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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쓸데없는 짓'의 쓸모를 증명한 '휴보 아빠' 오준호

2017년 9월 26일 오슬로 이노베이션 위크 '커팅 에지 페스티벌'에서 강연하는 오준호 교수. [제공=OIW, 촬영=CHRISTIAN T JOERGENSEN /EUP-BERLIN.COM]

2017년 9월 26일 오슬로 이노베이션 위크 '커팅 에지 페스티벌'에서 강연하는 오준호 교수. [제공=OIW, 촬영=CHRISTIAN T JOERGENSEN /EUP-BERLIN.COM]

휴머노이드 '휴보' 아빠, 미항공우주국(NASA)이 인정한 개기일식 천체 사진가… . 한국의 로봇 기술을 이끄는 오준호 KAIST 교수에게 붙은 수식어다. 그는 지난달 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오슬로 이노베이션 위크(OIW)'에 참여했다.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의 혁신가·과학자·기술자와 기업·공공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그는 OIW에서 가장 큰 행사였던 '커팅 에지 페스티벌'의 마지막 연사로 휴보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에 앞서 휴머노이드 로봇 과학자가 개기 일식 사진에 도전한 이유, 휴보의 현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개기 일식 사진으로 작가 데뷔를 하셨는데요.
개기 일식은 정말 떴어요. 일식이 참 표현하기 어려워요. 워낙 극적이라서요. 태양을 정확히 따라가면서 사라지는 걸 멋있게 잡아보자는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한 게 2001년이에요. 그 전엔 별 관측을 했고요. 지구도 그렇고 별도 그렇고 다 움직이다 보니까, 카메라를 우주 공간에 고정시키는 게 쉽지 않아요. 그때부터 전문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텔레스코프 마운트(경위대, 가대. 망원경 경통 받침대. 방위각과 고도를 조정하는 장치를 포함한다)라고 하는데 그걸 만든 게 한 20년이 넘어요. 프로그래밍도 하고 로봇 기술에 천문학도 넣고 하다 보니 확장돼서 인공위성을 추적하기 시작했죠. 그 전에 태양계 추적은 하고 있었고, 천체 사진도 많이 찍었고요. 그걸 취미 겸 열정으로 쭉 했죠.
 
이번이 몇 번째 도전인가요.
이번이 11번째 일식 관측이에요. 사실 2001년 첫해부터 실패했죠.  2006년, 2008년까지 세 번 실패하고 네 번째에 비로소 영상을 얻었어요. 이유는 많아요. 시간 잘못 맞추고, 바람 불어서 기계 흔들리고. 그러면서 배웠죠. 망원경 배율이 워낙 높다 보니 조그만 진동에도 흔들리거든요. 심지어 카메라 셔터 치는 소리에도 흔들릴 정도로 민감해요. 시작점과 끝점을 잘 맞춰야 하는데, 그걸 신경을 덜 썼더니 찍히긴 찍혔는데 작품성이 없어서 다시 도전한 게 2016년쯤일 거예요. 그해엔 준비를 아주 열심히 해갔는데, 구름이 꼈어요.
 
칠전팔기 이상이네요.
이번엔 벼르고 별렀죠. 미국이란 나라는 전문 천문가가 엄청 많아서, 온갖 첨단 장비를 다 들고 나올 테니 철저하게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죠. 망원경만 6대 설치했어요. 다 종류가 다른 걸로요. 그걸 모두 프로그래밍하고, 촬영 사이트(위치)도 신중하게 정했어요. 이 정도 하면 세계 최고라고 예상은 했는데, 예상대로 세계 최고로 나온 거죠.
 
