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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예술 한류로 거듭나기 위해

CJ그룹이 6년째 개최하고 있는 KCON은 올해 멕시코시티·도쿄·뉴욕·LA·시드니에서 25만 명의 한류 팬을 만났다. 사진은 LA 스테이플 센터 공연.

CJ그룹이 6년째 개최하고 있는 KCON은 올해 멕시코시티·도쿄·뉴욕·LA·시드니에서 25만 명의 한류 팬을 만났다. 사진은 LA 스테이플 센터 공연.

“요즘 ‘한류’는 잘 있나요?”

김상훈의 컬처와 비즈니스: 한류의 미래

최근 필자에게 몇 명이 연달아 한류의 근황을 물어왔다. 그들은 모두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의 한류 소식을 궁금해했다. 한류는 안녕하다. 필자는 지난 8월 LA에서 개최된 한류 컨벤션 ‘케이콘(KCON)’에 참석해서 K팝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한층 더 뜨거워져 있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5월 K팝 그룹 최초로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고, 롤링스톤즈지 선정 ‘당신이 알아야 할 뉴 아티스트 10’에 이름을 올렸다. 트와이스는 데뷔 앨범을 25만장이나 팔아 치우면서 성공적으로 일본에 상륙했다. 몬스타 엑스(Monsta X)의 신곡 ‘샤인 포에버(Shine Forever)’는 19개국의 아이튠즈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엑소(EXO)·갓세븐(GOT7)·걸스데이·레드벨벳의 인기도 여전히 뜨겁고, 신생그룹 워너원(Wanna One)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메가톤급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한한령’의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드라마와 영화의 경우는 좀 어렵긴 하지만, 베트남·태국 등 비(非) 중국 시장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태국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정도다. 요즘 한국 연예인들은 해외 팬인사를 할 때 “쎼쎼”라고 하지 않고 “사와디캅”이라고 한다.
 
게임의 경우 2000년대 초반 ‘게임 강국’의 이미지를 급속히 회복하면서 “제2의 전성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넷마블이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그 어렵다는 일본 시장에서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하며 포켓몬고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블루홀이라는 회사는 ‘플레이어 언노운 배틀그라운드’로 전세계 PC게임 1위를 달리고 있다(출시 6개월 만에 1000만 카피를 팔았다). 카카오게임즈·컴투스 등도 일본·유럽·동남아에서 게임 한류를 든든히 지탱하고 있다.  
 
국격 높이고 지속 가능한 예술 한류
다들 참 ‘열일’하고 있다.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중국 히트 직후 “한류”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으니 한류도 어느덧 스무 살 성인이 된 셈이다. 그간 콘텐트 기업들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낸다(한류 20주년 행사라도 있다면 딱 어울리는 멘트!). 많은 이들의 우려가 있긴 해도, 한류 스타들의 인기와 K팝 공연의 열기를 떠올려 보면, 한류가 어느 날 느닷없이 혼수상태에 빠질 것 같지는 않다.

 
다시 한류 20주년 행사 얘기로 돌아가서, 필자에게 마이크를 준다면, “성인이 된 한류답게, 이제 예술 한류에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하고 주장했을 것 같다. 문화예술 한류의 당위성은 뚜렷하다. 허구헌날 ‘지속가능성’을 걱정하는 아이돌 스타 및 걸그룹과 달리 피카소와 고흐, 카라얀이나 하루키 같은 예술가의 글로벌 팬덤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이어진다. 게다가 예술 한류는 ‘국격’을 높인다(천송이의 치맥이 매출은 올려도 국격을 높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예술 한류’가 과연 가능하긴 한 걸까.
 
다행히 최근 여러 순수예술 분야에서 한국인 글로벌 스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각각 쇼팽 콩쿠르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얼마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우승한 선우예권도 마찬가지다.  
 
문학 분야에서도 한류의 조짐이 보인다.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래, 정유정·편혜영·정이현 등 국내 작가들에게 국제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강은 또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했고, 소설가 이정명은 『별을 스치는 바람』으로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인 ‘프레미오 셀레지오네 반카넬라’를 받았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해외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후, 우리 작가들의 예술성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은 ‘단색화’는 미술 한류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우환·박서보·정상화·하종현·권영우 등 한국추상미술 1세대의 모노크롬 작업들이 ‘단색화(영어로도 Dansaekhwa)’라는 이름 아래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서보 작가는 작년 런던 화이트큐브 갤러리 개인전에서 16점의 단색화 작품을 불과 몇 년 전의 수십 배 가격에 완판했다. 양혜규·김수자·이불·서도호 같은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세계 미술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보고시안 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국제갤러리가 후원한 ‘단색화’ 특별전이 열렸다. 사진은 전시가 열린 팔라쪼 콘타리니-폴리냑(왼쪽)과 설치 전경. 사진 Fabrice Seixas·국제갤러리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보고시안 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국제갤러리가 후원한 ‘단색화’ 특별전이 열렸다. 사진은 전시가 열린 팔라쪼 콘타리니-폴리냑(왼쪽)과 설치 전경. 사진 Fabrice Seixas·국제갤러리

 
예술 한류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 한류의 미래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각종 국제 콩쿠르를 휩쓸면서도 중국의 랑랑 같은 “세계적 연주자”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해외에서 먼저 찾아 번역하는 우리 작가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단색화에 대한 이론 부재와 몇몇 미술비평가들의 ‘단색화 거품론’은 한국 미술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중국 정부가 나서서 ‘4대 천황’이니 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한 것과 대조된다). 독일이 키운 백남준과 윤이상, 일본이 발굴한 이우환을 우리는 거품을 제거한 후 제자리에 되돌려 놓느라 바쁘다.
 
예술 한류가 성공하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18세기 예술의 패권이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옮겨간 데에는 루이 14세의 ‘로마상’ 제정과 ‘살롱전’ 개최가 큰 역할을 했다. 전후 추상표현과 팝아트로 대표되는 미국 미술이 세계의 중심이 된 배경에도 정부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러시아가 주류에 편입될 수 있었던 것도 국가차원의 대대적 지원의 결과다.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한류의 성공에도 우리 정부의 상당한 역할이 있었다고 본다. 대중 문화와 달리 예술 한류는 이수만 회장 같은 한 사람의 리더나 업계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예산확보, 교육과 전문인력 양성, 연구·출판·전시 지원, 국제 네트워크 조성 등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제 대중 한류는 시장에 맡기고, 예술 한류를 적극 지원하라, 지원하라!  
 
 
김상훈 :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미술경영협동과정 겸무교수. 아트 마케팅,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마케팅 트렌드와 기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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