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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위기의 영화제와 깜짝 게스트

이후남 문화부 차장

이후남 문화부 차장

이번 주말 폐막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화제의 게스트를 꼽자면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 같다. 이전에도 대선이 열리는 해가 되면 여야의 주요 후보가 부산영화제, 특히 개막식을 찾곤 했다. 그때마다 반가운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개별 정치인에 대한 좋고 싫음을 떠나 자칫하면 영화제란 행사의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시각을 염두에 뒀는지는 몰라도 대통령의 깜짝 방문은 개막일이 아닌 일요일을 택한 걸 비롯해, 위축된 영화제를 응원하고 격려한다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제에서 관람한 영화가 충무로에서 보기 드물게 여성 투톱 주연에 여성 감독이 연출한 ‘미씽:사라진 여자’라는 것도 그 자체로 메시지였다. 극장가에 이미 지난해 개봉한 이 영화의 내용 역시 워킹맘과 중국동포, 두 여성 얘기다.
 
영화계에서 여성이 소수자란 것은 세계 영화의 중심 할리우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성이 주연급으로 나오는 영화라면 요즘 한국 영화보다는 많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활약 중인 여성 감독을 따져보면 놀랄 만큼 적다. 특히 이달 초 뉴욕타임스가 탐사보도한 거물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오랜 성추행 전력은 할리우드 권력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웬만한 영화팬이라면 웨인스타인이란 이름은 몰라도 그가 제작하거나 배급한 영화를 한 편도 안 봤기는 힘들다. 그는 부인하고 있지만 수십 년 동안 배우들을 포함해 여러 여성이 그에게 당한 일이 공개되지 않았던 것도 캐스팅, 흥행, 수상 등 그가 발휘해 온 크나큰 힘의 방증이다. 잡지 뉴요커도 몇 해 전 취재를 진행했는데 익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보도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와 같은 권력이든, 유권자가 선출한 권력이든 힘있는 사람과 맞서는 건 쉽지 않다. 권력은 직접 떠드는 대신 종종 침묵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힘을 드러낸다. 부산영화제는 2014년 다큐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는 부산시 측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여기서 촉발된 갈등이 출범 이래 약 20년 동안 꾸준히 자라온 영화제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관람객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대통령이 이번 영화제 방문에서 가장 강조한 건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문화예술정책의 기조로 너무나도 모범답안 같은 말이다. 권력이 나뭇가지를 꺾는 건 순간이지만 화타가 아닌 이상 그 상처를 하루아침에 낫게 하긴 힘들다. 힘에 눌려 할 말을 머뭇거린 상처, 아예 말문을 닫아야 했던 상처도 그렇다. 부산영화제가 활기를 되찾는 과정은 영화제의 독립성, 자율성과 더불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회복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후남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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