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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못나고 후줄근한 사람을 닮은 오름 40곳

제주, 오름, 기행 표지

제주, 오름, 기행 표지

제주, 오름, 기행
손민호 지음
북하우스 펴냄
 
크고 높은 산이 최고라 믿던 한 사내가 있었다. 세상을 호령하는 산처럼 살고 싶어 고봉(高峰) 찾아 주유했다. 한라산만 오르면 제주도는 끝인 줄 알던 그에게 작고 낮은 산의 아름다움을 일러준 이는 제주 오름(소형 화산체) 군락의 황홀을 영상으로 떠낸 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이다. 압도하는 한라산보다 그 옆에 엎드린 오름처럼 사는 인생이 더 많다는 걸 깨우치고부터 사내는 오름 여행으로 새 날을 맞았다.
 
“한라산처럼 거대한 세상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비록 누추하나 나만의 세상 하나씩은 우리도 만들면서 산다. 하여 우리의 오름 여행은 정겹고 또 눈물겹다.”
 
손민호(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는 백 번 넘게 울음 삼키며 넘나들던 제주 오름 368개의 추억을 여행자가 부러 시간 내 들러야 할 마흔 개로 추렸다. 그의 15년 오름 사랑은 ‘나다’ ‘살다’ ‘들다’ ‘걷다’ ‘울다’ 다섯 가지 주제로 엮였다. 이 다섯 동사는 우리가 걸어가는 삶의 굽이다.
 
“오름은 사람의 얼굴을 한 산이다. 잘나고 번듯한 저들이 아니라 못나고 후줄근한 우리가 비벼대고 사는 산이다. (…) 오름 어귀 신당을 찾아가 빌었고, 중산간 거친 흙에 메밀을 심었고, 오름 자락의 띠를 뜯어다 지붕을 이었고, 굼부리(분화구)에 소를 풀어 길렀고, 오름 허리에 산담을 두르고 망자를 묻었다.”
 
처음 오름에 들 때 서른 갓 넘겼던 사내는 이제 쉰을 바라본다. 오름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땅과 사람 사이로 드는 것이라는 이치를 깨달으니 중년이다. “이 책은 어쩌면 그 세월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고, 오름길에서 맺은 허다한 인연에 대한 감읍이다. 고(故) 김영갑이 사랑했던 용눈이오름에 와 그는 쓴다. “여행은 낮선 공간을 경험하는 일이 아니라 낯선 시간을 경험하는 일일지 모른다. 그의 시간이 오늘 여기의 공간으로 남아 있으므로.”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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