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책 속으로] 무덤에 침을 뱉느냐 꽃을 놓느냐…끝나지 않은 두 얼굴의 우상 논쟁

[DEEP INSIDE]탄생 100년, 사후 38년 … 책으로 돌아본 박정희 시대
책으로 돌아본 박정희 시대

책으로 돌아본 박정희 시대

1917년 1월 1일, 이광수가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 『무정』을 매일신보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독립운동가 이상설이 3월 2일 세상을 떠났다. 음악가 윤이상이 경남 산청에서 9월 17일에 태어났고 11월 7일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이 일어났으며, 일주일 뒤 11월 14일 경북 구미에서 박정희가 태어났다. 시인 윤동주가 만주 용정에서 태어난 것은 그해 12월 30일의 일이다. 이 모든 일이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7년 한 해 동안 벌어진 일이다.
 

지금까지 박정희 다룬 책 170종
1998년 조갑제·진중권 ‘무덤’ 공방

한 쪽선 근대화 이룬 탁월한 지도자
반대 쪽선 친일·독재 잔혹성에 초점

정치학자 전인권, 성장 환경에 주목
경제·안보에 집착했던 심리 분석

번역 출간 앞둔 하버드대 교수 책
한국사회의 군사 문화 기원 밝혀

오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 38주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재판으로 여느 해보다 조용하기는 하지만 ‘박정희 탄생 100돌’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도 속속 열리고 있다. 탄핵 국면 이후 선명해진 ‘촛불과 태극기’의 상반된 현실 및 역사 인식은 상당 부분 박정희에 대한 인식과 겹친다.
 
책을 보더라도 그렇다. ‘확고한 신념을 갖고 나라와 국민을 이끌어간 탁월한 지도자’를 제대로 알린다는 『만화 박정희』(조갑제 글, 이상무 그림, 전 3권, 2011)가 있다. ‘박정희의 기회주의적 인생행로를 통해 굴절된 현대사의 아픔을 되짚어보고 그의 친일행각과 군부독재의 잔악상을 살펴본다’는 『만화 박정희』(백무현 글, 박순찬 그림, 전 2권, 2016)도 있다. 출판에서도 ‘박정희’라는 이름은 갈등 전선의 키워드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0종 발간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제목 ‘박정희’를 검색한 뒤, 박정희라는 단일 주제에 집중한 책들만 헤아리고 시리즈물을 한 종으로 간주하면 약 170종이다. 전기, 논픽션, 학술서, 만화, 자료집, 회고록, 어록 등 장르가 다양하다. 박정희 시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거나 해당 시기 경제, 외교, 문화 등을 다룬 책까지 합하면 250종 가깝다.
 
시기를 보면 전체 170종 가운데 절반 넘는 90종 안팎이 2008년부터 2016년 12월 사이, 즉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시기 사이에 나왔다. 10년 만에 이른바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서, 보수 성향 저자들의 박정희 관련 논저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친(親)박정희 경향 책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
 
정권 단위로 살펴보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 시기인 1981년부터 1997년 사이 20종 안팎이 나왔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 45종 정도가 나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45종,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역시 45종 정도가 나왔다. 탄핵 국면 이후 지금까지 10종 내외가 출간됐다.
 
출판 측면에서 반박과 친박 전선(戰線)의 효시는 1998년 1월 첫 권이 나온 조갑제의 박정희 전기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2001년 전 8권 완간)와 이 제목을 비튼 진중권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1998)였다. 진중권은 ‘박정희 신화’의 구성 요소를 군국주의, 인종주의, 파시즘, 일본 극우파 논리 등으로 파악하면서 이른바 우파 지식인들을 실명 비판했다.
 
통치자 박정희의 심리
 
박정희 평전, 전인권 지음, 이학사

박정희 평전, 전인권 지음, 이학사

정치학자 전인권(1958~2005)의 『박정희 평전』(이학사, 2006)은 꼭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저자의 서울대 정치학 박사학위논문 ‘박정희의 정치사상과 행동에 관한 전기적 연구’(2001)를 정리하여 펴낸 책으로, 학위논문 제목을 부제목으로 삼았다. 전인권의 다음 말은 현재도 유효하다. “기존 연구들은 박정희 자신의 견해와 사상에 대한 주목을 게을리 했거나, 그의 주장과 행동들을 박정희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박정희는 찬성과 반대의 무수한 역사적 평가들 속에서 하나의 박제된 이미지로 남는 데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바탕을 두고, 전인권은 세 가지 심리적 체험과 태도가 박정희의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골수에 사무쳐 그의 태도, 신념, 행동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첫째, 어머니의 만족스런 사랑 속에 양육되며 지니게 된 강력한 나르시시즘. 이 나르시시즘은 손상 받으면 강력한 권력의지로 변모한다.
 
