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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부모福이 우선 있어야 다른 福도 따라온다

[평양탐구생활] 북한의 ‘금수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2일 식수절(한국의 식목일)을 맞아 부인 이설주와 함께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했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이 학원은 항일빨치산, 순직한 고위간부 등의 자녀를 키워 북한의 핵심 인재로 배출했다. [사진 우리민족끼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2일 식수절(한국의 식목일)을 맞아 부인 이설주와 함께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했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이 학원은 항일빨치산, 순직한 고위간부 등의 자녀를 키워 북한의 핵심 인재로 배출했다. [사진 우리민족끼리]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당·군·정 간부의 자녀들을 보면 샘을 낸다. 부모를 잘 만나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것처럼 보여 엄청 부럽기 때문이다. 평양구두공장에 근무한 탈북민 윤명석씨는 “노력보다 승승장구하는 꼴을 보면 배가 아플 때도 있지만, 북한 체제가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라고 말했다. 북한 사람들 사이에 ‘조상복·부모복이 우선 있어야 다른 복도 자식(자녀)들처럼 따라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항일혁명투사 자녀이거나
그들과 결혼한 사람 신분 상승

‘총대 동지’ 최현 아들 최용해
김일성 어머니 친척뻘과 결혼

이용남 부총리·이광근 부상 등
외화벌이·국제 부문에 다수 근무

오극렬 자녀는 문화 부문 취직
김정일 “진짜 충신 가문” 칭찬

북한의 ‘금수저’들은 항일혁명투사들에서 시작된다. 그들의 자녀들이거나 그들과 결혼을 한 사람들이다. 지난 7일 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등 기존의 감투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당 부장 등 2개를 더 추가한 최용해가 대표적이다.
 
최용해는 최현(1907~1982) 전 인민무력부장의 차남이다. 최현은 김일성과 함께 항일 빨치산 활동을 했으며 장남 승계를 우직하게 고집한 ‘총대 동지’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의 우직함은 김정일이 장남 승계를 하는 데 일조를 했다. 부친의 이런 인연으로 최용해는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의 친척뻘 되는 강경실과 결혼했다. 김일성-최현 가문은 이처럼 결혼으로도 엮이게 됐다.
 
최용해의 아들 최현철 평양시 당위원회 간부가 2012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소식을 듣고 병원에 찾아가 의사들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살려 내라. 최씨 가문의 대가 끊어지면 안 된다”고 지시할 정도였다. 최용해는 자녀로 현철-복실(여동생) 남매를 두고 있다.
 
최용해는 위로 형이 한 명 있다. 최현의 장남인 최용택이다. 최용택은 내각 교육성을 거쳐 당 교육부 과장으로 일하다 1993년 사망했다. 최용택의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형제간에 나이 차가 많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용해는 형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더 믿고 따라다녔다. 탈북민 인터넷신문 ‘뉴포커스’ 장진성 대표는 “김정일과 함께 가출을 자주 한 최용해는 아버지 대신에 최용택에게 멱살을 잡혀 혼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용택은 현길-복경(여)-봉춘(여) 자녀를 두었다. 최현길은 인민군 중좌로 인민무력성 무역관리국에 근무하고 있다. 북한 영관급은 한국처럼 소령-중령-대령 순이 아니라 소좌-중좌-상좌-대좌 등 4계급 체계로 돼 있다. 최복경은 지난 2월 조선중앙TV가 방송한 ‘영생하는 우리 당의 혁명 전우들-최현’편에 출연해 “우리들은 대를 이어 가며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을 충정으로 받들어 나가겠다”며 충성을 다짐했다.
 
북한의 ‘금수저’들은 외화벌이·국제 부문에 상당수가 근무하고 있다(표 참조). 노동당의 국제부, 내각의 외무성·대외경제성·상업성·조선중앙은행 등이다. 다른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고 외국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으며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다. 최근 돈주(신흥 부유층)들이 성장하고 경제를 이끄는 것도 이들과 연결고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용남 내각 부총리(전 대외경제상), 이광근·오용철·이명산 대외경제성 부상, 이성호 상업성 부상 등이다.
 
