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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또다른 핵심, 테헤란까지 고속철도 잇는다

서북부 중국몽 현장 <하> ‘상전벽해’ 우루무치
7월 9일 개통한 중국 서부 란저우~바오지 간 고속열차에서 승객들이 소수민족 공연을 즐기고 있다. 우루무치를 비롯한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는 중국 중심부와 고속열차로 연결됐다. [신화=연합뉴스]

7월 9일 개통한 중국 서부 란저우~바오지 간 고속열차에서 승객들이 소수민족 공연을 즐기고 있다. 우루무치를 비롯한 신장웨이우얼 자치구는 중국 중심부와 고속열차로 연결됐다. [신화=연합뉴스]

상전벽해(桑田碧海·뽕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큰 변화를 비유하는 말). 중국의 변방인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위구르) 자치구의 구도 우루무치(烏魯木齊)를 둘러본 느낌이다. 학창 시절 지리시간에 배운 우루무치는 오아시스 도시였다. 하지만 2017년 찾은 이곳은 인구 350만의 거대한 현대 상업도시였다. 시가지는 초대형 백화점을 비롯한 현대식 고층 건물이 즐비했다. 거리는 인산인해였다. 교통 혼잡도 상당했다. 중심지만 보면 베이징인지 상하이인지 우루무치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고속도로 2만2000㎞ 건설 경험
우루무치-중앙아 지나 이란 연결
모스크바까지 7000㎞ 건설 야망
유라시아 대륙 동서로 물류 지배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 혈맥 역할

 
우루무치~베이징 16시간에 연결
우루무치의 국제바자르. 2003년 이슬람 양식으로 건축한 상업시설이다. 채인택 기자

우루무치의 국제바자르. 2003년 이슬람 양식으로 건축한 상업시설이다. 채인택 기자

거리를 다녀 보니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인데도 위구르족보다 한족이 훨씬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0년 조사에서 한족이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위구르족은 12.5%에 불과했다. 회족(한족과 언어와 외모에서 거의 동일해 과거 무슬림으로 개종한 한족의 후예로 추정)이 9%, 카자흐족이 2.2% 등 다양한 소수민족이 함께 거주하는 복합도시였다. 우루무치의 명물이라는 국제바자르를 찾았다. 4000㎡의 부지에 자리 잡은 중동 이슬람 ‘분위기’의 전통형 시장이었다. 벽돌을 쌓아 이슬람 양식으로 건설한 80m 높이의 전망탑이 입구에서 손님을 맞았다. 그 앞에는 코카콜라 광고판이 영문 알파벳과 한자, 위구르족이 쓰는 아랍페르시아 문자로 적혀 있어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전망탑 앞에는 4개의 미나리트(첨탑)가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모스크(이슬람 사원) 모양의 건축물이 우뚝 서 있었다.
 
실크로드의 역사적 흔적인가 싶었지만 사실 전망탑은 현대 건축물이었고 모스크 모양의 건물도 종교시설이 아닌 상가였다. 이곳은 2003년 중국 당국에 의해 개장한 상업시설이었다. 현지 소수민족을 존중해 이슬람 양식으로 지었다고 한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독특한 분위기로 손님을 끄는 일종의 테마파크형 시장이었다. 롯데월드에 남대문시장을 결합한 셈이다. 중국인의 상술이다. 지상과 지하에 걸쳐 위구르족을 비롯한 다양한 민족의 공예품·보석·견과류·모피·꿀·약재 등을 파는 점포들이 자리 잡았다. 프랑스 유통 브랜드인 카르푸 매장과 식당·공연장도 있었다. 우루무치는 한족이 건설하고 주변 소수민족이 새로운 상공업 근거지를 형성한 신(新)실크로드 도시였다.
 
이런 우루무치가 지난 7월 9일 중국 중앙부와 고속철도로 연결됐다. 우루무치와 산시(陝西)성 시안에 이르는 총 길이 2300㎞의 고속철도가 완전 개통됨으로써 변방의 우루무치는 중국의 지리적 중심지인 시안과 14시간 안에 연결돼 1일 생활권이 됐다. 우루무치~시안 고속철도는 시안과 같은 성의 바오지(寶鷄) 간 동부 노선이 2013년 12월에, 우루무치에서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를 잇는 1176㎞의 서부 노선이 2014년 하반기에 각각 개통됐지만 그 중간의 바오지~란저우 노선이 난공사로 이번에야 개통됐다. 이에 따라 우루무치에서 바오지를 거쳐 베이징까지 16시간이면 갈 수 있게 됐다. 이 노선의 완전 개통은 실크로드의 중심지에 있는 우루무치가 중국의 중심부와 고속철도로 연결됐음을 의미한다. 옛 이름이 장안(長安)인 시안은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서역 개척에 나섰던 고대 한나라와 교역 국가 당나라의 수도로서 국제도시의 면모를 자랑했다. 시안 서부 외곽인 셴양(咸陽)은 중국의 첫 통일왕조인 진나라의 수도 함양이 있던 곳으로 지금은 시안셴양(西安咸陽) 국제공항이 자리 잡은 교통 요지다. 이러한 중국의 심장부와 고속철도로 연결되면서 우루무치는 변방에서 중국은 물론 유라시아의 중심으로 웅비할 꿈을 키우고 있다.
 
