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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3) 검사는 아무 이상 없는데 허리가 왜 아프지?

기자
유재욱 사진 유재욱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이 환자를 진료했던 것을 하나하나 복기 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편집자>

 
오늘의 연주곡은 베토벤 첼로소나타 3번이다. 첼로 음악에 있어 바흐의 `첼로 무반주조곡'이 구약성서라면, 이 곡은 신약성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첼로소나타이다. 

남편과 사별한 '정신신체증' 여성
영혼이 상처받으면 몸도 아파
아침·저녁 30분씩 산책하면 도움

 
이곡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절제된 채 깃들어있다. 사랑의 달콤함, 이별의 슬픔, 좌절과 승화의 감정이 어우러지며 교차한다. 그 이유는 베토벤이 이곡을 작곡하기 시작할 무렵 요제피나 백작 미망인과 사랑에 빠져있었고, 이곡을 완성할 즈음 헤어지게 돼 슬픔과 좌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곡은 자랑스러운 한국의 첼리스트 조영창의 연주로 들어보면 좋다. 다소 거친 듯한 저음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내공 안에는 누구도 표현하지 못할 슬픔이 들어있다.
 
오늘의 기억나는 환자분은 남편과 사별한 후 허리가 아파서 잘 못 걷겠다고 호소하시는 분이었다. 앉았다 일어날 때 허리가 아파서 잘 펴지지 않고, 누웠다가 일어날 때도 허리에 통증이 있었다. 조금 걷다 보면 허리가 힘이 없어서 자꾸 앞쪽으로 접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MRI 등 정밀검사를 해봐도 별다른 이상소견이 나타나지도 않고, 치료를 해도 그 때만 조금 좋아질 뿐 요즘은 자다가도 허리가 아파서 잠을 깨는 경우도 생겼다고 한다. 
 
 
허리통증. [중앙포토]

허리통증. [중앙포토]

 
증상을 들어봐서는 척추에 퇴행성변화로 인한 ‘척추증’이나 척추관이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이 의심되긴 하는데, MRI소견도 이상이 없고, 환자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진찰을 해봐도 허리근육이 약해져 있는 것 외에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었다.
 
 
MRI 검사에선 이상소견 없어 
 
“잠은 잘 주무시나요?”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몸이 아픈 경우 처음 물어보는 질문이다. 정신 때문에 육체에 통증이 오는 경우를 정신신체증(Psychosomatic)이라고 부른다. 
 
마음 때문에 몸이 아파지는 경우는 상당히 많은데, 여러 가지 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발견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진단이 안돼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경험 많은 의사가 경험적으로 진단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마음이 다쳤을 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이 잠을 푹 못자거나(주로 자다가 중간에 깨서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의욕이 없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들이다.
 
 
숙면. [중앙포토]

숙면. [중앙포토]

 
“아뇨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데요. 조금 무기력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요.” 인간은 큰 일이 닥치면 ‘이럴 때 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지’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그래서 불면증·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의식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의식 즉 ‘상처받은 영혼’은 쉽사리 낫지 않고, 회복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머니는 지금봐서는 몸에는 크게 이상이 없으신 것 같아요.”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해서 아침 저녁으로 30분씩 산책하듯이 동네를 걸어보세요. 그러면 좋아지실 꺼에요.“
 
 
닥터유의 한줄 처방 : ‘영혼이 상처받았을 때... 걸어라’
영화 '걷기왕'. [중앙포토]

영화 '걷기왕'. [중앙포토]

 
영혼이 상처를 받아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내키지 않더라고 일단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밖으로 나가 따뜻한 햇살 속에서 걸어보면 여러 가지가 좋아진다. 일단 편안한 상태에서 천천히 걸으면 명상(meditation)상태가 된다. 영혼을 위로하기 좋은 상태다. 
 
될 수 있으면 걸을 때 자신의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을 느끼면서 천천히 걸어보자. 걸을 때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뇌에 좋은 자극을 주어 상처로 인하여 멈춰버린 뇌 활동을 다시 되살린다. 
 
실제로 걸으면 뇌내 세로토닌 합성이 증가한다. 야외에서 걷다보면 햇빛아래서 합성되는 비타민D 혈중 수치가 올라간다. 비타민D는 통증도 줄이고, 우울증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바나나. [중앙포토]

바나나. [중앙포토]

 
하루에 바나나 한개를 먹어보자 바나나 안에는 비타민B6와 세로토닌이 많이 들어있다. 의학계에서 가장 많이쓰는 우울증 치료제가 뇌안의 세로토닌 농도를 높게 유지시켜주는 물질이다. 이 두 물질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우울증을 극복하게 도와준다.

 
베토벤은 첼로소나타 제3번에 베토벤이 직접 `눈물과 슬픔 사이에서(Inter Lacrimas et luctum)'라는 부제를 썼다. 이별의 슬픔과 좌절 속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의 눈물은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씨앗이 된다. 지금 당신이 큰 슬픔에 빠져있다면, 한번 목 놓아 울고, 그 다음 벌떡 일어나서 동네를 걸어보자.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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