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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씨’의 유리천장은 여전합니다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주인공인 34세 여성 김지영씨를 통해 한국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성차별, 남녀 임금 격차, 눈치 보며 쓰는 육아휴직 등 직장 여성이 겪는 차별 문제를 건드린다. 조 작가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2001년 여성부가 생겼다. 하지만 현실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82년생 김지영씨가 겪은 것처럼 한국은 사회적 남녀평등을 달성했지만 일에서의 남녀평등은 갈 길이 먼 것으로 조사됐다. 법·제도상으로는 남녀평등이 이뤄졌지만 직장생활에서는 여전히 성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의미다. 18일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발간한 ‘여성 문제 2007~2017’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성평등 지수’는 0.7로 주요 아시아 11개국 가운데 둘째로 높았다. 1위는 필리핀(0.72)이었으며 한국에 이어 중국(0.69)·일본·싱가포르(0.66) 순이었다. 하지만 ‘일 성평등 지수’는 0.38로 11개국 가운데 꼴찌다. 1위는 필리핀(0.78)이었으며 이어 싱가포르(0.67)·미얀마(0.63) 순이었다. 맥킨지 한국사무소의 강혜진 파트너는 “한국은 제도적 성차별은 줄었지만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며 “여성이 효율적으로 일하고 정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게끔 업무방식·기업문화를 혁신하고 다양한 롤모델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일 성평등 지수를 모두 고려해 산출한 한국의 성평등 점수(GPS)는 0.57이었다. 여성 인권이 열악한 것으로 평가받는 남아시아(0.44)·인도·중동(0.48)의 평균보다는 높지만 북미(0.74)·서유럽(0.71)은 물론 동아시아(0.62) 평균보다 낮은 점수다. 맥킨지는 95개국에서 남녀 간 교육 수준, 법적 보호, 정치적 동등성, 임금 격차 등 15개 항목에 대한 불평등 정도를 조사했다. 점수는 1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것을 뜻한다.
 
맥킨지는 ‘일 성평등’에서 불평등이 큰 분야로 우선 ‘여성 임원 비율’을 꼽았다. 한국에서 여성 임원은 남성 10명당 1명(10.6%)꼴로 북미·호주(73.6%)의 7분의 1이 안 된다. 여성 직장인이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고 기업 임원으로 승진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의 전문직 여성 수가 남성 대비 83%로 높은 편인 점을 감안하면 심각성이 도드라진다.
 
또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42.7%에 불과했고 무급 노동시간은 남성의 5배(여성 대비 남성 비율 18.9%)를 넘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여성이 가정에서 육아·가사를 전담하는 게 일반적이고, 일을 하더라도 생산성이 낮은 직군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맥킨지는 ‘사회 성평등’에선 정치권에서 여성 비중(남성 대비 16.2%)이 낮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서유럽은 48.6%다.
 
성차별 해소는 인권 개선뿐 아니라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여성은 세계 생산가능인구의 50%를 차지하지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37%에 불과하다. 맥킨지는 경제·사회적으로 완전한 성평등을 이룰 경우 추가로 얻는 경제효과가 2025년 최대 28조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중국의 GDP를 합친 규모에 육박한다. 여성의 경제력이 커지면 새로운 소비시장이 열리고 단순 업무를 하던 여성 노동을 생산성 높은 일자리로 옮기면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도 크다. 특히 노령화 속도가 빠른 국가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노동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여성 인력 활용은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10개국 300여 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여성 임원을 적극 영입한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로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15%)보다 7%포인트 높았다. 세전이익(EBIT)도 적극 영입한 기업(17%)이 없는 기업(11%)보다 좋았다. 여성 임원이 많은 기업은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더 현명한 경영 판단을 내린다는 게 맥킨지의 진단이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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