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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문화 축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공감 共感
세계에서 가장 큰 책 시장,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지난주 열렸다. 명색이 서울국제도서전을 책임지고 있고 출판사 대표로 일한 지도 꽤 되었지만 이 축제에는 처음 가 보았다. 시장에 내다 팔 것이 있을 때까지는 프랑크푸르트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마음 크게 먹고 진작에 구경이라도 해 볼 것을, 옹졸하게 굴다가 기회를 놓쳤다.
 

100여 개국 7000개 출판사 참가
세계에서 가장 큰 책 시장 자랑
저작권 온라인 거래 일반화돼
전시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한국 출판 전모 보여 주기엔 미흡
한국관 더 체계적인 운영 필요

세상에서 가장 큰 책 시장이라고 표현했지만 이곳은 독자들이 와서 책을 직접 사고파는 곳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 만든 책을 선보이고 견주는 자리다. 개막 후 3일간은 언어권을 넘어 알릴 책들이 있으면 그 권리를 사고판다. 현장에서 바로 계약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주고받은 것을 꼼꼼히 검토한 후에야 성사되는 경우도 많다.
 
20~30년씩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꾸준히 참가했던 출판인들은 도서전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도서전뿐만 아니라 모터쇼, 문구전 등 다양한 전시회를 소화하고 있는 ‘메세(Messe)’의 8개 전시관이 꽉 차곤 했는데 얼마 전부터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문을 연 곳은 4개의 전시관뿐이었다. 이렇게 규모가 작아진 이유는 저작권과 관련된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여전히 100여 개 나라에서 7000개가 넘는 출판사들이 참여하고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 최대의 책 행사이다.  
 
그곳에서 만난 우리나라의 출판인들은 열심히 외국의 고객을 맞았고 스스로 고객이 되어 다른 나라의 전시장을 찾았다. 스스로 기획하던 책을 만들 실마리를 찾는 사람들도 있었고 좋은 기획을 번역하려고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학습과 실용, 만화와 어린이책 분야에서 우리 나라의 책들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도서전은 개별 출판사들이 상업적인 거래를 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국가별로 나라의 문화 수준을 뽐내는 자리기도 하다. 올해 주빈국인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나란히 섰고, 문학을 중심으로 프랑스의 문화적 역량을 모아 전시를 만들었다. 3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내고 널찍하게 자리를 잡은 중국은 개별 작품의 거래보다는 중국 출판의 위용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수십 개 나라에서 같은 표지로 출간된,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정철학을 담은 책이 나란히 맨 앞에 놓여 있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제각기 색깔과 내용으로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물론 전시의 목표가 불분명한 전시관도 있었지만 대체로 국가관의 수준을 보면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비교적 정확하게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마지막 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조직위원회 홀거 폴란드 부위원장에게 한국관 자리 불평을 했다. 손님이 많이 찾지 않는 중국관 뒤켠 외진 곳에 자리를 준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사실 자리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한국관에 신청을 해서 프랑크푸르트에 간 출판사들은 고작 11개. 모두 쟁쟁한 출판사들이지만 한국 출판의 전모를 보여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20여 개의 한국 출판사들은 개별적으로 분야별 전시관에 입주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한식문화재단, 인쇄협회 등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관들도 개별적으로 전시관을 만들었다. 어디가 한국관인지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출판협회, 해외진출협회, 출판진흥원, 문화원, 대사관들이 모두 국가관에 이름을 올리고 협력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못해서 안타까웠다.
 
내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한국관을 운영하는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몇 가지 결심을 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측과 협력해서 한국관 위치를 옮기자. 그리고 그곳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전체에 퍼져 있는 우리 출판사들과 기관들이 전시하는 콘텐트의 지도를 그려 놓자. 도서전을 찾는 고객들에게 한국의 콘텐트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리라. 우리나라의 출판 경향과 문화적, 기술적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는 책들을 골라 전시를 하자. 학술출판, 과학출판, 잡지출판, 만화출판, 전자책출판 등을 아우르는 전시를 하자. 물론 처음 진출하는 출판사들에게 전시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홀로 전시관을 내기 어려운 회사들을 지원하는 역할은 계속할 것이다.
 
한국 콘텐트의 해외 진출을 돕고 국가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세웠다. 목표는 분명하고 이제 열심히 할 일만 남았다.
 
 
주일우
이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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