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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파고든 시민과 소통 예술 어설플 땐 ‘조각 공해’

[CRITICISM] 공공미술의 명암
올해 ‘서울로 7017’ 개장 기념 조형물로 서울역 광장에 설치됐던 황지해 작가의 ‘슈즈트리’.

올해 ‘서울로 7017’ 개장 기념 조형물로 서울역 광장에 설치됐던 황지해 작가의 ‘슈즈트리’.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야만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다. 광장이나 도로, 공원 등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예술 작품을 ‘공공미술(public art)’이라고 부른다. 큰 빌딩 앞에서 서 있는 조형물도 다 공공미술 작품이다.

광장·도로·공원·건물 등에 설치
‘퍼센트 프로그램’ 도입 후 활성화

흥국생명 앞 ‘망치질하는 사람’
청계광장 ‘스프링’ 등 공공미술 확산

공간의 공공성과 작품의 조화 필수
지역 주민, 공간 이용자 판단 중시

 
공공미술이 최근 10년 새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50년대 프랑스와 미국에서부터 공공미술 개념이 본격 등장하게 된다. 특히 건축비의 일부를 예술품 구매에 쓰는 ‘퍼센트 프로그램(percent for art policy)’이 도입되면서다.
 
1950년 프랑스에서 국가의 예술지원 방안으로 ‘1% 프로그램’이 도입되었고, 1959년에는 미국에서 필라델피아시가 처음 제정하고 1963년에는 연방 정부가 퍼센트 프로그램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공공미술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작품성뿐 아니라 장소성도 고려해야
서울광장에 설치된 작품으로 시민 6000명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김승영 작가의 ‘시민의 목소리’.

서울광장에 설치된 작품으로 시민 6000명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김승영 작가의 ‘시민의 목소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공공미술 작품은 무엇일까.
 
서울 신문로 흥국생명 사옥 앞에 세워진 조나단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의 ‘망치질 하는 사람(Hammering Man)’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공공미술 중 하나다. 2002년 작품 설치 당시부터 높이 22m, 무게 50t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와 1분 17초에 한 번씩 망치질하는 동작이 주목을 받았다. 노동의 숭고함과 노동자에 대한 경외를 담았다는 작품의 의미, 작가의 명성, 관람객의 호응과 미술계의 관대한 평가 등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오랫동안 찬사를 받아왔다. 작가와 계약할 무렵인 1999년에 10억원이 넘는 작품비를 지불한 것도 화제가 됐다. 기업들이 법적으로 정해진 미술장식품 금액에서 리베이트를 빼가던 일이 적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트 마케팅’이 일반화 됐지만 당시만 해도 미술관을 소유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이 컬렉션 목적으로나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망치질 하는 사람’은 작가와 작품의 명성에 가려 장소성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내리지 못했다. 흥국생명 사옥 한 귀퉁이는 22m의 거인이 생활하기에는 비좁은 장소다. 마치 억지로 구겨 놓은 것 같았다. 그만큼 작품의 규모, 관심에 비해 공간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또 다른 대표적인 공공미술 작품으로는 서울 청계광장을 지날 때 보이는 ‘스프링(Spring)’을 들 수 있다.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작품이다. 외관은 인도양에서 서식하는 다슬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청계천 지역의 아이콘이 된 작품으로, 34억원이라는 작품 가격과 작가 선정배경, 그리고 절차가 문제점으로 부각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작품이 처음 설치 될 때 작품에 대한 호불호 논란이 굉장히 심했다. 아마 청계천 주변과 작품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원색의 소라 모형 조형물이 인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영국 트라팔가 광장 ‘네 번째 좌대’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네 번째 좌대에 설치된 잉카 쇼니베어 작품 ‘병속의 넬슨 군함.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네 번째 좌대에 설치된 잉카 쇼니베어 작품 ‘병속의 넬슨 군함.

