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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求諸己<반구제기>

漢字, 세상을 말하다
중국 하(夏)왕조는 대략 기원전 21세기에 시작됐다고 한다. 시조는 치수(治水)에 성공한 우(禹) 임금이다. 하루는 배신한 제후 유호(有扈)가 병사를 이끌고 쳐들어왔다. 우는 아들 백계(伯啓)를 시켜 나가 싸우게 했으나 패하고 말았다. 백계의 부하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다시 싸울 것을 청했다. 그러자 백계가 말했다. “다시 싸울 필요가 없다. 내 군사와 근거지가 작지 않은데도 패했다. 이는 내 덕행이 그보다 못하고 부하를 가르치는 방법도 그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의 허물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후 백계는 분발해 매일 날이 밝자마자 일어나 일하고 생활은 검소하게 하며 백성을 자식같이 돌보는 한편 덕이 있는 이를 존중했다. 이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유호는 더는 침범할 마음을 갖지 못했다.  
 
이 고사 이후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결점부터 찾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을 가리켜 ‘반구제기(反求諸己)’라 말하게 됐다고 한다. 『중용(中庸)』과 『맹자(孟子)』 등 중국의 여러 고전에 이 말이 두루 언급되고 있다. 맹자는 “활을 쏘아 맞히지 못하더라도 나를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나 자신에게서 패배의 원인을 찾는다(發而不中 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고 말했다.  
 
한데 기원전 21세기의 고사를 전고(典故)로 하는 이 성어가 약 4000여 년의 시공을 가로지른 기원후 21세기의 한반도 상황에도 꽤 유효한 것 같아 착잡한 마음이다. 적폐 청산을 둘러싼 우리 정치권의 끝없는 공방을 보고 있노라면 탄식이 아니 나올 수 없다. 상대가 쌓은 폐단을 찾는 데만 골몰할 뿐 자신이 지은 잘못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반성도 보이지 않는다. 여야 모두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 모두가 다 네 탓이지 내 탓은 아니라고 강변하는 데 온 정력을 쏟고 있다. 정적(政敵)의 과거 허물 캐기가 곧 나의 성공이란 인식이 팽배해 있다. 과거에 매몰돼 미래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의 2017년 가을 모습이다.
 
 
유상철 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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