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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날’ 양극화...대체공휴일 휴가계 낸 중소기업 근로자들

임시 공휴일인 2일 경기도 한국민속촌을 찾은 시민들. 일부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이날 정상 출근하거나 휴가를 내고 쉬었다. 우상조 기자

임시 공휴일인 2일 경기도 한국민속촌을 찾은 시민들. 일부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이날 정상 출근하거나 휴가를 내고 쉬었다. 우상조 기자

중소 무역업체에서 일하는 김모(26)씨에게 역대 최장 추석 연휴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김씨는 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2일(월)과 대체 공휴일인 6일(금)에 출근했다. 9일 한글날은 전직원이 연차 사용 동의서를 작성해 연차를 내고 쉬었다. 김씨는 "입사할 때 '빨간 날'은 당연히 쉰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대체 공휴일 등은 관공서가 쉬는 날이라 우린 해당 사항이 없다'고 했는데 입사 당시 설명도 못 들었다. 지난 광복절에도 연차 사용 동의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박모(29)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박씨는 "2일과 6일 전직원이 연차 휴가를 사용해 쉬었다. 회사로부터 한글날 등 일부 '빨간 날' 쉬게 해주는 게 어디냐는 말도 들었다. 대기업 친구들과 너무 비교된다"고 말했다.  
 
역대 가장 긴 추석 연휴(9월 30일~10월 9일)였지만, 일부 중소기업과 영세업체 노동자들에게 대체 휴일은 없었다. '빨간 날'로 불리는 한글날에도 정상 출근하거나 연차 휴가를 사용해 쉬었다. 열흘을 모두 쉰 공공기관이나 대기업과 '휴무 양극화'가 벌어졌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직장인 12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직장인의 72.5%가 대체 공휴일과 임시 공휴일 모두 '출근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중소기업 직장인은 48%가 쉰다고 답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5인 이상 기업 408곳을 대상으로 한 '2017년 추석 연휴 및 상여금 실태조사'에서도 휴무 양극화가 나타났다. 10일 이상 쉬는 기업은 300인 이상의 경우 88.6%인 반면, 300인 미만의 경우엔 56.2%에 그쳤다. 300인 이상 기업에 없었던 5일 이하 휴무는 300인 이하에서 16.2%에 달했다.  
추석 연휴 중인 8일 오후에 입국한 여행객들이 공항 청사를 가득 메웠다. 오종택 기자

추석 연휴 중인 8일 오후에 입국한 여행객들이 공항 청사를 가득 메웠다. 오종택 기자

 
달력상 '빨간 날'에도 이들은 왜 정상 출근하거나 연차를 내야할까. 3ㆍ1절, 광복절, 한글날 등의 국경일과 추석, 설날 등 명절을 공휴일로 명시한 대통령령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적용 대상이 관공서 등 공공기관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 중에 규모가 크고 노조가입률이 높은 기업들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이 규정을 따른다. 민간기업은 원칙적으로 이 규정을 따를 법적 의무가 없어 일부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대체 휴일은 물론 '빨간 날'인 공휴일이 자동적으로 쉬는 날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노동분야 공약에 '공휴일 민간적용'을 포함시켰다. 국회에는 민간 부문에서도 공휴일을 휴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관련 법안들이 제출된 상태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관공서, 대기업 등만 혜택을 보는 현행 공휴일 제도를 '국민휴식보장제도'로 전환해 모든 국민에게 최대 18일의 휴일을 법률로 보장하는 내용의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달 26일 대표발의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든 국민이 공휴일 혜택을 보는 '국경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영세업체나 일부 중소기업 사업주들 사이에선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말도 나온다. 중소 음향기지 부품을 만드는 업체의 대표 유모(55)씨는 "똑같이 쉬면 좋겠지만, 영세업체 입장에선 안 쉬는 게 아니라 못 쉬는 게 현실이다. 현행법상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매출이나 납기 등을 생각하면 관공서, 대기업과 똑같이 쉬긴 어렵다. 법이 개정되면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게 뻔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제정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공휴일을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회사별 취업규칙을 개정해 휴일로 정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법률을 통해 민간기업까지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전에 산업별, 사업체별 상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 등 주요 유럽국가는 공휴일을 법률로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업주와 산별노조간 협약을 통해 정한다"며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공휴일, 명절 휴일 등에 대해 합의를 거친 이후 정부의 업종별 가이드 라인이나 법제화 논의를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관련 논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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