오준호 교수 팀이 미국 오레건주 마드라스에서 촬영한 개기 일식. [사진=오준호 교수 제공]오준호 교수 팀이 미국 오레건주 마드라스에서 촬영한 개기 일식. 코로나가 확인된다. [사진=오준호 교수 제공]오준호 교수 팀이 미국 오레건주 마드라스에서 촬영한 개기 일식. 3시, 5시 방향에 붉은 화염이 보인다. [사진=오준호 교수 제공]
우리는 그냥 유튜브에 올렸는데 사방에서 연락이 왔어요. NASA에서도 연락이 온 거예요. 우리가 출품한 게 아니라요. 사실 거기 실리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허블 망원경 같은 걸로 찍은 천체 사진이 연구 결과로서 실리는 거나, 예술 작품이 올라가는데 졸지에 사진 작가로 등단했네요. 더 의미 있는게, 돈 받고 한 게 아니라 열정으로 해왔던 거라는 점이죠. 더군다나 앞으로 몇년간은 독보적인 필름으로 남을 거예요. 일단 일식이 와야 하는데, 1년 반 뒤에 있을 칠레 일식은 일몰형이라 노을이 질 거고 2년 뒤에 올 건 날씨를 봐야 하는 식이에요. 일식 사진은 리허설을 할 수 없어요. 미리 준비해서 ‘시작’ 하면 끝나는 거예요. 기술과 경험, 아이디어의 승부죠. 재현할 수도 없고요. 성공 확률이 극히 낮습니다.  
 
일식 사진과 로봇의 상관 관계는요.
일식 사진도 로봇 기술이 집적된 거예요. 첨단 장비를 사용하는 공통 기술이죠. 우리나라가 천문연구원을 통해 국가 프로젝트로 하고 있는 ‘우주 물체 전자 광학 감시 시스템’에 들어가는 인공위성 추적 시스템을 저희 팀이 구축했어요. 기술이라는게 엉뚱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쓸 데 없는데 그거 왜 하냐고 했지만 휴보가 나름대로 발전해온 것처럼, 일식 사진도 취미 생활 열심히 한 게 평가 받은 거라 뿌듯합니다.
 
평창 올림픽 이족 로봇 스키 대회도 책임을 맡으셨다고요.
제가 총감독을 맡고 있는데요. 제가 만드는 게 아니라 많은 로봇 제작자들을 참가시키는 겁니다. 그 로봇이 원하는 만큼 성능을 낼 수 있을지 등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쉽진 않죠. 로봇이 너무 많이 알려져 있고, 많은 분들의 기대치가 높아서 식상할 수도 있고요. 또, 전체 예산이 10억원 좀 넘을 뿐이라 감가상각비 정도만 나온다고 봐야 해요.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몇년 전부터 수조원을 쏟아부어 로봇 올림픽을 준비한다는데, 저희는 사실 안 하는 거나 다름없어서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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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앙SUNDAY 인터뷰와 상황이 달라진 게 있더라고요. 보스톤 다이내믹스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결국 매각했다는 건데요. 
앤디 루빈이 구글 부사장으로 있을 당시 보스톤 다이내믹스를 합병했었죠. 앤디 루빈의 이름이 영어로 앤드류예요. 그래서 별명이 '안드로이드'였대요. 본인이 로봇광이기도 해서 스마트폰 OS 시스템도 안드로이드라고 했고요. 팀을 짜서 몇 사람 영입해 일하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구글을 떠나면서 그 사업이 방치됐고, 그게 결과인지 원인인지는 몰라도 보스톤 다이내믹스도 매각됐네요. 
보스톤 다이내믹스가 가장 최근 발표한 이족 보행 로봇 '핸들'. [사진=보스톤 다이내믹스 홈페이지]

보스톤 다이내믹스가 가장 최근 발표한 이족 보행 로봇 '핸들'. [사진=보스톤 다이내믹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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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요.
구글이 원래 소프트웨어 DNA인데, 보스톤 다이내믹스는 기계쟁이들이거든요. 로보트 만드는 기계쟁이랑 소프트웨어는 많이 달라요, DNA가. 우리(기계)는 좀 더 보수적으로 다듬어져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고, 소프트웨어 쪽은 더 진보적으로 보고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니까 내부 충돌이 초기부터 있었죠. 구글에 넘어가면서부터 간단치 않을 거라곤 생각했어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래의 시장, 인간 사회에서 로봇의 역할이 클 거라 보고 크게 그리는 중이라고 봐요. 휴머노이드든 뭐든 모든 세계 최고의 미래 기술을 확보하자는 취지 같아요.
 
