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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돌 던진 독일, 경찰 버스 밧줄로 당긴 한국

검찰은 지난 17일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을 1년 11개월 만에 처리하면서 “독일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시위 진압용 살수차의 직사 살수로 인한 시민의 피해와 관련해 경찰에 책임을 물은 전례가 없어서였다.
 

검찰,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위 참고
살수차 직사 살수 유사…수십명 부상
65세 남성, 직수 살수에 오른쪽 눈 실명
독일 검찰·법원, 경찰관 4명 유죄 판단

2010년 독일 시위 양상은 한국과 달라
"과잉 진압에 대한 경찰 책임 물으려면
시위 문화 수준도 높여 '악순환' 끊어야"

고 백남기씨 사망 사건, 201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위 참고
검찰이 참고한 사건은 2010년 9월 30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였다.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민 수십명이 다쳐 현지에선 이날 사건을 ‘검은 목요일’로 부른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슈투트가르트에서 경찰의 직사 살수로 시민 수십명이 다치는 등 이번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며 “독일 검찰과 법원도 이번 우리 사건과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2010년 8월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2010년 8월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당시 슈투트가르트에선 바덴-뷔르텐부르크주 의회에서 결정된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시의 중앙기차역을 지하화하고 대규모 교통·상업 시설을 짓는 유럽 내 최대 교통인프라 사업이었다. 시민의 오랜 안식처였던 지상의 궁전공원(슐로스 가르텐)을 허물어야 했다. 2010년 9월 30일엔 공원의 고목을 뽑고 각종 시설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예정돼 있었다. 
 
시민 1000여 명이 이를 막으려고 공원에 모여들었다. 경찰은 방어선을 구축하려 했지만 완강한 저항에 부닥쳤다. 시위대는 오히려 주변의 건축자재와 방치된 철조망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경찰의 진입을 막아섰다. 
 
이에 슈투트가르트 경찰은 경찰봉 사용과 살수차 투입을 결정했다. 처음엔 경고성 살수가 살수 비 형태로 시위대에 뿌려졌다. 하지만 수 시간 대치가 지속되자 지그프리드 스텀프 경찰청장은 “효과가 나타나게 하라”며 살수 수위를 높일 것을 지시했다. 본격적인 직사 살수가 시위대의 몸을 가격했고 부상자 수십명이 속출했다. 이중 디트리히 바그너(당시 65세)는 얼굴에 직사 살수를 맞고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2010년 9월 30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궁전정원(슐로스가르텐)에서 열린 시위에선 경찰이 살수차를 이용해 직사 살수를 해 시민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위키피디아]

2010년 9월 30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궁전정원(슐로스가르텐)에서 열린 시위에선 경찰이 살수차를 이용해 직사 살수를 해 시민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위키피디아]

2010년 10월 1일에도 시위대는 같은 장소(슐로스가르텐)에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위키피디아]

2010년 10월 1일에도 시위대는 같은 장소(슐로스가르텐)에 모여 시위를 이어갔다. [위키피디아]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스텀프 청장을 비롯해 현장지휘를 한 총경, 살수차 팀장, 살수요원 등 총 13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재조사가 반복되며 스텀프 청장이 당시 시위 현장에 있던 모습이 찍힌 채증 영상이 확보됐다. 검찰은 당시 진압 경찰관들이 ‘살수 타격 시 머리를 조준해선 안된다’고 규정한 경찰직무규정(PDV122)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의 해석도 다르지 않았다. 2015년 1월 스텀프 청장에게 살수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벌금 1만5600유로(약 2075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했다. 현장지휘관인 당시 총경도 금고 7월 집행유예 2년에 벌금 6000유로(약 798만원)를 선고 받았다. 살수1·2호차 팀장(경위)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밤·돌 던진 독일, 경찰 버스 공격한 한국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현장 모습. [연합뉴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현장 모습.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이같은 독일의 수사·재판 결과를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에 상당 부분 참고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1차 집회의 진압 작전을 총괄 지휘한 구은수(59) 전 청장이 스텀프 청장과 닮은 꼴이라고 본 것이다. 현장지휘관인 신윤균(49) 총경 등 나머지 경찰관 3명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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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위와 2015년 한국의 민중총궐기는 시위 양상에서 큰 차이가 난다. 당시 슈투트가르트에선 경찰을 가격하기 위한 각목과 쇠파이프, 철제 사다리 등이 등장하지 않았다. 경찰 버스 주유구(실제로는 매연저감장치를 주유구로 착각)에 불을 붙여 방화를 시도하거나 차벽을 무너뜨릴 목적으로 경찰 버스에 밧줄을 거는 모습도 없었다. 
 
물대포에 오른쪽 눈을 영구 실명한 바그너의 저항 도구는 고목서 떨어진 밤과 주변의 돌맹이가 전부였다. 한국의 시위대는 물대포를 맞기 전 경찰 버스에 매달린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백남기씨도 밧줄을 당긴 시위대 중 한 명이었다. 이날 시위에선 경찰관 113명이 부상을 입고 버스 50여대가 파손됐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는 시위대. [연합뉴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는 시위대. [연합뉴스]

 
검찰은 17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야간에, 상황 판단이 어려웠지만 살수차 내부의 CCTV를 확대해 보는 등 직사 살수를 피하기 위해 주의 의무를 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공권력의 남용”이라는 표현도 했다. 다만 시위 진압 과정에서 투입된 차벽, 살수차, 최루액 혼합 살수 등은 대법원의 판례 등에 따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씨가 경찰 '물대포'를 맞는 모습. [연합뉴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씨가 경찰 '물대포'를 맞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거의 2년을 끌던 백남기씨 수사가 정권이 바뀌면서 신속히 결론이 났다"며 "백씨의 죽음에 독일 사례를 적용해 경찰의 책임을 묻고자 했다면 우리의 시위 문화도 그에 상응하는 요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이번 검찰 수사 결과가 폭력 시위에 대한 면죄부로 오해되선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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