둘째, 어린 시절 경험한 심각한 유기(遺棄) 불안과 대구사범 시절부터 생긴 심리적 고아 의식이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국가주의 사상과 행동으로 이어지며 특히 경제 안전과 안보상의 안전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유년 시절의 가난 체험은 가난 그 자체로 인한 배고픔에서 비롯된 외상, 가난으로 타인에게 의존하다 생긴 수치심으로 인한 외상, 즉 트라우마를 박정희에게 남겼다. 이것은 자주·자립에 대한 강조와 근대화 의지로 이어진다.
 
근대 정치사상의 틀에서 본 박정희
 
한국 현대 정치사상과 박정희, 강정인 지음, 아카넷

한국 현대 정치사상과 박정희, 강정인 지음, 아카넷

정치학자 강정인의 『한국 현대 정치사상과 박정희』(아카넷, 2014)는 현대 정치사 및 사상의 전체 흐름 속에서 박정희를 파악함으로써 박정희를 맥락화시킨다. 이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 박정희의 저서와 취임사, 신년사, 기념사·경축사, 특별담화문, 유시, 치사, 대통령선거 유세 연설 등을 3년에 걸쳐 섭렵, 정리했다. 찬양이나 비난 목적이 아닌 학술 연구로서의 ‘박정희학’의 출발이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준다.
 
근대 국가 건설에 뒤늦게 나서야 했던 우리나라는, 근대와 전근대의 다양한 요소들이 뒤섞인 ‘비동시성의 동시성’ 상황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는 민족주의를 지배 이념으로 내세우면서 권위주의 통치를 정당화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보와 경제발전을 축으로 하는 근대화 목표를 설정하고 반공과 ‘한국식 민주주의를’ 내세웠다. 일본 군국주의, 분단, 냉전 시대가 이러한 ‘박정희 사상’의 역사적 배경이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는 근대화와 민주화 과제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세계적 변화 추세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박정희로 대표되는 냉전적 보수주의와 민족주의 신성화, 그리고 안보와 경제발전을 명분으로 삼는 권위주의의 정당성은 약화되었다. 그럼에도 분단 상황 탓에 박정희가 남긴 유산, 예컨대 반공주의는 지속될 것이다.
 
박정희 혹은 박정희 시대의 기원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강상중·현무암 지음, 책과함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강상중·현무암 지음, 책과함께

현재 우리나라 모 출판사에서 계약을 마치고 번역 중인 하버드대 석좌교수 카터 에커트의 『박정희와 현대 한국: 군국주의의 기원, 1866~1945』(Park Chung Hee and Modern Korea: The Roots of Militarism, 1866~1945. 벨크냅출판사, 2016)에 주목할 만하다. 강상중, 현무암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책과함께, 2012), 한석정의 『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문학과지성사, 2016)과 함께 읽으면 좋다.
 
에커트는 박정희 시대 한국을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된 군국화 과정의 맥락에서 파악한다. 그 과정은 ‘최고지상(最高至上) 통치자 박정희’라는 한 인물로 수렴된다. 제국 일본의 군관학교 생도 박정희와 그의 한국인 동료들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시킬 수 있으며, 권위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는 제국 일본군의 정신을 내면화했다.
 
만주 모던, 한석정 지음, 문학과 지성사

만주 모던, 한석정 지음, 문학과 지성사

에커트는 박정희가 이러한 군사문화와 정신을 근대화 프로젝트에 이식시킴으로써, 한국 사회가 두드러지게 다음과 같은 군사적 성격을 나타냈다는 것을 지적한다. 위기 시 군(軍)이 정치에 개입해야 한다는 확신, 국가 경제 시스템을 중앙 권력이 철저히 계획 관리해야 한다는 신념, 모든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는 ‘하면 된다’ 정신, 국가가 사회 전반에 강한 규율을 강제하면서 질서 유지를 위해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신조 등이다.
 
박정희와 그 시대를 읽는 책
 
『반동적 근대주의자 박정희』(전재호, 책세상, 2000)=경제발전으로 민족자긍심을 높인 정권,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정권. 이 둘이 전근대적 사고와 근대 기술이 결합된 ‘반동적 근대주의’의 두 얼굴임을 밝힌다.
 
『평설 우리 민족의 나갈 길』(박정희, 기파랑, 2017)=박정희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던 1962년 3월 펴낸 저서를 풀어 썼다. 박정희에 대해 비판적인 역사학자 서중석은 이 책을 ‘유신 체제 이해의 바이블’로 언급했다.
 
『박정희와 개발독재시대: 5.16에서 10.26까지』(조희연, 역사비평사, 2007)=박정희 시대를 개발동원체제로 보는 관점에서 진보 성향 사회학자가 썼지만, 해당 시기 주요 사건과 배경의 다양한 측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박정희 새로 보기』(이영훈 외, 기파랑, 2017)=부제목 ‘오늘에 되살릴 7가지 성공모델’이 말해주듯 경제, 정치, 주택문제, 문화, 과학기술, 남북관계, 새마을운동 등에 걸쳐 박정희의 공(功) 측면을 강조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