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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관점에서 본 카탈루냐 독립 가능성은] 경제적 '고난의 행군' 불 보듯 뻔해

EU·스페인 중앙정부 반대 강경 … 자치정부 빚 많고 EU 국가와 수출입 비중 커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왼쪽)와 독립을 반대하는 시위대. / 사진:연합뉴스

카탈루냐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대(왼쪽)와 독립을 반대하는 시위대. / 사진:연합뉴스

스페인이 혼란에 빠지고 있다. 가장 부유한 카탈루냐 지역이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지난 10월 1일 독립 의사를 묻는 투표를 강행한 때문이다. 다만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10월 10일 독립 선언을 일단 유예하고 중앙정부와 대화를 선언하면서 예봉이 꺾인 것이 사실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항복을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결과로 이어지든 스페인이 상당 기간 혼돈을 겪으면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스페인과 카탈루냐를 유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하는 스페인 동남부 카탈루냐 지역의 인구는 나라 전체의 16%를 차지하지만 지역총생산(GRP)은 국내총생산(GDP)의 19%를 차지한다. 카탈루냐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 역사를 자랑하며 주민들은 이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다. 하지만 스페인은 원래부터 언어·문화·역사적으로 통일된 나라가 아니었다. 스페인은 현재도 언어적으로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인구 4600만 명 중 공용어인 카스테야노(4400만 명) 외에 카탈라(카탈루냐 900만 명), 갈레고(갈리시아 240만 명), 에우스카라(바스크 100만 명), 아란어(오크어 1만 명) 등 공식 지역 언어가 존재한다.
 
독립 투표 강행 후 독립 선언은 유예
 
이에 따라 1978년 신헌법 제정 이후 여러 지역이 고도의 자치를 누리고 있다. 1975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가 세상을 떠난 후 스페인은 신헌법 제정에 나서면서 민주주의로 가는 이행 절차에 들어갔다. 많은 토론을 거쳐 1978년 제정된 신헌법은 국민의 인권과 권리, 그리고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보장하면서 각 지방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했다. 사실 스페인은 언어와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전통은 물론 경제적·사회적 구조에서도 차이가 뚜렷한 지방이라는 ‘독립체’로 이뤄진 나라다. 이는 스페인이 중앙정부가 통치를 위해 지역을 나눈 게 아니라 지역에 있던 작은 왕국들이 필요에 의해 15세기 후반에 통합 왕국을 건설했다는 역사에서 기인한다.
 
자존심 강한 카탈루냐도 신헌법이 보장한 자치를 누리며 스페인의 일부로 무난히 지내왔다. 하지만 2012년 11월 초 가난한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정부가 재정난에 빠져 중앙정부에 49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신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여파가 카탈루냐에도 미치면서 분리 독립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2013년 12월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스페인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2014년 11월 9일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중앙정부가 위헌을 주장하며 반대에 나선 것은 물론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도 카탈루냐 지역이 독립하면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비공식 독립 투표가 이뤄졌는데 반대파가 대거 기권해 투표율은 40%에 그쳤다. 투표자의 찬성률은 80%에 이르렀다. 그 후 2015년 9월 27일 자치의회 선거에서도 독립 찬성 여론이 높자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는 그해 11월 9일 18개월 이내에 독립한다는 ‘독립 절차 시작 선언’을 의회에서 채택했지만 이듬해 8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그러다 이번에 공식 투표를 한 것이다. 투표 직전 중앙정부에서 경찰을 파견해 투표를 저지하면서 찬성률이 91.96%를 차지했지만 역시 반대파가 기권하면서 투표율은 42,58%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투표 불참을 반대로 간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독립 선언 자체가 유보된 상황이다.
 
BBC 방송은 카탈루냐는 이미 독립을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1978년에 제정된 스페인 헌법에 따라 광범위한 영역에서 자치를 해왔기 때문이다. 독자 의회, 최고지도자, 깃발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잘 무장된 지역 경찰인 ‘모소스 데스카드라’도 보유하고 있다. 1만 7000명으로 이뤄진 모소스는 지난 10월 1일 독립을 묻는 주민 투표 당시 이를 저지하라는 중앙정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지역에 대한 집단 충성심이 입증된 셈이다. 보건의료 서비스와 학교 교육 시스템도 지역 정부가 관장해왔다. 지역방송사가 운영 중인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방송을 규제하는 지역방송위원회까지 운영 중이다. 자치정부 차원의 외교활동도 이미 하고 있다. 카탈루냐 지역의 교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카탈루냐 사무소가 세계 여러 곳에 설치돼 수많은 인력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사실상 미니 대사관이다. 여차하면 바로 카탈루냐의 외교 공관으로 사용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보유해 카타루냐가 갖지 못한 것은 국경을 맞댄 프랑스와의 출입국과 관세 통제권, 국방권, 항공관제권, 중앙은행 정도다.
 
