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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지금 최고점, 향후 쇠퇴,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대전환

[김환영의 지식 톡톡톡] 『에너지 빅뱅』 저자 이종헌
S&P 글로벌 플래츠의 이종헌 서울특파원은 에너지가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판단으로 에너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신인섭 기자

S&P 글로벌 플래츠의 이종헌 서울특파원은 에너지가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다는 판단으로 에너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신인섭 기자

사람이나 국가나 우선 기운이 펄펄 넘쳐야 뭔가 해볼 수 있다. 기운은 에너지다. 에너지가 결정적이다. 국가적 흥망성쇠도 에너지에 달렸다. 우리나라가 적폐청산과 북핵 위협 대응에 몰두하는 가운데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에너지 확보와 판매를 둘러싼 열강들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뜨겁다. 이제 국지적 대응은 무의미하다. 에너지 대변동에 대한 총체적인 인식과 전략이 절실한 시대가 정책결정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에너지가 국제정치와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에너지의 국제정치경제학’이 시급하다.

 
S&P 글로벌 플래츠의 이종헌 서울특파원(국제경제학 박사)이 이번에 펴낸 『에너지 빅뱅:에너지가 세상의 판을 바꾼다!』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총 정리한 ‘에너지의 국제정치경제학’ 개론 혹은 원론이다. 이종헌 특파원이 몸담고 있는 플래츠는 1909년에 설립된, 원자재·에너지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고급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세계적인 매체다. 이종헌 특파원은 손지우 에너지·화학 애널리스트와 함께 쓴 『오일의 공포』(2015)에 이어 이번에 『에너지 빅뱅』을 출간했다. 그가 에너지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는 에너지에 우리나라의 생존과 번영이 달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를 중앙SUNDAY 대회의실에서 인터뷰했다.
 
공론화위원회가 20일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한 공사 재개를 정부에 권고했다.
“에너지 소비의 현실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공론화 결과가 보여주듯 결국엔 원자력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이 원자력에서 가장 중요하다. 노후 원전부터 서둘러 폐기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가동률을 낮추어 원전을 좀 더 쉬게 하는 가운데 예방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원자력이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인데 원래 계획된 발전설비용량인 20%보다 훨씬 높다. 설비에 맞게 낮추어야 더 안전해질 수 있다. 이런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에너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다. 사실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는 국민도 많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원자력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현재 전 세계에서 원전이 450기 정도 된다. 내 예상으로는 지금이 제일 많은 때다. 왜냐하면 99기로 제일 많은 미국도 새로 만들지 않고 있고, 유럽도 프랑스·영국 등 몇 개 나라를 제외하고는 원전을 없애고 있다. 지금 원전을 짓고 있는 나라는 중국·러시아·한국 등 소수다. 50년 정도 지나면 지구상의 원전 수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중동 산유국들은 원전 대신 천연가스 발전을 높여 전기 수요를 맞추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이 올바른 방향인가. 하루라도 빨리 발을 빼야 하나.
“소위 ‘에너지 대전환’은 과감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너지에 대한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이해관계도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늘의 선택과 판단이 30년, 50년 후에 결과로 나온다. ‘이 길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말고 더 담대해질 필요성이 있다. 석탄·원자력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
 
원전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공론화위원장을 포함해 원전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모두 만나 봤다.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찬성파는 전기요금, 반대파는 위험성을 주로 이야기한다. 이 두 개가 첨예하게 대결하고 있다. 모든 것을 만족시킬 확실한 대안은 없다.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간단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전기 사용을 줄일 수는 없다.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로봇이건 데이터센터건 전기차건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기재들이 결국 전기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천연가스다.”
 
