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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슬의 만만한 리뷰] (12) 여자는, 흑인은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했나? 그녀들의 용기있는 고백, 영화 '헬프'

영화 <헬프>의 주연들. 왼쪽부터 스키터 역의 엠마스톤, 미니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 에이블린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 [사진 DreamWorks]

영화 <헬프>의 주연들. 왼쪽부터 스키터 역의 엠마스톤, 미니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 에이블린 역의 비올라 데이비스. [사진 DreamWorks]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란 책을 아시나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십시오”라는 글과 함께 선물한 게 알려지면서 ‘대통령도 읽은 책’이란 타이틀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죠.  

1960년대 미국 남부, 유색인종 차별을 그린 영화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
백인 사회에 보내는 유쾌하고 통쾌한 복수


 
이 책은 당연하게 여겼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했던 영향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소설은 마치 ‘르포’ 같아 읽는 독자들이 좀 더 사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오찬 당시 문재인 대통령께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했다. [중앙포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청와대 오찬 당시 문재인 대통령께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했다. [중앙포토]

 
책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추후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하며 잠시 미뤄두겠습니다. 뜬금없이 책 이야기냐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늘 소개할 영화 ‘헬프’는 소설 ‘82년생 김지영’과 다른 듯 닮아 있습니다. 
 
영화 ‘헬프’는 ‘82년생 김지영’처럼 ‘차별’에 관한 영화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이 성차별에 관한 이야기라면, 영화 ‘헬프’는 흑인과 백인,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죠.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마을. 여자는 그저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정원과 가정부가 딸린 집의 안주인이 되는 게 최고라 여겨지던 시절.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를 거부한 주체적인 신(新)여성 ‘스키터(엠마 스톤 분)’가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 그녀는 살림 정보에 관한 칼럼을 맡게 되죠. 그래서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 분)’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영화 <헬프>에서 스키터(엠마 스톤 분)는 주체적인 신 여성으로 등장한다. [사진 DreamWorks]

영화 <헬프>에서 스키터(엠마 스톤 분)는 주체적인 신 여성으로 등장한다. [사진 DreamWorks]

 
그 시절 미시시피는 유색인종과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했는데요. 흑인 가정부와 화장실을 같이 쓰지 않고(변기를 같이 쓰면 병에 걸린다는 루머까지 만들어 냅니다), 화장실에서 휴지를 몇 칸 쓰는지까지 철저히 감시했습니다. 대부분 백인들은 그들과 철저히 ‘분리’해서 다른 의미의 '차별'을 받길 원했죠. 물론 모두 다 그랬던건 아닙니다. 그들과 친구처럼 지냈던 스키터도 있었으니까요.
 
스키터는 친구들이 가정부에게 하는 행동, 이를테면 겉으로는 위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무시하는 일련의 행동들을 보며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엄마처럼 키워줬던 흑인 가정부 콘스탄틴(시실리 타이슨 분)이 자신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그만뒀다는 점에 의심을 품기 시작하죠. 그리고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그들의 삶에 대한 글을 쓰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살림 정보 칼럼에 도움을 줬던 에이블린에게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스키터(엠마 스톤 분)가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 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 DreamWorks]

스키터(엠마 스톤 분)가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 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 DreamWorks]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죄였던 시절,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던 에이블린은 거절합니다. 그녀가 스키터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걸 주인집이나 다른 백인들이 알았을때 자신의 신변이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신의 친구이자 가족같은 동료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들로 해고되고, 모함을 받는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마침내 결심을 하게 되죠. 그녀 자신과 그들을 위해서요. 
 

미니(옥타비아 스펜서 분)와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 분)은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이자 가족같은 관계다. [사진 DreamWorks]

미니(옥타비아 스펜서 분)와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 분)은 서로를 의지하는 친구이자 가족같은 관계다. [사진 DreamWorks]

 
영화의 첫 장면으로 되돌아가 볼까요? 
스키터가 에이블린을 인터뷰합니다.
 

스키터 “크면 가정부가 될 걸 알았나요?”
에이블린 “네. 엄만 하녀, 할머닌 가사 노예였으니…”  
스키터 “다른 인생을 꿈꾼 적은 없나요?”  
에이블린 “없어요.”
스키터 “내 아이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백인 아이를 키우는 심정은 어떤가요?”
에이블린 “...” 
 
이 대화 속에서 같지만(동등한 성(姓)) 같다고 볼 수 없는(흑인과 백인) 두 사람의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죠. 그러면서 두 사람은 긴 여정의 한발자국을 내딛게 됩니다.

 
영화는 유쾌하고 통쾌한 동시에 감동적 입니다. 여기에서 언급되진 않았지만 또 다른 흑인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 분)의 이야기나 백인이지만 백인 사회에서 은근히 따돌림 받는 셀리아(제시카 차스테인 분)의 이야기 등 탄탄한 주·조연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이 영화에 힘을 실어 주죠(그 중에서도 미니가 파이를 만들어 주인집에 복수하는 이야기는 압권입니다). 두시간이 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틈이 없는 영화랄까요?
 
백인이지만 그들의 무리에 낄 수 없었던 셀리아(왼쪽. 제시카 차스테인 분)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 분). [사진 DreamWorks]

백인이지만 그들의 무리에 낄 수 없었던 셀리아(왼쪽. 제시카 차스테인 분)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 분). [사진 DreamWorks]

 
사실 이 영화는 소설이 원작입니다. 원작자 캐서린 스토킷은 5년만에 이 작품을 완성했지만 총 60 군데가 넘는 출판사로부터 출판을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출판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찰나 우연한 기회에 절친한 친구인 감독 테이트 테일러에게 원고를 보여줬고, 실제 미시시피에서 태어나 영화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감독은 자신이 직접 영화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하네요.  
  
에이블린은 자신이 키웠던 아이에게 항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넌 친절하고 똑똑하고 소중한 사람이야.”
 
어쩌면 차별받고 무시 받는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말은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받고 차별받던 이들이 어떻게 통쾌하게 복수하는지 영화에서 확인해보세요.
 
 
헬프
영화 <헬프> 포스터.

영화 <헬프> 포스터.

감독: 테이트 테일러
각본: 테이트 테일러, 캐서린 스토킷
출연: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옥타비아 스펜서
촬영: 스티븐 골드블랫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46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011년 11월 3일
 
현예슬 멀티미디어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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