EU·나토 “카탈루냐 독립하면 회원국으로 받지 않겠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 사진:연합뉴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정치·행정적인 측면을 보면 카탈루냐 독립은 무슨 독립운동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스페인 자체가 여러 나라가 결합한 연합왕국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다르게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경제적인 파장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사실 경제는 독립 주장의 핵심적인 이유다. 카탈루냐 주민들이 독립 투표를 거듭 실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역사성·지역성·언어 등 다양한 시각이 있다. 물론 그런 요소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경제와 관련한 주민들의 피해 의식을 꼽을 수 있다. 카탈루냐의 독립을 주장하는 측은 집회나 시위 등에서 ‘마드리드 노스 로바(Madrid nos roba)’라고 적힌 슬로건을 즐겨 외친다. 이런 내용을 적은 깃발이나 배너를 들고 나오거나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한다. 그 뜻은 ‘마드리드가 우리에게 강도짓을 하고 있다’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부유한 카탈루냐가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얻는 것보다 지불하는 것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카탈루냐 지역은 중앙정부에서 교부받는 것보다 중앙정부에 보내는 세금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2014년 기준으로 중앙정부는 공공 지출을 통해 카탈루냐에 되돌려준 금액보다 100억 유로가 많은 국세를 이 지역에서 징수했다. 하지만 부유한 지역에서 징수한 세금을 가난한 지역에 더 많이 풀어 국가 전체의 지역 격차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강탈’로 매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도 카탈루냐 내외에서 만만치 않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카탈루냐가 독립할 경우 이전과 같은 수준의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 경제와 동의어로 통한다.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유한 건 사실이다. 주민 숫자는 스페인 전체 인구의 16%이지만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이고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경제를 돌리는 거대한 엔진인 셈이다. 스페인은 지난 2007~2008년 심각한 재정난으로 국가 이미지가 많이 훼손됐지만 그래도 글로벌 경제를 이끌고 있는 고속기관차의 하나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로 GDP가 명목금액 기준으로 1조2325억 달러에 이른다. 11위인 한국(1조4112억 달러), 12위인 러시아(1조2807억 달러), 13위인 호주(1조2589억 달러) 다음의 14위다. 유럽에서는 독일(3조4666억 달러)·영국(2조6291억 달러)·프랑스(2조4632억 달러)·이탈리아(1조8507억 달러)에 이은 5대 경제대국이다. 이 가운데 영국을 빼고는 모두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인데, 스페인은 이 가운데 4위다. 개방경제체제를 통한 교역도 활발해 세계 12위의 수출국가이며 16위의 수입국가다. 1인당 GDP도 2만6565달러로 25위인 G7국가 이탈리아(3만507달러), 26위인 한국(2만 7534달러), 27위인 산유국 브루나이(2만6935달러)에 이어 28위다. 29위를 차지한 세계적인 산유국인 쿠웨이트(2만6244달러)와 비슷하다. 여기에 유엔의 인간개발지수도 33위를 차지해 세계적으로 고소득 국가에 고인간 개발 국가로 분류된다. 영국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스페인은 세계 10위의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
 
게다가 스페인 경제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2015년 경제성장률이 3.2%로 2007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해 EU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이다. 이를 통해 스페인은 EU경제의 모범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도 유로존에서 가장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스페인이 이런 성적표를 받으며 유럽의 경제우등생으로 거듭난 데는 카탈루냐 지역의 경제 활성화가 큰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 금융업·제조업·물류산업은 물론 관광에서도 단연 발군이다.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에서 내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이다. 매년 스페인을 찾는 7500만 명의 외국 관광객 중에서 1800만 명이 카탈루냐를 최우선 희망지역으로 꼽았다. 관광 인프라도, 음식도 최고로 통한다. 성가족 성당을 비롯해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남긴 거대한 유산이 바르셀로나 지역에 고루 퍼져 있다. 바르셀로나는 EU 취급 중량 기준으로 유럽의 20대 항구에 들어간다. 카탈루냐 지역의 타라고나 주에는 유럽 최대의 화학 허브가 설치돼 있다. 인력의 질도 우수하다. 노동력의 3분의 1은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았다.
 