휴보는 지금 어떤 단계인지.
보스톤 다이내믹스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실용적인 건 아니거든요. 위험하고, 쓰러질 것 같아서 막상 옆에 가지도 못해요. 실제로 어떤 연구자가 휴머노이드를 연구하려다 보면 휴보 밖에 대안이 없어요. 휴보를 사준 곳이 10곳이 넘어요. 그만큼 시스템이 안정화 돼 있고, 명령한 대로 잘 움직여준다는 것이니 의미 있지 않나 싶어요. 그걸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안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안정화 작업 중입니다. 지금까진 뛰었으니 나는 거 만들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그럴 수는 없고요. 인간형 로봇이 혼다 아시모나 휴보 등 서너 모델 뿐인데다 미국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2015년 휴보가 1위 하면서 유명해졌는데요, 그때도 누차 애기했지만 1등 한 게 최고랑은 관계 없어요. 그저 그 문제를 잘 푼 거죠. 정말 최고 로봇이 되려면 뭘 해야 하나를 고민해야죠.
2017년 9월 26일 오슬로 이노베이션 위크 '커팅 에지 페스티벌'에서 시연되고 있는 휴보. [제공=OIW, 촬영=CHRISTIAN T JOERGENSEN /EUP-BERLIN.COM]

2017년 9월 26일 오슬로 이노베이션 위크 '커팅 에지 페스티벌'에서 시연되고 있는 휴보. [제공=OIW, 촬영=CHRISTIAN T JOERGENSEN /EUP-BERLIN.COM]

 
최고가 되려면 뭘 해야 할까요.
로봇에는 어떤 파워를 쓸 건가, 그걸 움직임으로 만드는 액추에이터나 감속기가 뭔가,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법은 뭔가 등의 기술이 바닥에 깔려 있어요. 모터 감속기의 유압 벨트 같은 부품 소재 기술도 거의 다 선진국들이 확보하고 있어요. 우리는 그런 부품을 바탕으로 로봇을 조합하는 기술이 세계 최고에 이른 것 뿐이에요. 삼성 반도체 조립해서 아이폰 만드는 애플이랑 비슷한 거예요. 우리도 기술을 확보해야하지 않겠어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네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아니어도 누군가는 그 문제를 꼭 한번 연구하고 도전해보고 넘어가야 한다면, 내가 그걸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다른 데선 돈 안 된다고 지원 안 해줄 텐데, 이제 나는 욕먹어도 하겠다고 하면 믿어주니까요. 이제 은퇴도 얼마 안 남아서 논문 몇 편 써라 같은 구속도 피할 수 있고요. 앞으로 나아간다기 보다는 뒤로 물러서서 바닥부터 공부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죠. 마침 정부에서 마련해준 예산을 갖고 우리가 놓친 원초적 문제, 근본적인 문제를 풀려고 해요.  
 
올초 개소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말씀이죠.
연간 30억원씩 5년간 예산 150억원 규모인데요. 그중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로봇지능) 관련 교수님들 몫이에요. 물건을 집으라고 명령하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서 집을 수 있는 능력 같은 걸 연구하는 거예요. 인간은 굉장히 쉽게 하는 거지만 로봇은 일일이 가르쳐줘야 해요. 오래 전부터 해왔던 연구인데 갑갑하고 완성이 안 됐어요.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닌 휴머노이드 연구로 버텨오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다들 단기 결과를 보길 원하고, 그러다 보면 꾸준히 하기 어렵죠. 그런데 눈 앞의 결과만 좇으면 겉으로만 나타나지 남는 건 없어요. 로봇은 잘 된 게 아니라 실패하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실패를 통해 안정화시키는 거라서요. 그래서 막상 로봇을 보면 생각보다 팬시하지 않아요. 갑갑하고. 그런데 이게 진짜 로봇이니까요. 
용어사전 > 오슬로 이노베이션 위크(Oslo innovation week)
유엔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에 따른 비지니스 솔루션을 찾기 위해 전세계 기업과 스타트업 네트워크, NGO, 공공 기관 등이 논의하는 자리다. 노르웨이 오슬로시 전역에서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열린 2017년 행사에는 총 250명의 연사가 참여해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오슬로시와 이노베이션 노르웨이, 오슬로 경제권역이 주관했다. 올해가 12번째다.
 
오슬로=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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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