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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민철의 마신(1) ‘춤 마니아’ 라면집 사장님이 매상 올리는 비결은?

기자
김민철 사진 김민철

‘마신(마케팅의 신)’이란 필명을 사용하는 김민철입니다. 현재 ‘야나두’라는 영어 교육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소상공인과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는 프로 마케팅을 강연하고 있습니다. 많은 소상공인이 간단한 마케팅 상식이나 포인트를 몰라 인생의 전부를 건 승부에서 패배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잘되는 매장에는 특유의 마케팅 포인트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간단하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마케팅 꿀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라면. [중앙포토]

라면. [중앙포토]

 

매일 저녁 6시면 문닫고 춤추러 나가
장사 안 돼 불 들어오는 간판 달았더니
월 200만원 안되던 매출이 20% 늘어나

필자가 일하는 회사 건물 1층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건물 1층에 간판이 없는 라면집이 하나 있었다. 이곳의 메뉴는 딱 2개, 라면과 김밥뿐이었다. 가끔 거기서 라면과 김밥을 먹다 보니 가게 주인과 자연스럽게 인사도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라면집 사장님은 언제나 밝은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지역에서 평판도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동네를 가나 하나쯤은 있는 그런 평범한 가게와 주인이었다. 무난한 성격 그대로 특별한 메뉴도 없고 특별한 맛을 추구하지 않는 곳이라 북적이지는 않지만,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평소 호기심이 많아 어느 가게를 가든 그곳 주인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이날도 몇 가지 궁금 사항을 묻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보니 새벽 6시에도 출근하던데, 그렇게 일찍 나오면 손님이 있나요?”
“새벽에 문 열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에게 미안해 조금씩 일찍 오다 보니 점점 출근 시간이 빨라져요.”
“왜 메뉴를 늘리지 않나요? 어묵이나 분식 같은 것을 더하면 지금보다 매출이 늘어날 것 같은데….”
“어묵 남으면 다 팔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면 춤추러 갈 시간이 모자라요.”
“그러면 떡볶이는요?”
“그것도 마찬가지예요. 남은걸 다음날 파는 건 성격상 맞지 않고, 팔고 가면 춤추러 가는 시간 못 맞춰요.”
 
‘아, 행복지수가 엄청 높은 사람이구나. 좋아하는 춤을 위해 돈 버는 것을 어느 정도 포기하다니’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말을 이어간다. “요즘 고민이에요. 아저씨가(남편을 지칭하는 듯) 한 달에 버는 돈이 200만원도 안 되니 그만하라는데. 난 재미 있고 더 하고 싶은데 말이죠. 계속 해야 할지 말지….”
 
 
행복지수 높은 가게 주인 
 
어떻게 보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고민거리다. 손님이 적은 아침 시간엔 조금 늦게 출근하고, 저녁 시간에 조금 더 팔면 될 것이다. 아니면 분식 메뉴를 늘리면 오후 시간에 여성 손님을 좀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주인은 부지런하고 성격도 좋은데다 동네 사람 사이에서 평판이 좋은 편이라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닐 터. 그러나 춤을 포기할 수 없어 고민에 빠졌다. 
 
 
두부김밥. [중앙포토]

두부김밥. [중앙포토]

 
그래서 메뉴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김밥을 조금 더 고급화해보세요. 큰 김밥 만들어 남성들에게 지금보다 비싸게 파세요. 오곡 김밥 만들어 여성들에게도 비싸게 팔고요. 방배동 카페 골목에 서호 김밥이라고 있어요. 거기 주인은 현대백화점에 입점했어요. 10년 전에도 김밥 한 줄에 3500원에 팔았죠. 고급화하면 단일 가격(2500원)보다 객단가가 올라갈 겁니다.” 그래도 사장님은 답변 없이 그냥 살포시 미소만 짓는다. 아, 뭔가 잘못 앵글이 들어갔군.  
 
다른 방법이 없을까? 메뉴를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할 생각이 없으니 객단가를 올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곳에서 라면집을 한 지 벌써 7년이나 됐다. 알 사람은 다 아는 라면집이 수요를 더 늘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새벽 5시에 나와서 일하는데, 월 200만원도 못 가져간다는 이야기가 머리에 맴돌았다. 
 
