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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술 안 먹는데 지방간 … 당뇨병·동맥경화 경고등도 켜진 셈

이병완 교수의 건강 비타민 
지난해 지방간 환자는 30만7640명이다. 여성이 10명 중 4명일 정도로 남녀 구분 없이 지방간에 걸린다. 지난해 환자는 2012년에 비해 15%가량 늘었다. 증가 폭이 그리 높지는 않은 편이다. 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과 비알코올성으로 나뉜다. 알코올성의 원인은 과음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 조직의 5% 이상에 지방이 축적돼 생긴 것이다. 과음과 무관하다. 둘 다 질병 양상은 거의 차이가 없다.
 
주부 이모(52·서울 동대문구)씨는 10년 전부터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지방간 증세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그는 키 1m64㎝, 체중 70㎏, 허리둘레 93㎝로 복부 비만이 심하다. 2년 전 검진 때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으로 나왔고, 다른 이상은 없었다. 지난해 당뇨병(공복혈당 135㎎/dL, 당화혈색소 6.9%) 진단을 받았다.
 
비만이 주 원인 … 남녀노소 안 가려
 
의료진이 지방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초음파 검사로 지방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지방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초음파 검사로 지방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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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즉 관상동맥(심장 근육에 산소·영양분을 공급하는 왕관 모양의 혈관)의 동맥경화증이 중요한 위험인자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2012년 강북삼성병원이 국제학술지 ‘장과 간’에 발표한 논문(1161명 조사)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그룹의 당뇨병(제2형) 발병률이 없는 그룹보다 7.6배 높았다.
 
이 병원 연구팀이 2011년 국제학술지 ‘병리생리학’에 건강검진 수검자 7849명을 조사한 결과를 게재했다. 공복혈당 장애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혈당이 정상이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없는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8.9배 높았다. 공복혈당 장애(혈당 101~125㎎/dL)는 정상(100㎎/dL)과 당뇨병(126㎎/dL) 사이를 말한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당뇨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오래 지속된 경우 이 질환이 있으면서 혈당이나 간 수치(AST·ALT)가 높은 사람은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다. 반대로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즉 당뇨병이 있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일으킨다는 연구도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증가시킨다. 강북삼성병원이 2015년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복부비만이 관상동맥 석회화(딱딱해지는 현상)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해외학술지 ‘심혈관 당뇨학’에 발표했다. 관상동맥 석회화지수가 올라가면 동맥경화증 위험이 증가한다.
정상 간(위 사진)은 장기의 경계가 뚜렷하다. 지방간(아래 사진)은 간 전체가 하얗다.

정상 간(위 사진)은 장기의 경계가 뚜렷하다. 지방간(아래 사진)은 간 전체가 하얗다.

정상 간(위 사진)은 장기의 경계가 뚜렷하다. 지방간은 간 전체가 하얗다.

정상 간(위 사진)은 장기의 경계가 뚜렷하다. 지방간은 간 전체가 하얗다.

 
연구팀은 2385명의 남성을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복부 비만 유무에 따라 네 그룹으로 분류해 관상동맥 석회화 위험도를 추정했다. 복부비만만 있으면 둘 다 없는 사람에 비해 석회화 위험이 18.1%, 비알코올성 지방간만 있으면 36.3%, 둘 다 있으면 69.4% 높았다. 복부비만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관상동맥 석회화 위험에 더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초 심각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은 직장인 박모(48·서울 용산구)씨의 예를 보자. 박씨는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하루 두 끼만 먹고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것을 좋아해 식사 후 초콜릿을 먹거나 캐러멜 마키아토를 즐겨 마셨는데 그게 문제였다. 지방간이 심했지만 회사 일로 제때 병원에 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최근 가슴 통증이 왔다. 급히 병원을 찾았더니 심장 혈관이 막힌 사실을 발견했다. 관상동맥 석회화가 상당히 진행돼 혈관 두 군데가 막힌 것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 질환만 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사증후군·비만과 같은 전신 질환과 밀접하다. 연세대 의대와 연세대 원주의대 연구팀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대사증후군(Metabolism)’에 대사증후군과 비만이 지방간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밝힌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만성 간질환이 없는 2198명을 대사증후군·비만 유무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눴다. 비만만 있는 그룹은 둘 다 없는 그룹에 비해 지방간 발생 위험이 2.9배 높았다. 대사증후군만 있으면 4.6배, 둘 다 있으면 12배 높았다. 비만만 있어도 지방간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
 
대사증후군은 ▶복부 비만(허리둘레 남성 90㎝, 여성 80㎝ 이상) ▶고중성지방혈증(중성지방 150㎎/dL 이상) ▶낮은 HDL콜레스테롤(남성 40㎎/dL, 여성 50㎎/dL 미만) ▶높은 공복 혈당(100㎎/dL 이상) ▶고혈압(130/85㎜Hg 이상) 중 세 가지(이 연구에서는 두 가지) 넘게 해당할 경우를 말한다.
 
최근 5년간 남녀 지방간 환자 증감 추이

최근 5년간 남녀 지방간 환자 증감 추이

또 지방간이 더 나빠져 간 섬유화로 진행할 가능성도 따졌다. 비만만 있으면 문제 없었다. 하지만 대사증후군만 있으면 4.3배, 비만과 대사증후군이 있으면 6.8배 높았다. 간 섬유화가 나타나면 간경화로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건보 건강검진 초음파 검사로 알 수 있어
 
지방간이 간 질환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단순한 간 질환으로 봐선 안 된다. 이 질환은 비만이나 대사증후군과 같은 전신 건강의 적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술과 무관하다 보니 여성·어린이가 걸린다. 젊은이·노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남녀노소에 다 나타난다.
 
이 병의 원인은 첫째, 비만이다. 다음으로 과도한 탄수화물, 그중에서 과당 섭취다. 또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앉아 있는 시간이 긴 것도 원인이다. 2015년 발표된 국내 논문에 따르면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 이하인 여성은 하루 7시간 이상인 사람에 비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릴 위험이 59% 높았다. 수면 시간이 줄면 체내의 렙틴이나 그렐린 같은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물질 분비에 이상이 생겨 식욕이 증가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간경화나 간암뿐 아니라 당뇨병·심혈관질환 등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더러 체질량지수가 정상이고 복부비만이 아닌 경우에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긴다. 앞에 예를 든 박씨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밥을 많이 먹지 않아 이를 벌충하려고 단것을 많이 먹었다. 살이 안 쪄 보여도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 에너지가 남으면 지방이 간에 축적돼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긴다. 비만이 아니어도 고지혈증·당뇨병이 있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리기도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초음파 검사로 알 수 있다. 약물로 치료하는 경우가 드물다. 운동, 식사 조절로 살을 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체중을 적절히 관리해야 예방할 수 있다. 비만이 아닌 경우에는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지방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세끼 꼭 챙기고, 주 3회 운동을
지방간을 오래 방치하면 심각한 간 질환인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해 지방간 진행을 막아야 한다. 대부분의 지방간 환자는 과체중이나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 적극적인 체중 감량과 식사요법,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 지방간 관리법이다.
 
식사를 거르지 말고 세끼를 챙겨 먹되 한 끼 분량은 조금씩 줄인다. 야식을 피하고 기름에 튀긴 음식보다는 삶은 음식을, 당분이 들어간 음료수보다는 물이나 녹차를 마시는 게 좋다. 운동은 지방간 치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혈압과 혈당을 내리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 수영,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한 번 할 때 30분 이상 한다.
◆이병완 교수
경희대 의대 졸업, 연세대 의대 교수, 대한당뇨병학회 학술·간행위원

 
이병완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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