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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요즘 힙한 향수는 엄마 화장대 위에 있다

어떤 향기를 맡으면 순식간에 과거의 정경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곤 한다. 바로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다.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 것으로,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으며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요즘 이 같은 냄새의 기억 소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향수가 많아졌다. 주인공은 1990년대를 호령했던 향수 블록버스터들이다. 요즘에야 이름 모를 니치 향수를 쓰는 것이 세련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예전에는 맡으면 누구나 알 만큼 유행하던 향수가 존재했다. 너도나도 뿌리고 다녀 대학가의 지하철 한 칸을 온통 물들였던 그런 향수 말이다.  

90년대 블록버스터 향수, 돌아오다
광고 비주얼도 그대로
향기 맡으며 추억 소환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워

케이트 모스의 전라 사진으로 화제가 되었던 1993년 당시 캘빈 클라인의 향수 옵세션의 광고 캠페인. [사진 캘빈 클라인]

케이트 모스의 전라 사진으로 화제가 되었던 1993년 당시 캘빈 클라인의 향수 옵세션의 광고 캠페인. [사진 캘빈 클라인]

캘빈 클라인의 향수 ‘옵세션’이 대표적이다. 옵세션은 9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세대들에게는 익숙한 향수다. 특히 전라의 케이트 모스가 누워있는 광고를 보면 ‘아 그 향수!’라며 쉽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1993년 공개된 이 광고를 통해 케이트 모스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연인이었던 패션 사진가 마리오 소렌티에 의해 촬영된 이 사진은 아직도 관능적인 향수 광고를 떠올릴 때면 교본처럼 회자된다. 마치 연인의 살갗에서 풍기는 듯한 관능적인 향기도 센세이셔널했다. 과하게 달콤하지도 않았고 전형적인 꽃 내음도 아니었다. 향조차 세련되다는 평을 받았던 옵세션은 아마도 1990년대를 대표하는 향수일 것이다.
이런 옵세션이 3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017년의 청춘들을 만나러 왔다. 물론 향은 조금 각색되었고 병 디자인도 조금 변형되었다. 하지만 광고 비주얼은 그대로다. 바로 1993년 케이트 모스의 광고 사진을 그대로 사용해 2017년 12월 출시를 알린 ‘옵세스드’다. 
당시 케이트 모스의 사진을 그대로 활용해 2017년 신제품 '옵세스드'를 출시했다. [사진 캘빈 클라인]

당시 케이트 모스의 사진을 그대로 활용해 2017년 신제품 '옵세스드'를 출시했다. [사진 캘빈 클라인]

돌체앤가바나의 라이트 블루 역시 부활했다. 지난 2017년 5월 출시된 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 오 인텐스는 2001년도에 출시되었던 베스트셀러를 재해석한 신제품이다. 남성용과 여성용이 함께 출시된 커플 향수로, 당시 모델 데이비드 간디의 구릿빛 피부의 누드 광고로 유명세를 탔다. 이번 신제품의 모델 역시 데이비드 간디다. 여성 모델인 비앙카 발티와 함께 지중해의 카프리 섬에서 당시와 비슷한 버전의 광고를 촬영했다.  
2001년 출시된 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 사진은 2007년에 촬영된 광고 캠페인으로 모델 데이비드 간디와 비앙카 발티가 지중해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사진 돌체앤가바나]

2001년 출시된 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 사진은 2007년에 촬영된 광고 캠페인으로 모델 데이비드 간디와 비앙카 발티가 지중해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사진 돌체앤가바나]

시세이도 프래그런스 부문의 전체 홍보를 담당하는 한피알의 한성림 대표는 “최근 90년대를 추억하는 향수가 새롭게 리런칭(re-launching) 하는 것이 트렌드”라며 “해당 향수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추억을 소환시키고, 모르는 현재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오히려 새롭게 다가가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 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 오 인텐스 광고. 과거와 동일한 모델, 비슷한 포즈를 취한 광고가 인상적이다. [사진 돌체앤가바나]

2017년 돌체앤가바나 라이트 블루 오 인텐스 광고. 과거와 동일한 모델, 비슷한 포즈를 취한 광고가 인상적이다. [사진 돌체앤가바나]

 
복고 영향, 익숙한 향으로 어필
90년대 향수의 부활은 패션계 전반에 부는 복고 바람과도 무관하지 많다. 어깨를 강조하는 파워 숄더 슈트나 강렬한 프린트, 벨벳 등 드라마틱한 소재를 활용한 패션 아이템들이 올 가을 최신 트렌드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과 동일선상에 있다. 조향전문교육기관 센토리의 대표 김아라 조향사는 “패션과 향수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라며 “복고가 유행하면서 당시 시대를 대표하는 정체성 확실한 향수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발렌시아가가 2017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파워 숄더 코트. 90년대 파워 숄더 슈트를 연상시킨다. [사진 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가 2017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파워 숄더 코트. 90년대 파워 숄더 슈트를 연상시킨다. [사진 발렌시아가]

