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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으로] ‘바다의 테슬라’ 무인 컨테이너선, 100년 역사 비료 회사가 만들어

바이킹 후예 노르웨이의 디지털 변신
 
‘OIW 2017’에서 노르웨이 굴지의 기업들이 참여한 민관합동 기구 ‘디지털 노르웨이’도 공식 발족했다. 디지털 혁신을 본격화한다는 신호다. 강연 중인 토르 올라브 모르세스 디지털 노르웨이 CEO. [사진 OIW]

‘OIW 2017’에서 노르웨이 굴지의 기업들이 참여한 민관합동 기구 ‘디지털 노르웨이’도 공식 발족했다. 디지털 혁신을 본격화한다는 신호다. 강연 중인 토르 올라브 모르세스 디지털 노르웨이 CEO. [사진 OIW]

디지털과 기술이 인간과 환경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지난달 25~2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오슬로 이노베이션 위크(OIW)’를 관통하는 화두는 ‘지속가능성’이었다. OIW는 전 세계 기업가·창업가·과학자 등이 참여해 혁신에 관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행사다. 어떻게 돈을 버느냐, 어떻게 살아남느냐를 넘어서 디지털로 어떻게 환경을 이롭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축제였다. 특히 해안선 길이 2만5000㎞를 자랑하는 해양 강국답게 바다에 대한 책임감이 눈에 띄었다. 디지털 개척자로 변신한 바이킹의 후예들을 만났다.

‘오슬로 이노베이션 2017’ 가보니
수심 150m까지 찍는 개인용 해저드론
고래 잡는 대신 보는 하이브리드 범선
지속 가능한 친환경 기술 속속 개발

 
◆ 기술로 해양 환경에 기여하는 기업들=‘바다의 테슬라’. 내년 운항을 목표로 개발 중인 세계 최초 자율항해 전기 컨테이너선 ‘야라 비르셸란’의 애칭이다. 노르웨이의 글로벌 농화학 기업 야라 인터내셔널과 방산업체 콩스베르그 그루펜이 함께 개발 중이다. 그런데 1905년에 설립된 100년 역사의 비료 회사가 왜 전기 선박 제조에 뛰어들었을까.
 
테리예 크누센 야라 전무는 “우리에겐 전 세계의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농부들을 도와 농업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환경오염을 줄이고, 동시에 사업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미션이 있다”며 “이를 실행하는 방법의 하나가 운송의 효율성을 높이는 무인 전기선이었다”고 말했다. 기존의 선박과 운송 트럭이 내뿜는 매연과 소음을 줄이고 무인 청정 해상 운송으로 물류 혁신을 한다는 구상이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출신들이 세운 스타트업 블루아이 로보틱스는 개인용 해저 드론 ‘블루아이 파이오니어’를 소개했다. 수심 150m 악조건에서도 촬영할 수 있는 고화질(HD)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이용자는 드론이 무선 전송한 해저 영상을 선상에서 스마트폰으로 보고 공유도 할 수 있다. 드론에 여러 가지 센서를 장착해 각종 데이터도 모은다. 무게 6.8㎏, 가격은 대당 3550달러(약 380만원)로 이미 300대 이상 선주문을 받았다.
 
크리스틴 스피튼 블루아이 로보틱스 공동설립자는 “사람들은 인간이 결국 바다에서 왔다는 걸 잊는 듯하다. 바다 환경이 점점 파괴되는데 문제의식을 느껴 드론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스쿠버 다이빙과 서핑, 세일링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도 영상으로 보면서 그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녹색 여행 기업 노스 세일링 노르웨이는 하이브리드 범선을 도입했다. 야생동물을 엔진 소음으로 방해하지 않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조용히 고래의 소리를 감상하는 프로그램, 오로라 관찰 투어를 시작했다. 아그네스 아나도티 노스 세일링 노르웨이 단장은 “할아버지는 고래잡이 어부였다. 포경이 금지되면 모두가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래를 잡는 대신 보는 관광업으로 전환했고 고래 잡던 시절보다 더 잘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환경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는 여행자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바다와 생물, 자연을 배우게 해야 하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청정국가 노르웨이의 디지털 리더십=기업뿐 아니라 ‘스마트 시티’를 구상하는 정부의 디지털 리더십도 친환경을 전제로 발휘되고 있다. 실리에 바레크슨 오슬로 사업지원단 스마트 시티 팀장은 “노르웨이는 전기차가 10대 중 4대에 육박해 보급률이 세계 1위다. 수도 오슬로는 2020년부터 화석연료 차량의 시내 진입을 금지하며, 2025년부터 노르웨이 전역에서 디젤·가솔린 차량 판매를 금지한다”고 말했다. 2030년이면 기름으로 가는 차는 사라지게 한다는 목표다. 그녀는 “스마트 시티의 목표는 시민의 삶을 더욱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부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게 행복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하늘에 뿌리는 배기가스도 사라질 전망이다. 대그 포크 페터슨 국영 아비노르(Avinor) 공항공단 CEO는 “2040년이면 모든 노르웨이 국내선 항공기가 전기 비행기로 대체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20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프랑스 에어버스사의 중형 전기항공기 ‘E-Fan X’를 소개하면서다.
 
노르웨이는 북유럽 최대 산유국이지만 화력발전은 총에너지 생산량의 2%에 그치고 산세를 활용한 수력발전 등이 나머지 98%를 차지한다. 석유 수출로 번 돈을 재원으로 운용하는 자산 1조 달러(약 1128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국부펀드는 윤리적 투자로 유명하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매출 30% 이상을 화석연료에서 얻는 기업,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는 기업, 심각한 인권침해 또는 환경 훼손을 한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좀 더 나은 지구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자연환경뿐 아니라 신규 진입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산업적·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데 대한 고민도 눈에 띄었다. 올해부터 사업 수주 경험이 전혀 없는 스타트업도 정부 기관의 일을 딸 수 있도록 조달 규칙을 바꾼 게 한 예다. 전 세계에서 스타트업 육성에 힘쓰고 있는 글로벌 통신회사 텔레노의 시그베 브레케 회장은 “디지털 혁신은 다른 산업 간, 크고 작은 기업 간 교류를 통해 일어난다”며 “믿음에 기반한 글로벌 단위의 기민한 협력이 가치를 창조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에인절투자자 겸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프로드 에일러스틴 크룩스 그룹 CEO는 “원유가 사라지고 있지만 그건 노르웨이엔 아주 좋은 뉴스다. 왜냐하면 이제는 디지털 데이터가 원유인 시대고, 노르웨이는 변신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교육 수준과 자산, 기술 경쟁력, 높은 사회적 신뢰도와 투명성, 작은 나라라 협업이 수월한 것 역시 노르웨이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경희 기자 dungl 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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