『에너지 빅뱅』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석유시대에서 천연가스시대로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가는 대전환기에 있다. 수백 년에 한 번 일어나는 대전환이다. 가격으로 보면 저유가로 가는 변동이다.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이 소비국인 아시아 국가로 넘어간다.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던 우리나라 같은 ‘을(乙)’도 앞으로 ‘갑질’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기회가 왔다.”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넘어간다는 것은 다수설인가 아니면 소수설인가.
“어디가 더 많은지 세어 보지는 않았다. 분명한 것은 과거에는 엑손모빌 같은 메이저 석유회사가 석유만 다루다가 이제는 가스를 같이 한다. 미래 투자는 석유에서 가스로 넘어가고 있다. 가스는 기체이기 때문에 기체 상태에서 산소와 배합할 때 불완전 연소가 적다. 오염물질을 훨씬 더 적게 만든다. 열효율·환경·경제성 측면에서 석탄에서 석유로,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갈 수밖에 없다.”
 
석유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석유시대는 종언을 맞이할 것이라고 본다.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석유 수요의 피크에 도달할 것이다. 석유 소비는 점점 줄어든다. 지금은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석유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수송인데 많은 나라가 2020년, 2030년부터 석유차를 아예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할 것이다. 팔 수가 없으니 석유차를 만들지 않는 제조업체들이 많아질 것이다. 당연히 석유 소비는 늘어날 수가 없다.”
 
북한에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확인된 바 없다. 북한은 석유·천연가스가 없기 때문에 석탄으로 만든 전기가 최대 에너지원이다. 석유 의존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석유 수출을 중단하더라도 생각만큼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북한이 바다로 미사일을 쏘아 대면 우리나라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실제로 해외 운송업체들은 이 리스크 때문에 운임 인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책에서 ‘북한을 꼼짝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은 전기다. 이를 활용해야 한다. 북한은 지금 전기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한다. 전기 때문에 산업화·근대화가 안 되면 북한에는 미래가 없다. 김정은이 지금은 핵무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결국은 산업화도 생각할 것이다. 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에너지 문제가 북한 핵문제의 핵심이다.”
 
『에너지 빅뱅』이라는 제목에 무엇을 담으려고 했는가.
“부제는 ‘에너지가 세상의 판을 바꾼다’다. 에너지라는 아이템을 둘러싼 패러다임 변화가 어떻게 경제와 세계 질서, 한반도를 바꿀 건지 고민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지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나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도 에너지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에너지가 이 세상의 판을 깨고 있다.”
 
판이 깨지면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될 것인가.
“각 나라가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지금으로 봐서는 러시아가 가장 큰 문제다. 러시아는 아시아로 들어오기 위해 신동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가 아시아로 잘 진입하게 된다면 빅뱅의 승자, 실패하면 패자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고비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나라들이 결국엔 패자가 되고, 새로운 에너지 환경에 잘 적응해 대전환을 이룬 나라들, 아마도 미국과 유럽이 승자가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에너지만 따질 때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
“개인적으로 중국과 미국이 패권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주요 2개국(G2)’이라는 말도 우리나라에서만 많이 쓰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예비 패권국가가 아니라고 본다. 에너지가 핵심이다.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자립을 달성했다. 제2차, 제3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것은 석유를 가장 많이 확보한 미국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도 미국이 이끌어 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아직까지 에너지를 60% 이상 수입해야 한다. 중국은 13개국과 국경을 나누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 적대국가다. 바다로는 한국·일본·대만이 버티고 있다. 일대일로는 이러한 지정학적 공포를 뚫고 에너지와 수송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미래는 이것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국민과 기업, 정부는 잘하고 있나.
“지금까지는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에너지가 항구에 들어오면 그때부터 ‘아, 이게 에너지다’라고 생각을 한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집의 형광등을 켜면서 ‘이게 에너지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너지가 항구에 들어오기 전부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100% 수입해야 되는 나라다. 주변국인 일본·중국과 에너지 확보를 위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너지를 둘러싼 것들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에너지 시장이 어떻고, 에너지와 지정학의 관계가 어떻고, 중동은 저렇고 미국은 저렇고 하는 내용들 말이다. 셰일 혁명이 2005년에 터졌는데 그걸 우리나라가 처음 안 것은 2010년이다.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우린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급박한 만큼 앞으로 뒤늦게 아는 일이 없어야 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kim.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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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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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