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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을 부르는 계란말이의 맛

주소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222 지하1층(이태원동 557)
전화 02-790-5284

강혜란의 그 동네 이 맛집 <9>
경리단길 ‘마음과 마음’

평일 오후 1시~10시, 주말 및 공휴일 정오~오후 10시(휴무일은 인스타그램@maumandmaum 참조)

 
이 집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네온사인 간판 아래 긴 줄을 기다려 들어가니, 텅스텐 전구 모양 레일 조명 아래 복고 느낌이 물씬했다. 탁구대처럼 새파란 멜라닌 상판 테이블에 마주 앉은 이들은 대부분 20대 커플. 펑키한 음악과 잡지 일러스트를 연상시키는 액자 그림은 이곳 ‘마음과 마음’이 트렌디한 경리단길에서 그냥저냥 뜨고 지는 흔한 집 같은 인상도 준다. 

 
하지만 노리다케(일본 자기 브랜드) 접시에 담겨나온 타마고 산도(계란 샌드위치)를 한 입 깨무는 순간 이런 편견은 흔적 없이 녹아내린다. 얇은 샌드위치 빵 사이에 이부자리처럼 단정하게 포개져 있는 계란말이는 오원희 오너셰프(31)를 ‘생활의 달인’이라는 TV프로에 출연케 한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포인트는 한입 가득 채울 정도로 두툼하게 말아내면서도 배내옷처럼 폭신한 질감을 유지하는 것. 일본 교토의 유명 샌드위치집 ‘마도라구’ 스타일이다. 
 
보드라운 계란말이의 위력은 오므라이스에서도 확인된다. 평범해 보이는 토핑에 숟가락을 갖다 대면 ‘미디움레어’로 살짝 익힌 계란이 꽃봉오리 터지듯 흘러내린다. 수비드(밀폐된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 속에 오랫동안 데우는 조리법)한 닭가슴살과 명란·시금치 등이 가미된 볶음밥과 섞어 먹으니 귀한 한 끼를 대접받은 기분이다.
 
2016년 9월 문을 연 ‘마음과 마음’은 이태원 경리단길의 이단아 같은 존재다. 망원동 골목에 ‘망리단길’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보통명사가 된 경리단길이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많다. 트렌드세터들의 입맛을 사로잡던 개성 있는 집들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 못 해 떠나거나 투자를 끌어들여 기성 레스토랑과 다를 바 없어졌다. 아기자기한 맛집들이 있던 골목엔 부동산 중개업소가 더 흔해졌다. 그저 유명하단 이유로 기웃거리는 관광객이 더 많고 그런 이들을 겨냥한 ‘팝업’ 행사가 대세다. 
 
그런 경리단길 지하에 “그나마 임대료가 싸서” 둥지를 튼 이 청년의 소망은 소박했다. “동네 사람들이 일주일에 2~3번 와서 편안히 집밥처럼 먹을 수 있는 경양식집을 하고 싶다”였다.
 
“이 공간을 보니 어렸을 때 자주 갔던 종로의 식당이 떠올랐어요. 반지하였는데 함박스테이크·돈가스 같은 일본풍 경양식을 했죠. 그런 클래식한 음식을 하되, 그때보다 재료도 조리기구도 좋아졌으니 좀더 세련되게 나만의 스타일을 담자, 하는 생각이었죠.” 식당 이름도 복고풍 간판·인테리어도 그 시절 그 느낌을 살렸다.
원래는 소주 주점이 있던 자리였단다. 오픈 키친처럼 주방 내부가 보이게 뚫려있지만, 실은 안주 요리 위주의 주점 주방 구조에서 크게 바뀐 게 없다. 오죽하면 오븐 둘 자리가 없어 양식의 기본 소스인 데미그라스는 포기했을까. 대신 닭뼈로 육수를 만들어 졸인 뒤 레드와인과 섞은 고유의 소스를 쓰는데 그래서 오히려 차별화된다.
 
흔히 일본 고베 경양식풍으로 소개되지만 실제로 오 셰프가 고베·오사카 쪽에서 일한 것은 12년 요리 경력 중에 1년 남짓. 스무 살 무렵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처음 요리에 입문했다. 식당 설거지부터 시작한 일이었지만 “하다 보니 나만의 공식도 생기고” 요리학교 ‘윌리엄블루’까지 다니게 됐다. 지금 자신의 요리에 대해선 “프렌치 테크닉을 기반으로 호주·일본·한국 등에서 현업 경험을 나만의 스타일로 살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아보카도 카레는 일본식 카레에 아보카도를 메인 재료로 삼고 48시간 익힌 돼지고기 등심을 참치살처럼 잘게 찢어 넣어 곁들였다. 루(밀가루와 버터를 섞어 뭉근하게 만드는 요리 재료)를 풀지 않고 고기에서 나오는 젤라틴만으로 걸쭉함을 살린다. 트렌드·식감·영양의 3박자를 면밀하게 고려한 음식이지만 별 생각 없이 먹으면 “좀 특이한 카레”다. 다행히 그런 특이함을 알아봐주는 단골손님이 늘어나고 있단다.
 
“타마고 산도에 들어가는 계란말이 같은 경우 그런 모양·질감을 내려면 무섭게 휘저어야 하거든요. 하루 100개 정도 만들면 손목이 빠질 것 같죠. 그래도 일본에서 오신 분들도 ‘잘 만들었다’고 얘기할 때, 제가 추구하는 완성도에 자신감을 갖게 돼요. 그렇게 차츰 내 요리를 찾아가는 중이죠.”
 
‘마음과 마음’에 오는 20대 손님 상당수는 TV프로나 인스타그램, 블로그에서 ‘요즘 뜨는 맛집’을 검색해 올 것이다. 고품격 파인다이닝도, 수십년 내공의 노포도 아닌 ‘무언가 새로운 맛’을 찾아온다. 경리단길 이름값이 사그러들어도, 트렌디한 ‘산도 열풍’이 지난 뒤에도 이 동네에서 이 식당을 만날 수 있을까. 응원의 마음을 담아 다음주에 다시 가야겠다.
 
 
글·사진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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