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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8) 분묘 대신 소나무…친환경 '수목장' 뜬다

기자
송의호 사진 송의호
수림장을 찾은 유족. 김귀옥씨는 ’독경 소리가 들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사진 송의호]

수림장을 찾은 유족. 김귀옥씨는 ’독경 소리가 들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사진 송의호]

 
“여기 오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고 때로는 눕기도 합니다.”

장묘문화를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꾸는 역할
한그루에 안치비 200만원, 관리비 연 5만원

 
수령이 100년은 되었을 소나무 앞에서 명복을 빌던 김귀옥(60·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씨는 “한 달에 한두 번은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4일 목요일이었다.  
 
나무 앞에 한 잔 술과 한 송이 흰 국화가 놓였다. 소나무 가운데는 동판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고(故) 김학* 나무’. 1952년에 태어나 2007년 세상을 떠났다. 아래엔 가족들의 이름이 있었다. 전통적인 분묘 대신 선택한 이른바 수목장(樹木葬)이다. 여기서는 ‘수림장(樹林葬)’이라 부른다.  
 
 
은해사 수림장 표지판. [사진 송의호]

은해사 수림장 표지판. [사진 송의호]

 
바람 속에 독경 소리가 들려 왔다. 소나무가 우거진 산 아래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팔공산 은해사(銀海寺·교구장 돈관 스님)가 자리 잡고 있다. 김 씨는 처음에는 다른 절을 다니다가 수림장을 하면서 영천 은해사로 아예 적을 옮겼다. 남편의 49재도 이곳에서 올렸고 자신도 삶을 마치면 남편과 함께 이곳에 머물겠다고 했다. 천년 고찰 경내 소나무가 그렇게 안온하다는 것이다.  
 
저만치 위에서 또 한 가족이 소나무 앞에 자리를 깔고 절하는 모습이 보였다. 은해사 뒷산은 소나무로 울창하다. 우람한 소나무마다 모두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은해사 뒤에 조성된 수림장 구역. 현재 소나무 1000여 그루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 [사진 송의호]

은해사 뒤에 조성된 수림장 구역. 현재 소나무 1000여 그루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 [사진 송의호]

 
돈관 스님은 “은해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수림장을 도입했다”며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나무와 상생하며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매장으로 분묘를 조성하느라 자연을 훼손할 일도 없고 해마다 벌초할 걱정도 없는 게 수림장이라는 것이다.  
 
 
명절엔 합동추모제 
 
 
불교 조계종 10교구 본사인 은해사 모습. 수림장을 맨 먼저 시작한 사찰이다. 교구장 돈관 스님이 부채를 들고 경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송의호]

불교 조계종 10교구 본사인 은해사 모습. 수림장을 맨 먼저 시작한 사찰이다. 교구장 돈관 스님이 부채를 들고 경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송의호]

 
은해사가 수림장을 시작한 것은 2003년. 현재 미타·극락·정토 구역의 총 1000여 그루 소나무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 불교 신자는 물론 일반인도 희망하면 이용할 수 있다. 장례는 소나무를 정해 스님의 집전으로 나무 아래 유골을 뿌리면 절차가 끝난다. 봉분도 비석도 상석도 없다. 추석이나 설에는 사찰에서 합동 추모제를 지낸다. 
 
추석 때는 수림장을 찾아오는 가족들로 만원을 이룬다. 2006년 ‘산림 국민의식 조사’에서는 수목장에 대해 84.6%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비용은 나무 한 그루에 안치비 200만원과 관리비로 연간 5만원을 받는다.  
 
 
수림장을 찾은 가족이 참배 뒤 내려오고 있다. [사진 송의호]

수림장을 찾은 가족이 참배 뒤 내려오고 있다. [사진 송의호]

 
수목장은 우리나라에선 시작 단계지만 장묘 문화를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 스위스·독일·영국·일본 등지에선 수목장이 널리 보급돼 있다고 한다. 특히 스리랑카·태국 등 동남아 불교 국가에선 이미 수백 년째 보리수에 수목장을 하고 있다.
 
수목장의 시발지 은해사는 추사체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은해사 ‘대웅전(大雄殿)’과 ‘보화루(寶華樓)’ 그리고 ‘불광(佛光)’이라는 편액이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또 암자인 백흥암은 현판과 주련까지 모두 추사가 썼다. 또 거조암 영산전은 국보 제14호로 지정돼 찬찬히 둘러볼 만한 명소이기도 있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yeeho1219@naver.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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