 
퇴근길. 사진 [pixabay]

퇴근길. 사진 [pixabay]

 
라면집 맞은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해가 슬슬 지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이때 불이 꺼진 라면집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도 라면집을 쳐다보지 않고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유레카!” 어쩌면 이 골목에서 라면집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간판을 달면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간판을 달자고 생각하고 콘셉트를 만들어 봤다. 라면집 공간은 좁아 정중앙에 단 하나의 테이블만 놓을 수 있다. 나머지는 벽에 붙은 테이블이라 한번에 많아야 7명 남짓 앉을 수 있다. 또 대부분 혼자 와서 간단하게 요기만 때우고 가는 손님이 많은 곳이다.
 
‘혼자, 혼자, 혼자….’  
‘그래 혼밥을 컨셉트로 잡자.’
당시에는 신조어에 해당했던 ‘혼밥’을 컨셉트로 잡고 가게 주인을 설득하러 갔다. 돌아온 답변은 “혼밥? 혼밥이 뭐죠?”  
“아, 혼자 먹는 밥을 혼밥이라고 해요. 제가 간판이랑 간단한 안내 시트지로 혼밥을 디자인해 드릴께요.”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생각과 달랐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혼밥. [중앙포토]

혼밥. [중앙포토]

 
그래서 조금 더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우리 회사 간판을 여기에 달고 우리 상호 적고 옆에 사장님 상호도 적어요. 우린 어차피 5층이라 간판 달면 사람들이 못 보잖아요. 서로 좋은 거에요.” 약간 반응이 온다. 이어서 말했다. “우리 직원들 먹는 식대는 우리가 낼게요.”
 
사장님이 말한다. “생각보다 많이 나올 거에요. 예전에 다른 회사에서도 그렇게 했는데 의외로 많이 먹어요. 부담되실 텐데.”
“괜찮아요, 그렇게 해요.” 또 미소만 짓는다. 또 거절이다. “괜찮아요, 제가 막내 디자이너 시켜서 시안보여 드릴께요. 아무 부담 갖지 마세요.”
 
 
디자인 시안. [사진 김민철]

디자인 시안. [사진 김민철]

디자인 시안. [사진 김민철]

디자인 시안. [사진 김민철]

 
일단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불이 들어오는 포인트 간판이다. 이곳에 대한 신뢰를 더 높이기 위해 ‘생상이 라면 복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는 문구를 달았다. 이어 ‘혼밥 대환영’이라는 문구와 함께 가게 내부에 붙일 가격 공지 내용도 간단하게 디자인했다. 주인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여기서 7년이나 장사를  했는데, 우리 식당 모르는 사람 없어요.”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간판을 달고 한 달 후 사장님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을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손님들이 와서 “여기에 분식집이 있는 걸 처음 알았어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퇴근하다가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는 걸 보고 여기에 라면집이 있는 걸 알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간판 달기 전과 후. [사진 김민철]

간판 달기 전과 후. [사진 김민철]

 
 
소비자를 자극할 불빛을 밝혀라 


소상공인들이 가끔 착각하는 게 있다. 가게 근처를 지나다니는 사람은 가게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소비자를 잘 모르고 하는 얘기다. 소비자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이 필요한 정보만 인식할 뿐이다. 특히 익숙한 공간에서는 더 이상 정보를 습득하길 꺼린다. 한번 인식하지 못하면 계속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우선 소비자는 모든 것에 무관심하다. 그들을 자극할 수 있게 불빛을 밝혀라. 가게는 닫았어도 간판은 일을 해야 한다. 퇴근할 때도 간판에 불을 켜둬라. 다음으로 정확하게 누구에게 무엇을 팔고 있는지 인식시켜야 한다. 우리 가게가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지 소비자에게 알려줘라. 그래야 거기에 맞는 사람이 찾아온다.  
 
결론은 해피엔딩이다. 지금도 라면집 사장님은 저녁 6시만 되면 춤을 추러 퇴근한다. 그런데도 매출은 예전보다 20% 늘었다.
 
김민철 야나두 대표 01@saengsang.com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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