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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영국은 왜 노벨상을 버렸나

김병연 서울대 교수 경제학부

김병연 서울대 교수 경제학부

인구수가 1000만 명을 훨씬 넘는 나라 가운데 인구 대비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이 태어난 나라는 영국이다. 평화상·문학상을 제외하고 학술상을 받은 학자가 올해는 한 명으로 주춤했지만 지난해에는 9명의 수상자 중 5명이 영국 태생이었다. 그것도 물리학·화학·경제학에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모두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쳤거나 교수를 하다가 미국 대학으로 옮겨 갔다.
 
왜 영국의 뛰어난 학자들은 모국을 떠났을까. 정부가 교수 월급을 통제한 것이 주요 이유였다. 마거릿 대처는 총리가 되자마자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학을 포함한 공공부문 개혁을 시작했다. 그 결과 생계유지가 어렵다며 버밍엄대의 생물학자가 배관공으로 전직하기도 했지만 다른 공공부문과 달리 교수들은 거세게 저항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대처의 명예박사 수여 여부를 결정하는 옥스퍼드대 교수회의에 유달리 많은 교수가 참석해 압도적으로 부결시킨 귀여운(?) 복수 정도였다. 유독 대학을 만만히 본 정부는 교수들의 실질 임금을 수십 년간 동결시켰다. 그러자 유능한 학자들은 외국으로 조용히 떠나기 시작했다. 2016년 한 해에만 여러 개의 노벨상이 이렇게 날아갔다.
 
가격규제 때문에 망한 소련에 비하면 영국은 약과다. 소련은 스탈린식 사회주의가 한계에 부딪히자 기업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개혁을 1965년에 도입했다. 그러나 이 정책 때문에 물가 상승이 우려되자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해 소매가격이 오르지 않게 막았다. 그 보조금이 처음에는 정부 지출의 5% 정도였지만 소련 붕괴 직전에는 20%까지 늘어났다. ‘프라우다’라는 신문이 애완동물에게 육류를 먹이지 말자는 캠페인까지 벌일 정도로 고기 값이 싸졌다. 그러나 값싼 물품을 얻는 대가는 너무 비쌌다. 공급 부족으로 구입이 힘든 생필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하루에 세 시간 이상을 줄 서는 데 허비하면서 사회주의가 망하기만 기다렸다. 가격규제를 위해 엄청난 재정까지 투입한 것이 오히려 소련 붕괴의 이유가 됐던 것이다.
 
가격규제의 폐해가 외국 일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 또한 운임규제였다. 연안여객 운임은 신고제였으나 실제적으로는 정부 승인이 필요했다. 운임이 올라가면 도서 주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또 이것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한 정부는 운임을 원가 이하로 낮추길 원했다. 그러다 보니 평형수를 덜 넣고 화물을 더 많이 실어 여기서 손실을 보전하도록 눈감아 주는 관행이 생겼다.
 
김병연칼럼

김병연칼럼

많은 이는 세월호 선장 등의 윤리의식을 비난한다. 맞다. 이들은 지금도 그 이름을 부르면 가슴이 저미는 세월호 의인(義人)과 대조되는 추한 인간이다. 그러나 이런 인간은 계속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경쟁과 가격기구가필요하다. 사람들이 발산하는 악을 중화시키고 걸러주는 것이 바로 공정한 경쟁, 그리고 그것을 통해 형성된 가격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도 그렇다. 예전 공무원 월급이 민간 임금에 비해 현저히 낮을 때 퇴직 후에 이를 벌충하도록 묵인해 줬다. 이 관행이 전관예우, 방산비리라는 적폐의 주범이 됐다.
 
그렇다면 적폐청산은 ‘경쟁은 공정하게 만들되 가격 결정은 자유롭게 두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런데 지난 7월에 내년부터의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16.4% 올리는 결정이 내려졌다. 더욱이 정부는 근로자 수가 일정 수준(예 30명) 미만인 영세기업에 3조원의 재정을 지원해 이들의 최저임금 지급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정부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이 보조금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 정책이 재정 부담 이상의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30명 이상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보조금을 받기 위해 그렇게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보조금을 받을 수 없거나 최저임금을 줄 수 없는 기업은 지하경제로 숨으려 할 것이다. 그 결과 성장은 둔화되고 소득 불평등은 증가하며 지하경제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다. 원했던 효과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생기는 셈이다.
 
정부는 가격을 규제하고 싶은 유혹에 종종 빠진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을 임의로 통제하면 인재는 떠나고 안전은 훼손되고 비효율성은 증가한다. 심하면 나라도 망한다. 왜곡된 가격은 반드시 복수한다는 것은 경제의 법칙이다. 주류냐, 비주류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 법칙을 가르치지 않는 경제학은 단지 엉터리일 뿐이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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