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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모스다] (33) 비하인드 더 신 (상) : 모터스포츠가 '산업'인 이유

연간 전세계 4억 2500만명의 TV 중계 시청자(2014년 기준), 단일 경기 최대 18만 5000여 관중(2017년 9월 기준)이 모여드는 글로벌 인기 스포츠인 F1으로 대변되는 모터스포츠는 단순히 스포츠를 뛰어 넘어 산업으로도 불린다. 
 
[사진 F1 홈페이지]

[사진 F1 홈페이지]

화려한 겉모습만 대중들에게 알려졌을 뿐, F1 팀의 실체적 규모는 크게 알려져있지 않다. 지난 2016년, 비즈니스북GP는 F1에 참가한 10개 팀의 예산을 공개했다. 단순히 전체 예산 규모를 뛰어넘어 스폰서로부터 지원받은 금액과 파트너사의 투자, FOM(포뮬러 원 매니지먼트) 지급액 등 세부적으로 구분져 팀별 예산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숫자로 본 F1…총액은 비슷해도 그 속은 다르다]
2015 시즌 F1 팀별 예산 현황.

2015 시즌 F1 팀별 예산 현황.

2015년 기준, 연간 팀 예산은 최소 8300만유로(약 1104억원, 마루시아)에서 최대 4억 6870만유로(약 6235억원, 레드불레이싱) 가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총액 기준, 예산 상위권 3개팀은 4억 6000만유로 선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그 예산이 어디서 났는지 구성을 살펴보면, 서로 다른 성격을 보였다.
 
팀의 메인 스폰서로부터 가장 많은 돈을 끌어온 팀은 다름 아닌 레드불레이싱이었다. 반면 파트너사의 투자가 가장 큰 팀은 맥라렌혼다였다. 이들 가운데 스폰서 비중이 가장 적은 곳은 메르세데스AMG페트로나스. 하지만, 파트너사 투자는 2억 1240만유로로 레드불의 6배에 달했다.
 
이같은 대규모 예산은 그럼 어떻게 쓰일까. 그저 바라보기에도 황송한 F1 머신과 드라이버에게만 가는 것일까.  
 
[5%를 위해 95% 동안 밤낮을 쏟아붓는 이들]
[사진 레드불레이싱]

[사진 레드불레이싱]

2015년 F1에 4억 6870만유로를 쏟아부은 레드불레이싱의 직원 수는 500명 가량. 이에 조금 못 미치는 4억 6740만유로의 예산을 자랑하는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모터스포츠의 직원 수는 700명에 달한다. 지금은 매출액 규모 기준으로 구분 기준이 바뀌었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기준대로라면 '사원수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의 중소기업보다도 훨씬 큰 규모다.
 
10개 팀, 20명의 드라이버가 1년동안 19개 도시를 오가며 대회를 치루는 사이,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수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 1년 365일 중 대회 결승이 치뤄지는 날은 오직 19일. 1년 중 5%에 해당하는 날을 위해 트랙의 뒷편에서 드라이버 수보다 최소 100배는 많은 이들이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이다.
레드불레이싱의 엔지니어 올레 쉬액(왼쪽)과 팀 코디네이터 제라드 오레일리. [사진 레드불레이싱]

레드불레이싱의 엔지니어 올레 쉬액(왼쪽)과 팀 코디네이터 제라드 오레일리. [사진 레드불레이싱]

 
레드불레이싱은 지난 2014년, 그랑프리를 준비하는 트랙 뒷편에서 고생하는 이들의 하루를 11분 남짓의 영상으로 소개했다. 영상 속 주인공은 레이스 미케닉인 올레 쉬액과 팀 코디네이터 제라드 오레일리.
 
F1 그랑프리 하이라이트 영상 등에 비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모터스포츠의 주인공은 드라이버만이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사진 레드불레이싱]

[사진 레드불레이싱]

영국 남부 밀튼 케인스에 위치한 레드불레이싱의 본부. 미국서 열리는 그랑프리를 앞두고 모두가 레이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차석 엔지니어인 쉬액은 머신의 최종 점검과 조립에 여념이 없다. 이 단계에서 약간의 오차나 실수가 발생한다면 아무도 그 문제를 알지 못한 채 머신은 영국을 떠나 미국의 오스틴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적게는 차량의 리타이어에서 크게는 드라이버의 부상까지 피해를 부를 수 있다.
 
