 A씨는 체내 면역 수치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데다 약을 계속 먹었기 때문에 감염력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용인 여고생도 약을 꾸준히 먹어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위험성이 적은 상태"라고 말했다.
HIV 감염자나 에이즈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적응하면 타인에 대한 전파력이 급격히 줄어든다. [중앙포토]

HIV 감염자나 에이즈 환자는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적응하면 타인에 대한 전파력이 급격히 줄어든다. [중앙포토]

  의학계에 따르면 한 번의 성관계로 HIV에 감염되는 비율은 0.1~1% 수준이다. 특히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한 감염자는 다른 사람에 전파할 확률이 96% 급감한다. 체내 혈액이나 체액에 있는 바이러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콘돔을 쓰면 사실상 감염 위험은 '0'으로 떨어진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약을 먹는 환자의 감염력은 통계적으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수준이다. 최근엔 부작용이나 내성을 줄여 치료 효과를 높이는 약도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치료만 잘 하면 혈액 내에서 바이러스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약 내성이 없고 치료가 잘 되는 환자는 면역 상태가 거의 100% 안정된 상태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처럼 에이즈 환자도 약을 먹고 잘 관리하면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선 '에이즈 환자와 닿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다' '에이즈는 동성애가 문제다'는 식의 편견이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에이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빠른 발견·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료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자료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현재 HIV 감염자나 에이즈 환자는 각 지역 보건소에 등록하면 한달 80만~90만원 가량인 항바이러스제 비용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보건소가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치료 상황 등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 덕분에 에이즈 감염 판정을 받은 사람 중 90% 이상이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에 공식 등록된 누적 에이즈 감염자는 1만1439명(지난해 기준)이다.
 
  하지만 에이즈 검사조차 꺼리는 드러나지 않은 인원이 많아 실제 감염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편견이 감염자를 숨게 만들고, 제대로 된 치료 기회를 뺏는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김해덕 팀장은 "여전히 환자와 닿기만 해도 에이즈에 걸리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에이즈 상담센터에 전화 거는 것도 전화번호 기록이 남을까봐 꺼리는 환자가 상당수"라면서 "우리나라엔 에이즈 포비아로 숨는 사람이 치료받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포비아 때문에 오히려 에이즈가 확산될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열린 동성애 반대 집회에 내걸린 피켓. [연합뉴스]

최근 열린 동성애 반대 집회에 내걸린 피켓. [연합뉴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감염 의심자들이 일찍 진단받지 못 하는 주된 이유가 에이즈에 대한 혐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다. 이들이 검사를 받지 않고 바이러스를 옮기는 일을 줄이려면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은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에이즈 감염자나 환자는 주변 시선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두거나 가족에게 떠밀려 집에서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시 일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약값은 전액 지원받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생계에 위협을 받다 보면 일부는 성매매 같은 일탈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도 집에서 가출한 뒤 주거지가 불명확했다. A씨와 동거남 C씨(28)는 C씨 친구 원룸에 얹혀 살기도 했다. 또한 두 사람은 무직이었고 변변찮은 소득이 없었다. 부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A씨는 다시 성매매에 나선 이유로 생활비를 들었다"고 말했다.
에이즈예방캠페인에서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올바른 콘돔사용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에이즈예방캠페인에서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올바른 콘돔사용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중앙포토]

  그나마 방향제 제작, 바리스타 교육 등 소득 연계 프로그램마저 그만 두는 형편이다. 정부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등 민간 단체들이 협력해서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지난달부터 중단된 상태다. 2015년 돈을 버는 저소득 가구에도 교육·의료 급여를 지급하던 '이행급여 특례제도'가 폐지되면서 취업과 기초수급 중 하나를 택일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월급이 적은 취업을 포기하고 기초수급을 택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프로그램 참여도 급감했다.
갈수록 느는 에이즈...예방과 인식 개선 함께 필요
  김성남 연구사는 "환자 중에 저소득층이 많다는 걸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환자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정책 방안을 추가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즈 단체 관계자는 "환자들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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