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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대우건설, 인수자 있으면 장부가 안 따지고 판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사옥.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사옥.

국내 건설업계 3위(시공능력평가)인 대우건설이 7년여 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왔다. 국내 건설사가 인수하면 건설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국내보단 해외 자본이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3조2000억 투입, 다시 매물로 내놔
국내 건설사 인수 땐 판도 바뀌지만
예상가 2조에 선뜻 나서는 업체 없어
중국·사우디 등 해외서 인수 가능성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13일 대우건설 매각 공고를 내고 다음달 13일 오후 3시까지 예비입찰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이 사모펀드 ‘KDB 밸류 제6호’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대우건설 주식 2억1093만1209주(지분율 50.75%) 전량이다. 대우건설 주가가 7000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1조5000억원 규모다. 여기에다 통상 매각 대상에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얹으면 2조원대에서 매각대금이 정해질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산은이 2011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투입한 금액(3조2000억원)에는 못 미치는 가격이다.
 
그런데도 산은의 대우건설 매각 의지는 강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적절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장부 가격과 상관없이 시장 가격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방식은 공개경쟁 입찰로,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가 공동 매각주관사를 맡는다.
 
대우건설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과 함께 건설업계의 리더로 손꼽힌다. 지난해 매출액이 11조원에 달했고, 2010년부터 7년 연속 민간 주택공급 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국내외 업체 8~9곳이 거론된다. 해외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중국 국영 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나스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특히 사우디 아람코는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를 공언한 상태다. 국내에선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호반건설, 부영 등 중견 건설업체의 이름이 나온다. 부영과 호반건설 측은 “대우건설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M&A 시장에선 꾸준히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덩치가 커 인수 자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06년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무리하게 대형 매물을 사들였다가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국내 업체의 인수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 같으면 건설 부문이 없는 국내 그룹사도 관심을 가졌겠지만, 요즘은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국내 건설사의 해외 공사 실적이 감소 또는 손실이 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우건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2012년 42%를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를 보여 30.5%(지난해 기준)까지 내려간 상태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를 비롯해 주택 공급 과잉 우려,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변수로 인해 향후 건설·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대우건설 인수 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시장에선 해외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국내 대형 건설사를 외국 자본에 넘기는 데 대한 여론은 곱지 않을 수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경영 능력이 없는 기업들이 몸집만 불리려는 목적으로 대우를 인수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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