중앙정부에서 받는 교부금보다 내는 세금이 더 많아
 
하지만 카탈루냐에서 독립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제계는 벌써 행동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행동에 들어간 것이 경제를 돌리기 위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회사들이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투표에 앞서 카탈루냐 경제의 심장부를 형성하는 지역 은행의 상당수가 만일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독립을 선언할 경우 본사를 수도인 마드리드로 즉시 옮기기로 결정했다.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할 경우 기업들의 유동성이 크게 떨어져 경제난에 빠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마드리드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선언하면서도 카탈루냐 지역의 기업이 스페인의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면 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카탈루냐의 독립을 빈 껍데기를 넘어 아예 악몽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EU와 나토는 이번에도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할 경우 결코 회원국 자격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재차 선언했다. 말이 선언이지 엄청난 압박이다. 단일 시장과 안보 보호막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카탈루냐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부채다. 카탈루냐 지역정부는 현재 770억 유로의 부채를 안고 있다. 이는 카탈루냐 지역 GDP의 35.4%에 해당한다. 그중에서 520억 유로는 스페인 중앙정부에 지고 있다. 만일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이탈할 경우 중앙정부에 진 빚부터 갚아야 한다. 떼먹을 경우 대외신용도가 급락해 새 정부 운영경비와 기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상당한 고이자율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마련할 수밖에 없다. 돈줄이 마르거나 고율의 이자에 허덕이게 된다면 대외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카탈루냐 경제가 이전과 같은 활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카탈루냐는 2012년 중앙정부에 큰 빚을 졌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재정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융통하기가 힘들어진 지역정부를 위해 현찰을 제공하는 특별기금을 마련했다. 카탈루냐는 지금까지 총 670억 유로를 융통했다. 그 결과 이 기금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독립을 선언할 경우 더 이상 이 기금에 손을 벌리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 과도한 부채 상환의 굴레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 설사 카탈루냐가 독립 쪽으로 방향을 튼다손 치더라도 이 부채를 어떤 조건으로 얼마니 이른 시일 안에 갚느냐는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독립을 하더라도 이 부채는 카탈루냐 경제의 발목을 잡는 ‘둠스데이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카탈루냐가 독립에 나선다면 스페인 중앙정부가 지고 있는 1조3000만 달러에 이르는 대외부채의 일부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GDP의 100%에 근접하는 액수다. 설사 카탈루냐가 독립을 이룬다고 해도 중앙정부에 내놓던 돈을 되찾는 ‘경상수지 흑자 독립’이 아니라 ‘빚투성이 독립’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경우 카탈루냐는 경제성장의 엔진이 꺼진 암울한 상황에서 무거운 어깨로 새 출발할 수밖에 없다. 내 세금이 중앙정부에 가는 게 싫다고 독립을 선언했더니 외려 세금 낼 돈조차 제대로 벌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독립 선언과 관련한 이러한 불확실성은 카탈루냐 경제에 실제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탈루냐 지역 은행 중 두 곳은 독립 여부와 상관없이 본사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BBC는 카탈루냐와 EU와의 관계에 대한 불확실성은 독립 선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카탈루냐를 포함한 스페인 경제 자체가 EU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스페인 수출 대상 국가의 1~5위가 EU 회원국이다. 프랑스(15.7%)·독일(11%)·이탈리아(7.4%)·영국(7.4%)·포르투갈(7.1%) 순이며 6위가 미국(4.5%)이다. 수입도 비슷한 상황이다. 독일(14.1%)·프랑스(11.7%)·중국(7.1%)·이탈리아(6.5%)·네덜란드(5%)·영국(4.9%)의 순이다. 중국을 제외하면 모두 EU회원국이다.
 
