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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60년대 은막 휩쓴 ‘한국의 먼로’

1967년 미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한 김보애·김진규.

1967년 미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한 김보애·김진규.

서구적인 외모로 1960년대를 풍미한 배우이자 16세 연상인 스타 배우(고 김진규)의 아내였다. 4남매의 어머니로 한때 소매를 걷어 올리고 종업원 100명을 거느린 기업형 식당을 운영했는가 하면,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었다.
 
1960년대 ‘은막의 여왕’이라 불린 그의 삶은 스크린 밖에서 더 파란만장했다.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남북문화사업, 먼저 세상을 떠난 딸(배우 고 김진아) 등 극적인 이야기는 차고 넘쳤다. 14일 오후 11시 별세한 원로배우 김보애씨의 삶이다. 78세. 고인은 지난해 11월 뇌종양을 진단받고 1년간 투병해왔다.
 
고인은 서라벌예대 연극영화과 1학년 때, 제1회 대학연극제에서 ‘나상(裸像)’에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했다. 대학 시절 권영순 감독에게 발탁돼 1955년 영화 ‘옥단춘’으로 영화계에 데뷔했고, 이 영화에서 만난 배우 김진규(1923~1998)와 1959년 결혼했다. 당시 고인은 19세였고, 김진규에겐 자녀 두 명이 있었다. 이후 ‘고려장’(1963), ‘부부전쟁’(1964), ‘종잣돈’(1967), ‘외출’(1983)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1984년 영화 ‘수렁에서 건진 내 딸’에서는 딸 고 김진아(1963~2014)와 함께 모녀로 출연했다(김진아는 2014년 8월 미국 하와이 자택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한국 최초 화장품 모델로 발탁됐고, ‘한국의 매럴린 먼로’라고 불리기도 했던 고인은 저술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슬프지 않은 학이 되어』 『잃어버린 일요일』 등 세 권의 시집을 냈다. 광화문에서 한식당 ‘세보’를 경영하며 겪은 일화 등을 모은 에세이집 『죽어도 못잊어』(1999), ‘스크린의 신사’라 불린 남편 김진규와의 삶을 돌아본 회고록 『내 운명의 별 김진규』(2009)도 펴냈다. 고인은 김진규와 14년 여를 함께 살다 이혼했으나, 병에 걸린 말년의 그를 다시 받아들여 임종을 지켰다.
 
과거 고인은 KBS2 ‘여유만만’에 출연해 “김진규가 어느 지성인과 만났는데 누가 봐도 빠질 만한 여성이었다. 자존심이 많이 상해 이혼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2000년에는 영화기획사 NS21을 설립, 남북영화 교류를 추진했고 2003년에는 월간 ‘민족21’의 회장 겸 공동발행인을 맡는 등 문화예술 분야 남북교류 사업에도 앞장서왔다. 차남 김진근씨는 현재 배우로 활동 중이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3호이며 발인은 18일 오전 9시. 장지는 신세계공원묘원이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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