아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위험 부담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아무래도 익숙한 향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 향수 편집 매장 메종드파팡의 대표이자 향 컨설턴트인 김승훈씨는 “이런 클래식 향수의 리부트 전략은 주요 향수 브랜드의 필수 전략”이라며 “기존의 성공한 제품의 이름에 기대어 비슷하게 출시하는 향수를 일컬어 ‘플랭커(flanker) 향수’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플랭커는 사전적으로 측면 보루, 측면 방위 부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오리지널 향수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는 의미다. 플랭커 향수를 만드는 이유는 물론 잘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향으로 어필해 보장된 달콤한 성공을 맛보는 셈이다.  
샤넬 N°5 로(L’Eau)는 샤넬의 전설적인 베스트셀러인 N°5를 재해석한 제품이다. 기존 향보다 좀 더 가벼운 향으로 보다 젊은 세대들을 겨냥했다. [사진 샤넬]

샤넬 N°5 로(L’Eau)는 샤넬의 전설적인 베스트셀러인 N°5를 재해석한 제품이다. 기존 향보다 좀 더 가벼운 향으로 보다 젊은 세대들을 겨냥했다. [사진 샤넬]

샤넬과 디올이 대표적이다. 디올은 베스트셀러인 ‘미스 디올’ 시리즈를 70년간 이어 출시하고 있다. 샤넬의 향수 샹스는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무려 세 번이나 리런칭 되기도 했다. 특히 2016년 12월에 출시된 N°5 로(L’Eau)는 샤넬의 전설적인 베스트셀러인 N°5를 재해석한 제품이다. 기존 향보다 좀 더 가벼운 향으로 보다 젊은 세대들을 겨냥했다.  
기존 향수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 받아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새롭게 태어난 향수로 인해 기존 베스트셀러 향수의 수명이 늘어나기도 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017년 4월 기준 프랑스 샤넬이 N°5의 매출이 20%나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신제품인 N°5 로(L’Eau)의 인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향수에서 만큼은 이런 되살리기 전략이 꽤 잘 통한다. 김승훈 대표는 “향이 의외로 트렌드를 타지 않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물론 마케팅으로 향기 트렌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트렌드에 따라 향수를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마치 오래 유지되는 입맛처럼, 늘 먹던 음식에 대한 호감도가 이어지는 것처럼 향수도 트렌드보다는 개인의 성향이나, 선호, 혹은 계절에 더 좌우된다고 한다.  
 
밀레니얼을 잡아라
최근 향수 시장의 포커스는 온통 젊은 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198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태어난 세대)에 맞춰있다. 새로운 소비층을 사로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8월에 출시된 불가리의 골데아 더 로만나이트, 9월에 출시된 에르메스의 트윌리 데르메스, 엘리 사브의 걸 오브 나우 등은 모두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젊은 향수를 표방한다.
에르메스 트윌리 데르메스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에르메스]

에르메스 트윌리 데르메스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에르메스]

아예 새로운 향으로 젊은 세대들을 향수의 세계로 인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몇몇 브랜드는 역으로 과거의 영광을 지닌 오래된 향기를 소환하기도 한다. 당시 청춘들을 낚았던 날카로운 감성으로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캘빈 클라인의 오브세스드, 돌체앤가바나의 라이트 블루 오 인텐스,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 퓨어가 그렇다.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 퓨어의 전신인 로디세이 오드트왈렛은 1992년 출시되어 특유의 상쾌한 아쿠아 노트(물 향기)로 1990년대 유행한 워터리(watery·물같은) 향의 대표주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92년에 출시되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의 퓨어 버전. 2017년 신제품이다. [사진 이세이 미야케]

1992년에 출시되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의 퓨어 버전. 2017년 신제품이다. [사진 이세이 미야케]

소비문화가 폭발했던 1990년대의 패션·뷰티 트렌드가 요즘 들어 다시 재평가 되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지금다시 들춰보아도 낡지 않은 세련된 감성의 광고들만 봐도 그렇다. 그 자체로 워낙 완성도가 있는 제품들이고, 잠재력이 있는 콘텐트라는 얘기다.  
흔하고 쉬운 향수가 향수를 처음 사용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향수를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니치 향수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흔한 향이 아닌 나만의 유니크한 향을 원하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개성이 강한 난해한 향들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향수들이 아무래도 향수 입문자들에게 더 적합한 향으로 느껴진다.  
한편, 센토리의 김아라 조향사는 “이런 클래식 향수들의 재해석이 향수 콜렉터들에게 한층 매력적인 시도”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향수를 구입함으로서 브랜드를 소유한다는 개념이 강했다면 요즘에는 향수 하나하나가 조향사의 작품 혹은 예술품으로 여겨져, 소장용으로 시리즈 전체를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낡은 감성으로 잊혀질 뻔 했던 옛 향기가 젊은 세대들에게 오히려 새롭고 낯설게 다가오고 있다.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 요즘 향수 시장을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할 말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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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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