쉬액이 마지막 점검·조립에 나서는 동안 오레일리는 미국으로 향할 팀의 짐을 챙겨본다. 각 팀들이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F1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물류 전쟁과도 같다. 최고 2100t 가량의 화물이 경기 일정에 따라 오가는데, 이중 600t은 비행기를 통해, 1500t은 선박을 통해 운송된다.
[사진 레드불레이싱]

[사진 레드불레이싱]

 
영상 속 오레일리가 챙기는 화물들은 비행기를 통해 옮겨질 '중요 품목'들이다. 머신과 스페어 부품, 각종 공구류 등 단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품목들이다. 모든 품목들은 견고하게 고정되어야 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업데이트 되는 부품들도 눈여겨봐야 한다.
 
[2명의 드라이버, 그리고 수백명의 스태프]
 
레드불레이싱의 팀 매니저 조나단 휘틀리. [사진 레드불레이싱]

레드불레이싱의 팀 매니저 조나단 휘틀리. [사진 레드불레이싱]

그랑프리 당일, 스태프들은 어떤 일들을 하게 될까. 팀 매니저 조나단 휘틀리는 이날 대회 전반의 모든 부분을 관리한다. 피트 크루가 FIA의 규정을 준수하는지부터 패독(피트 뒷편에 위치한 팀 공간)의 하우스는 잘 운영되고 있는지까지. 트랙 안팎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이 그의 소관이다.  
 
그랑프리 결승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은 드라이버들은 SNS를 통해 화려한 '애프터 파티'를 자랑하곤 한다. 결승전 다음날, 트랙 뒷편에 서있는 스태프들은 어떤 일들을 할까.
 
그랑프리 다음날, 크리스찬 호너 레드불레이싱 대표가 각 분야 담당자들과 디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레드불레이싱]

그랑프리 다음날, 크리스찬 호너 레드불레이싱 대표가 각 분야 담당자들과 디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레드불레이싱]

레드불레이싱의 대표 크리스찬 호너는 그랑프리 다음날 다양한 서류들을 결제해야 한다. 드라이버나 팀 크루가 공항에서 마셨던 생수, 점심식사, 과자 등 10파운드 이내의 소소한 금액부터 경기를 통해 얻은 복잡한 데이터 분석 결과까지. 그의 손을 거쳐가지 않는 것이 없다. 경기에서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프로팀인 만큼 레드불을 응원하는 관중들이 얼마나 왔는지, 그랑프리에서 팀 로고가 들어간 다양한 기념품들이 얼마나 판매됐는지, 대회에 따른 마케팅 성과는 어땠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
 
우승이 드라이버 단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대회 다음날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랑프리 기간, 각각의 피트스탑 장면을 면밀히 분석해 어떤 피트 크루가 빨랐고, 느렸는지 개선점을 찾고 그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신속한 타이어 교체는 팀의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피트스탑에서 0.1초가 포디움에 오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터스포츠팀, 스포츠를 넘어 기업으로]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의 대표인 토토 울프.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의 대표인 토토 울프.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이같은 '비하인드 더 신'에 대한 설명은 최근 F1의 패권을 쥐고있는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토토 울프는 팀의 감독이자 '엉트르프르뇌(기업가)'로도 불린다. 울프는 "다른 비즈니스와 마찬가지로 모터스포츠팀 역시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이버에겐 뛰어난 차량을 개발할 엔지니어가 필요하고, 엔지니어에겐 그들의 연구 성과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유지와 보수를 하는 미케닉이 필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차를 개발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할 매니저도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드라이버와 엔지니어, 미케닉까지는 모터스포츠 매니아라면 자주 볼 수 있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직군들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이 팀의 마케팅 오퍼레이션 디렉터인 빅토리아 바울레스는 "팀의 파트너십 관리를 통해 팀이 매 경기 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엔지니어와 미케닉, 드라이버 모두 최고의 기량을 낼 수 있도록 최고의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파트너십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상품 판매와 팬 미팅, SNS 등을 통한 홍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파트너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울프가 "히든 챔피언"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한 이들도 있다. 바로 물류 담당자다. 울프는 "그들의 노력을 볼 때마다 놀라울 정도"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은 결승 경기가 열리는 일요일에 맞춰 경기장을 영국 브래클리 본부에 버금가는 환경으로 바꿔놓는다. 가치를 매기기 힘들 만큼 중요한 두 대의 머신을 안전히 옮기는가 하면, 미케닉과 드라이버 등 팀 스태프들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피트를 꾸리고, 엔지니어와 그밖의 인력들이 대회 기간 원활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모터홈 등을 준비한다. 그들의 노력 없이는 '선데이 레이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울프의 이야기다.
 