컨테이너 열차 14일 걸쳐 시험운행 성공
우루무치는 ‘일대일로’ 전략의 또 다른 핵심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앞세워 승천을 노리고 있다. 13억7000만 명의 인구가 내뿜는 뜨거운 에너지가 서쪽으로 분출하고 있다. 육지와 바다 실크로드를 21세기에 재현해 거대한 경제권을 만들려는 구상이다. 승천의 구심점은 유라시아의 대륙 간 횡단 고속철도 건설이다. 이는 이미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철로총공사(CRC)는 2015년 11월 일대일로 관련 포럼에서 우루무치에서 테헤란에 이르는 실크로드 고속철도 건설을 이란에 제안했다. 중간에 카자흐스탄의 최대 도시 알마티,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와 고대 실크로드 도시 사마르칸트,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시가바트를 지나 이란 국경을 넘게 된다. 우루무치~테헤란은 직선거리로 3200㎞이지만 여러 도시를 거치고 험한 지형을 우회할 필요가 있어 4000㎞에 이를 전망이다. 이 구간을 여객용 열차 시속 250~300㎞, 화물열차 시속 120㎞로 운행하게 되면 중국의 새로운 유라시아 경영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과연 연결이 가능할까 갸우뚱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이는 현재도 가능하다. 2016년 1월에 중국 동부의 항구에서 컨테이너 32개를 실은 열차가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관통하면서 14일 동안 9500㎞를 달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도착했다. 실크로드 철도의 시험은 성공적이었다. 중국은 여기에 고속철도를 깔아 중앙아시아의 물류 동맥경화를 한 번에 해결하려고 한다. 중국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베이징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잇는 총연장 7000㎞의 유라시아 횡단 고속철도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신실크로드나 유라시아 고속철도는 최종적으로 유럽연합(EU)의 맹주인 독일을 지나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이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대일로의 청사진이다.
 
유라시아 대륙 동서 간 물류혁명은 이미 진행 중이다. 시베리아 철도와 해로를 거쳐 온 중국산 제품은 이미 EU의 동쪽인 폴란드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지난해 1740억 유로의 폴란드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11.6%를 차지해 국경을 맞댄 독일(22.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독일의 지난해 수입액 1조4160억 달러 중 9.9%를 차지했다. 유라시아 고속철도가 놓이면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고속철도·원전, 기술력 앞세워 ‘유라시아 경영’
이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은 이러한 ‘신실크로드’와 ‘유라시아’ 고속철도 공정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보다 4년 늦은 2008년 베이징~톈진(天津) 노선을 시작으로 고속철도 사업을 시작한 중국은 불과 9년이 지난 현재 말 그대로 ‘괄목상대(刮目相對)’의 대상이 됐다. 중국은 2016년 말까지 총연장 2만2000㎞의 고속철도를 건설했다. 세계 최장의 고속철도 건설 경험이다. 2020년까지 이를 3만㎞로 연장할 계획이다. 중국은 고속철도 건설 초기 독일·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기술을 도입해 ‘전 세계 고속철도의 쇼케이스’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자체 기술로 전 세계에 고속철도와 차량을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최고속도 시속 486㎞의 초고속 차량을 자체 개발했다. 베이징~상하이(上海)를 연결하는 푸싱(復興)호는 운행 속도가 시속 350㎞로 1318㎞ 구간을 4시간 만에 주파한다. 기술이 앞서면 밖에서 먼저 알아보게 마련이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102개국과 고속철도 관련 협력을 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아시아나 서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관련 국과의 외교적 협력과 자금 확보가 관건이다.
 
이 두 가지 철도가 이어지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혈맥을 뚫게 된다. 고속철도와 함께 원전 건설 협력 등 기술력과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진출 공세는 유라시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에선 원전 6기를 짓기로 했으며 카자흐스탄·이란 등과도 협력을 추진 중이다. 고속철도와 원전 같은 기술력을 해외 진출의 전략적 도구로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와 교통의 가치다. 이런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지금까지 동쪽과 남쪽 바다로만 해외로 진출할 수 있던 중국이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러시아로 이어지는 육상 실크로드로 유럽까지 연결되는 역사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우루무치는 그런 중국몽의 희망과 기대가 꿈틀거리는 현장이었다.
 
 
우루무치=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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