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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 정부도 패턴을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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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축구만 아니라 정부도 다 망한다. 기초가 없고 패턴도 읽지 못해서다. 요즘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알고리즘의 정수는 운영주체가 따로 없는 저절로 움직이는 과정이고 패턴이다. 음악이 수학이라고 하던 피타고라스를 의역하면 음악만 아니라 운동도 수학이고 리듬이다. 뇌 속에 있는 것은 다른 실재와 똑같이 물리적, 화학적 법칙의 지배를 받는 유전자, 호르몬, 뉴런인데 근육만으로 몸을 움직여서 될까. 우리 선수와 감독은 이들 중 무엇으로 무장되어 있을까.

뛰기만 하는 축구 평가전 보니
팬이 왜 외면하는지 알 것 같아
운동과 정부 운영 원칙은 같아
패턴 읽는 감각 갖춘 인재 필요

 
얼마 전 한국 대 모로코 축구 평가전을 보면서 왜 축구가 야구, 농구, 배구와 달리 팬들로부터 외면 당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빙상 같은 개인종목은 세계수준이다. 여기도 팀 워크가 없지는 않다. 골프 선수들은 LPGA에 가려고 영어부터 배운다고 한다.
 
축구만 아니라 한미 자율무역 협정(FTA)을 비롯한 외교도 이즈음 힘을 쓰지 못한다. 역내서도 그렇고 국제 수준에도 미달이다. 정부도 패턴 읽는 감각이 없는 인물을 내각에 기용하면 축구경기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선수들은 달리기만 한다. 운동의 기초는 물론 달리기다. 그러나 달리기만 해서는 골을 넣지 못한다. 공간을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다. 축구는 육상처럼 달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공간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더 중요하다. 물리와 기하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선수들은 공만 따라가고, 상대방 삼각 파고가 밀려와도 공격수들의 각도를 파악하지 못하니 골을 자꾸 먹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훈련방식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1대 1 패스 위주에다 세트 피스 훈련이나 하며 구태에 젖어 있으니 전체 변화무쌍한 포메이션의 수를 읽지 못하고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단련이 되는지도 의심스럽다. 몸만으로는 정말 안 된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는 어떻게 해서 이겼을까. 선수 기용 쿼터제와 선수들 간의 상하(계급)를 없애고 멀티 임무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포워드들이 내달리며 공간을 만들어 기회를 포착할 생각을 하지 않고 공 오기만 기다리면 복지부동 공무원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운동경기와 정부운영의 원칙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정부가 인물을 잘 기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감독은 국민대표기관인 의회의 의사를 무시하고 인준에서 탈락한 헌법재판소장을 대행으로 임명하니 팬들이 운동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같이 기본이 없는 인사를 쳐내면 팬들이 돌아올 텐데 임명권자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총리만 답답해 한다.
 
정부는 먹을 음식만 만드는데 여념이 없지, 정작 음식의 맛을 돋우는 그릇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해공(海公) 신익희 선생의 말씀대로 장관이 국기(國器)면 정부도 큰 그릇이다. 크거나 작은 그릇에 무엇이 어떻게 담겨야 모양도 예쁘고 먹을 맛이 나는지를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밥만 먹을 줄 알지 음식이 담긴 그릇의 모양과 색깔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미(器味)를 모르면 뛰기만 하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정부 그릇에 담을 인재를 뽑는 데도 무슨 공부를 어떻게 했는지를 가리지 않고 그저 학력란 없애고 고향 가리고 하는 것이 고작이다. 지금 세계가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관 관계 수준을 높이려고 안달을 하는 것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최근 서울대 경영대학이 조직과 인사 과목을 선택으로 돌리고 대신 컴퓨터 코딩 과목을 필수로 정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말하고 있다.
 
적폐는 기본과 기초를 무시한 데가 원산지다.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이며 행정서비스를 개선하려고 온갖 개혁을 시도하고 있지만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하면 패전 축구의 벽을 넘지 못한다. 개혁도 전문가에게만 맡기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알아도 자신의 스테레오 타입 안에서만 힘 쓰니까 그렇다. 때론 축구계에 오래 몸담고 있던 전문가보다 감각 있는 상식인이 큰 일을 해낸다. 널리 알려진 명감독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판에 적응하는 인재를 모르고 세상 원리와 변화도 좇아가지 못하면 결과는 뻔하다.
 
운동장은 차야 하고 붉은 악마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 광화문 광장도 페어플레이를 하는 선수 같은 새 인물들이 가득 차면 열정적인 팬들이 열광하게 되어 있다. 기초 패턴을 읽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급선무다. 그것도 느낌으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뇌가 합리적이 아니라는 것이 행동경제학으로 입증되 듯이 이분법의 기초인 합리적 결정만 내세우다간 축구는 물론 정부 모두 다 망하게 생겼다. 로봇축구선수나 로봇공무원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낫겠다는 의견이 팽배해지기 전에 하루 빨리 패턴을 읽을 줄 아는 감각이 빼어난 인물이 개혁 전면에 나서야 나라가 도탄에 빠지지 않는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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