오극렬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다르다. 5명의 딸과 2명의 아들이 대부분 문화 부문으로 취직했다. 장진성 대표는 “김정일이 특권층 자녀들 대부분이 외화벌이 회사에 취직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며 ‘오극렬을 본받으라’며 진짜 충신의 가문이라고 칭찬했다”고 설명했다. 오극렬의 장녀 오혜선은 노동신문사 기자였다. 둘째 딸 오혜영은 조선영화문학창작사 시나리오 작가다. 김정일이 노동당 시대의 최고 걸작이라고 추켜세웠던 북한 영화 ‘나의 행복’이 그의 작품이다.
 
노동당의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에서 부자가 이례적으로 근무한 경우가 있다. 이제강(1930~2010)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이용남 조직지도부 과장이다. 김정일은 이제강을 “당의 기초축성시기부터 나의 충직한 전우로 일을 많이 했다”고 평가했다. 이제강은 2010년 후계자 문제를 놓고 치열한 권력싸움을 벌일 때 이용남이 자칫 희생물이 될까 봐 중앙당에서 러시아 대사관 초급 당비서로 파견했다. 이용남은 아버지가 사망한 뒤 2014년 그의 후광으로 다시 조직지도부로 복귀했다. 조직지도부는 해외 경험이 있으면 자본주의에 오염될 수 있다며 복귀가 어렵다. 아울러 해외 출장의 경험이 있는 자를 상대하는 것조차 불경죄로 취급한다. 하지만 이용남은 이 불문율을 깨고 아버지의 대를 잇고 있다.
 
결혼을 잘해 ‘개천에서 용났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출세한 사람도 있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과 같은 경우다. 그는 평범한 집안에 태어나 야오이린(姚依林, 1917~1994) 정치국 상무위원의 사위가 되면서 ‘팔자’를 폈다. 북한에서는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그런 경우다. 함경북도 청진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김일성의 딸 김경희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딸바보’였던 김일성은 괜찮은 집안에 딸을 시집 보내고 싶었다. 장성택의 아버지가 비록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하다가 체포된 경력 덕분에 성분이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김일성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딸을 이기는 아버지가 없다’는 말이 있듯이 김일성은 결국 결혼을 승낙했다. 장성택은 장인의 후광을 등에 업고 출세가도를 달렸다. ‘금수저’의 반열에 들어간 것이다.
 
김영일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명산 대외경제성 부상 등도 결혼을 잘 한 경우다. 김영일은 김일성의 항일혁명시절 전령사였던 전문섭(1919~1998) 전 인민무력부 부부장의 사위이고, 이명산은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예부위원장의 딸과 결혼했다. 오극렬의 넷째 사위인 최태영도 평양음악무용대학 작곡학부를 졸업하고 아내를 잘 만나 김일성고급당학교 양성반을 거쳐 평양시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제1비서로 출세했다.
 
결혼설만 무성한 김여정(28)과 결혼할 사람도 출신 성분이 낮을 경우 ‘금수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김여정은 지난 7일 노동당 제7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이 되면서 정치적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 김여정의 남편은 장성택처럼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지만, 북한 남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 사람들은 장성택처럼 ‘처갓집 덕’을 본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자신이 그렇지 못하면 ‘암고양이 같은 남자’라고 놀리기도 한다. 함경남도 함흥철도국에 근무한 탈북민 황철성씨는 “북한에서 신분 변화가 어렵기 때문에 ‘처갓집 덕’을 볼 수만 있으면 어느 누가 마다하겠느냐”며 “하지만 친구가 그럴 경우는 ‘너는 자존심도 없냐’며 ‘암고양이 같은 놈’이라고 시기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암고양이를 약삭빠른 사람들을 비유할 때 자주 사용한다. ‘약삭빠른 고양이가 밤눈 어둡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고양이는 ‘약삭빠르다’의 대명사다. 황씨는 “정확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지만 수고양이는 발정나면 가출하지만 암고양이는 발정해도 귀가할 정도로 약삭빠르다고 북한 사람들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수석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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