팀의 경기장 물류(Trackside Logistics) 담당자인 데니스 렉은 자신의 업무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열리는 그랑프리라면 대형 트레일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대륙을 오가는 그랑프리 일정상 화물기나 화물선을 이용하기도 한다. 일정에 맞춰 현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 '시간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현장에 일찍 도착했다 한들, 주최측이 허가한 시간 동안만 패독 출입이 가능해 결국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다. 
경기장 패독에 위치한 각 팀들의 '모터홈'. [사진 F1 홈페이지]

경기장 패독에 위치한 각 팀들의 '모터홈'. [사진 F1 홈페이지]

 
렉은 특히, VIP들이 방문하는 모터홈 등 전시 및 휴게공간 조성도 피트나 팀 스태프 시설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메르세데스의 모터홈은 28개의 컨테이너로 구성된 '이동식 호화 주택'과도 같았다. 그는 "최고의 소비자 경험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고 수준의 시설을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팀이라는 기업 만으로도 충분치 않은…파트너십의 중요성]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제 아무리 팀에 엔지니어링 파트와 물류, 마케팅, 재무, 법무 등 다양한 부서가 있어 하나의 '기업'아라고 한들, 그 팀만으로는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다. 팀의 재정 능력과 규모에 따라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에 버금가는 이 팀들은 모두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른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물류 분야에선 DHL이 F1 전반의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주최 측인 FOM뿐 아니라 타이어를 공급하는 피렐리의 화물을 옮기고 개별 팀들의 일부 화물 역시 DHL이 매 시즌 전세계를 오가며 옮기는 것이다. 각 팀별로는 별도의 물류 기업과 추가로 파트너십을 체결한다. 고도의 정밀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인 머신과 각종 부품들은 이같은 물류 전문 기업들에 의해 조심스럽게 대륙을 넘나든다.
 
'왜 모터스포츠 스폰서·파트너 중에 물류 기업이 많은걸까' 궁금해한 이들에게 어느정도 답이 됐을까. 모터스포츠와 로지스틱스와의 연관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팀의 규모와 머신의 정밀도가 높아지면서 팀의 물류에 대한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프로 모터스포츠 대회인 슈퍼레이스의 메인 스폰서가 대한통운인 것도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킷의 포장면. 위아래 경사뿐 아니라 좌우 기울기가 얽힌 3차원의 공간이다.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서킷의 포장면. 위아래 경사뿐 아니라 좌우 기울기가 얽힌 3차원의 공간이다. [사진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또 '1분 1초'를 넘어 0.001초를 다투는 F1의 세계에서 데이터 확보와 그 데이터의 분석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300km/h를 넘나드는 속도로 내달리는 F1 머신과 엔지니어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점검과 분석을 행하는 데엔 IT 전문 기업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고도화된 각종 첨단 기술이 집약된 모터스포츠는 기업과 기업 간의 파트너십뿐 아니라 직접적인 고용 창출의 기능도 갖고 있다. 그저 '스포츠 팀'이라고만 부르기엔 부족해보이기도 하다. 아니면, 우리가 그간 '스포츠 팀'이라는 개념을 너무 작게만 봤던 것일 수도 있다. 높은 수준의 교육과 훈련 등을 거친 우수한 인력들이 모인 만큼, 그간의 F1이 눈부신 성장을 거두고 그 기술이 일반 자동차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같은 F1 팀들 대다수가 본부를 두고 있는 나라가 하나 있다. 각 팀마다 '홈그라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나라에, 그것도 특정 지역에 모여있는 것이다. 이곳에 우수한 엔지니어들과 미케닉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 이는 곧 지역 경제 발전으로도 이어진다.
 
그곳이 어느 나라이고 어느 지역인지는 이어지는 모터스포츠 다이어리를 통해 알아보자.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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