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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건축] 열린 결말의 공공건축

조재원 건축가 공일스튜디오 대표

조재원 건축가 공일스튜디오 대표

완공 후의 모습이 궁금했던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가 최근 문을 열었다. 탱크 5개로 이뤄진 옛 석유비축기지를 새로 공원으로 조성했다. 석유비축기지는 1970년대 석유파동에 대처하기 위해 지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건축과 함께 이전·폐기돼 일반 시민의 접근이 제한됐었다. 활용 방안을 놓고 오랜 논의가 이어진 끝에 2014년 국제 공모를 통해 건축가 허서구·이재삼·RoA팀이 공동 설계한 ‘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이 당선됐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문화비축기지는 복수의 문화 공간이 하나의 공원을 이루고 있다. 조경과 건축이 유기적으로 펼쳐졌다. 여타 문화시설과 공간문법이 사뭇 다른데도 낯설 법한 공간이 편하게 느껴졌다. 마치 유적을 발굴하듯 각각의 탱크를 묻었던 과정을 복기하며 애초에 탱크들이 터를 잡았던 저마다의 조건을 새로운 계획에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탱크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문화 공간이 만들어졌다.
 
새 문화공간으로 떠오른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 풍경. 생태적 구성이 눈에 띈다. [사진 조승현]

새 문화공간으로 떠오른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 풍경. 생태적 구성이 눈에 띈다. [사진 조승현]

예컨대 계획안의 중요한 개념대로 탱크 조성 당시의 공사 통로를 복원해 각 탱크들을 잇는 공원의 길로 삼았다. 탱크를 덮었던 흙을 치우고 토압(土壓)으로부터 철제탱크를 보호하던 콘크리트 옹벽을 잘라 각각의 탱크로 들어가는 입구로 삼았다. 기존의 석유탱크 5개 중 탱크 3은 그대로 원형을 보존했다. 탱크 1과 2는 해체해 새롭게 구축하되, 그곳에서 나온 자재로 탱크6을 새로 지었다. 탱크 6에 편의시설·강의실 등을 만들고, 탱크 4와 5는 내부의 고유한 구조를 그대로 살렸다. 고립되고 비밀스러웠던 탱크의 안팎이 풍경의 길이 됐고, 다시 생태의 일부로 돌아갔다.
 
각 탱크들을 순환하는 멋진 풍경의 길 못지않게 인상적인 곳이 또 있었다. 누가 필자에게 이 공원의 아름다움을 묻는다면 풍경의 길 못지않게 비워진 진입마당과 그 옆에 조성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다소 어색한 듯 유연한 경계라고 할 것이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는 석유비축기지 시절 이곳에서 먼저 대안적 삶을 실험해 왔던 비빌기지가 이전해 있다. 필자가 몇 해 전 이곳에 처음 왔던 것도 비빌기지의 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문화비축기지 계획이 수립·시행되는 과정에서 비빌기지가 어떻게 될지 내내 걱정 어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시민으로서의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듯 비워진 진입마당과 그곳에 옮겨진 비빌기지의 지속적 관계는 이른바 열린 결말에 해당한다. 서로 충돌하는 요소를 덮지 않고 미래의 변수로 끌어안는 공공건축의 진화를 이곳에서 찾았다면 다소 성급한 판단일까.
 
조재원건축가·공일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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