공공미술은 지금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반성의 목소리, 새로움에 대한 요구가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2005년을 기점으로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먼저 영국 런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트라팔가 광장 ‘네 번째 좌대’를 살펴보자. 트라팔가 광장은 1805년 나폴레옹과의 트라팔가 해전에서 승리한 넬슨 제독을 기념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광장의 네 군데 모서리에는 ‘국가 영웅’ 동상이 세워졌는데, 네 번째 좌대가 자금 확보의 실패로 160년간 텅 빈 채 남겨져 있었다. 100년이 넘도록 비어 있던 좌대에 영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을 올릴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영국왕립예술원은 어떤 것이 좌대에 올라가면 좋을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많은 인물들이 거론 되었지만, 최종적으로 현대미술 작품이 선정됐다.(사진 3) 여섯 개의 후보작들을 전시한 후에 대중평가와 심사위원의 의견을 종합하여 최종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는데, 이를 통해 대중이 공공장소에서 현대미술에 대해 스스럼 없이 논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현대미술을 공공미술과 접목시켜 대중들에게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에서 2017년 주력사업으로 서울광장 앞 좌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서울의 역사를 상징하는 장소이자 시민들이 사랑하는 서울광장에 작품을 전시하는 좌대를 마련하고, 매년 서울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작품을 공모하여 순환 전시를 하는 방식이다. 시민 6000명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시민의 목소리(김승영)’는 독특한 디자인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동으로 만든 스피커 200여 개를 쌓은 5.2m 높이의 타워는 1970~80년대부터 사용된 오래된 스피커를 활용했다.(사진 2) 작품에 설치된 마이크에 목소리를 녹음하면 다양한 배경 소리들과 실시간으로 섞여 타워 안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재생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작품이 아닌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시민 누구나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유통 불가능 … 철거 애매한 경우 많아
영국의 한 쇠퇴한 공업도시를 문화도시로 변모시킨 안토니 곰리의 ‘북방의 천사상‘(1998). [중앙포토]

영국의 한 쇠퇴한 공업도시를 문화도시로 변모시킨 안토니 곰리의 ‘북방의 천사상‘(1998). [중앙포토]

공공미술의 어두운 점도 존재한다. 우선 공공미술은 재유통이 불가능하다. 건축물미술장식법에 의해 정해진 금액으로 작품을 설치하고 나면 다시 판매할 수 없다. 오로지 건물과 함께 수명을 다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러다 보니 공공미술 작품들은 점점 쌓여가는데 철거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아 난감하다.
 
철거되는 건물의 작품만 모아서 조각공원을 만들 수도 있고, 재건축하는 건물에 다시 설치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얼마나 건질만한 공공미술 작품이 있는 가다. 그래서 정부는 재료에 대해 까다로운 심사를 하며 공공미술의 사후 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공공미술이라 볼 수 없는 추상 조각에 대한 불쾌감들과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공공미술이 방치되어 있는 비참한 상태를 ‘조각 공해’라고 한다. 장소의 특징과 주위 환경을 고려하여 작품을 전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다. 작품의 독립성보다 작품과 환경의 조화를 중시하고, 주변 건축이나 풍경과의 의미 있는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공공미술이라는 점을 놓쳐선 안 된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기울어진 호(Tilted Arc)’다. 1981년 뉴욕 맨하튼의 연방청사 광장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세워졌다. 미국 연방조달청의 의뢰를 받아 높이 3.6m, 길이 36m, 무게 73t의 거대한 조각판인 ‘기울어진 호’를 설치했다. 강철 조각판이 광장을 두 개의 다른 지역으로 구분해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공간 경험을 가능케 하고자 했지만, 광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보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철거 논쟁에 휘말렸다. 건물을 이용하는 1000여 명의 탄원서가 제출되고 철거를 요구하며 재판까지 갔다. 아무리 유명한 조각가라고 해도 작가의 의도만 앞세워 공간의 공공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공공의 장소라는 점에서 이용자가 원치 않는 예술은 그 가치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일어난 80년대부터는 공공미술과 대중 간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공공미술에서 예술가와 주민이 지역사회의 이슈를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 나가는 관계가 중요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올해 ‘서울로 7017’ 개장 기념 조형물로 서울역 광장에 설치됐던 ‘슈즈트리’ 작품이 논란이 됐었다.(사진 1) ‘슈즈 트리’는 버려진 신발 3만여 켤레를 쌓은 높이 17m, 길이 100m의 대형조형물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슈즈트리’는 철거 위기에 놓였던 서울역 고가를 보행길로 재생한 것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적인 작품으로 1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도시재생과 환경보전을 상징하여 만든 공공미술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기괴하고 흉물스럽다” “쓰레기 더미 같은데”,  “돈을 들여서 뭘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예산이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징성과 환경, 미관 등 모든 요소가 모호해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소통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 북쪽의 작은 도시 게이츠헤드(Gates head)에 1998년에 세워진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북방의 천사상 (Angel of the North)’이 있다. 쇠퇴한 공업도시에서 성공한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공공미술이다.(사진 4)
 
작가는 제작에 반대하는 수많은 시민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충분히 설명하며 설득해서 시민들의 마음을 돌렸다. 뿐만 아니라 게이츠헤드에서 생산되는 자재와 폐쇄된 공장을 철거하며 얻은 자재를 이용하며 실직한 노동자들을 작품제작에 참여시켰다. 지금 ‘북방의 천사상’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가장 각광받는 공공미술이 되었다.
 
 
배수영 설치미술가
일본에서 17년간 유학, 오사카예술대 졸업. 오사카예술대 박사과정 수료. 2011년 귀국.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도지역환경을 개선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DNA코리아’ 디렉터. 2014년 신촌 플레이 버스 총괄 기획, 안전행정부 착한 가격 업소 총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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