스페인 중앙정부에 진 빚만 520억 유로
 
카탈루냐의 수출 대상 국가도 국가 전체와 별 차이가 없다. 수출의 3분의 2가 EU회원국을 향한다. 카탈루냐 번영에 한몫했던 EU 회원 자격은 독립 이후에 자동으로도, 즉시도 얻을 수가 없다. 만일 독립을 하고 EU 가입을 하려고 할 경우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EU의 대주주인 스페인이 받아줄 리가 없다. 더구나 이미 EU는 카탈루냐가 스페인에서 분리할 경우 별도 회원으로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산더미 같은 빚을 안은 데다 EU 회원국 자격도 없는 독립공화국 카탈루냐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일부 독립 찬성론자는 이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U에 가입하지 않아도 개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EU 시민이 국경을 마음대로 넘어 들어오고 나갈 수 있게 허용해주고 독립 카탈루냐 국민도 호혜평등의 원칙에 따라 EU 회원국에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필요한 비용이 있으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소리도 한다. 국민투표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정부가 하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단일 시장 접근이 그렇게 쉽다면야 EU가 왜 결성되었겠는가. 탈퇴 국가나 이탈 지역이 단일 시장에 손쉽게 접근하게 해줄 경우 EU를 유지할 명문과 이익이 동시에 사라지는데 EU 회원국과 대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그동안 스페인의 일부였던 카탈루냐는 동시에 EU의 일부로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본 것이 사실이다. 주민들은 EU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마드리드의 중앙정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유럽 전역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글로컬’ 시대를 마음껏 즐겨왔다. 카탈루냐는 EU가 만든 유럽 내 글로컬 시대의 최대 수혜자의 나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독립을 선언할 경우 이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뿐이 아니다. 독립으로 맞을 수 있는 경제적 문제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할 경우 지금 통화로 쓰고 있는 유로화를 쓸 수 없고 유럽중앙은행(ECB)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것도 문제다. 새로 EU에 가입하게 되면 그때야 유로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회원국이라고 쉽게 유로화를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셈에 밝고 상인 기질 강한 카탈루냐 주민의 선택은
 
이론적으로는 이런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신규 EU 회원국이 유로존에 가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은 필요조건일 뿐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새로운 나라가 유로존에 진입하려면 기존 회원국의 다수가 이를 허용해야 한다. 스페인이 가만히 있을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희박해 보인다. 대신 다른 나라와 손잡고 이를 철저히 막으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카탈루냐의 독립 선언을 막고, 독립을 해도 EU 가입을 막으려고 할 스페인이 유로존 가입을 방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긴 하다. 하지만 카탈루냐가 독립으로 가는 길은 산 넘고, 물 건너 바다를 넘는 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독립은 무력으로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현재 카탈루냐 독립주의자들이 내세우는 것은 주민투표의 찬성률이다. 하지만 이런 손실이 명백해질 경우에도 주민들의 여론이 독립 찬성으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EU의 기존 회원국에 포함됐던 특정 지역이 별도로 독립을 선언한 후 새로운 나라로서 신규 가입을 신청한 경우가 지금까지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독립국가 카탈루냐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고도 유로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생길 수는 있다. 실제로 바티칸이나 이탈리아 반도의 작은 공화국인 산마리노도 유로화를 쓰고 있다. 유로존에선 이를 오히려 장려한다. 나라 성격이 특수하거나 규모가 너무 작아 EU에 가입하기도 곤란한 나라들이다. 2008년 세르비아(이전 신유고연방)에서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는 유로존은 물론 EU에도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유로화를 공식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2006년 국민투표를 거쳐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한 몬테네그로도 마찬가지다. 각각 인구가 190만 명과 67만 명에 불과한 미니 국가다. 인구 350만 명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도 유로화를 비공식 화폐로 사용하고 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에서 분리 독립한 뒤 세르비아계, 보스니아인(무슬림으로 개종한 남슬라브인), 크로아티아인이 삼각 내전을 겪다가 세르비아계가 구성한 스르프스카(세르비아를 세르비아어로 부르는 말)공화국과 무슬림-크로아티아 연방이 합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공화국을 구성하는 이중연방을 이뤘다.
 
내전 중에는 세르비아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디나르나 크로아티아의 쿠나를 사용했지만 가치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인 화폐인 독일의 마르크를 대용 화폐로 썼다.
 
문제는 코소보·몬테네그로·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유럽중앙은행에 전혀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화폐만 사용해서는 유로존의 이점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경제적인 성공으로 자존심이 강한 카탈루냐가 화폐·금융 분야에서 가난한 발칸국가와 같은 고초를 겪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의 수를 맞더라도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하기만 하면 경제적인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하다. 지도자가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라고 외칠 수는 있겠지만 주민들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고 경제적으로 갖은 고초를 감수할 만큼 ‘독립의 환희’가 달콤할지는 의문이다. 전통적으로 셈에 밝고 상인 기질이 강한 것으로 이름 높은 카탈루냐 주민들이 합리적인 선택 대신 과격한 ‘민족주의’의 험로를 갈 것인가.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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