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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시달리는 외교관들의 생존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10개월째. 외교관들의 평가는 어떨까. 많은 동맹국의 외교관들이 트럼프가 믿을만한 상대가 되려면 '학습 곡선(learning curve,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학습 능력 덕분에 생산의 효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필요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으리라 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를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라고도 표현했다. 트럼프 정부의 의사 결정 라인이 불분명하고, (대통령의) 트윗이 정책이 되며, 어렵게 얻어낸 교역과 기후변화 등의 국제 협약을 폐기한다면서다.
 

WP, 외교관 인터뷰 "트럼프는 어려운 수수께끼"
"처음엔 호감"..."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의회 공략, 주정부와 거래 등 외교 전략 다변화

WP는 지난 몇 주간 유럽·중남미·아시아 등 약 12개국 고위 외교관과 관리들을 인터뷰한 결과, 그들의 진술에서 놀라운 '우연의 일치'를 발견했다. 트럼프 및 그의 팀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묘사해보라고 했더니 상당수가 '잠정적인 낙관론에서 시작해 경보가 뒤따르고,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에 이르는 회오리 치는(whirlwind) 여정'이라 말했다는 것이다. 좌절과 두려움은 지난 몇 주간 이어진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간의 호전적인 말 폭탄 전쟁에 이르러 특히 강렬해졌다고 WP는 지적했다. 
 
외교관들은 자국이나 주재국의 정책이나 정치에 대한 말을 삼가는 게 직업적 특성이긴 하지만 새 정권 초기에는 서로 팁이나 가십을 주고받곤 한다. 하지만 대사들은 최근까지도 트럼프 정부와의 난처한 관계 때문에 취임 10개월째인 지금까지도 강박적으로 이런 정보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한 외교관은 "(외교관들이 모이면) 우리는 항상 정부 내의 '누구랑 거래를 하나',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다루나'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가 트럼프를 실제로 봤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 주변에 몰려들어 "뭘 봤나?", "그가 뭐라고 했나?", "이방카가 거기 있었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표정은 어땠나?" 등의 질문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이방카 트럼프. "이방카 거기 있었어?"도 외교관들끼리 공유하는 질문 중 하나다.[AP=연합뉴스]

이방카 트럼프. "이방카 거기 있었어?"도 외교관들끼리 공유하는 질문 중 하나다.[AP=연합뉴스]

 
반면 일부 외교관들은 긍정적인 면에 집중했다. 로리 레픽 에스토니아 대사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난 여름 에스토니아 방문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지난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대미 외교 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들은 트럼프 시대를 환영했다. 가령 오바마 때 인권에 대한 비판과 정책 반대에 시달렸던 사우디 아라비아가 대표적이다. 
 
또, 래슬로 서보 신임 헝가리 대사도 양국의 무역이 "훌륭하며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극우 민족주의가 대두하면서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나라다. 오바마 정부 때 끊임없이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경고를 들었던 아프가니스탄 역시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과 가까운 나라가 됐다. 함둘라 모히브 아프간 대사는 트럼프 정부 고위급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채널이 있으며, 이번 여름 아프간 전쟁에 관한 논쟁이 격렬해지면서부터 거의 매일 백악관에 출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WP는 인터뷰 대상자의 대다수는 비판적이었으며, 익명으로만 솔직히 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이 트럼프 집무실과 백악관 비서진이 있는 '웨스트윙'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와 백악관·국무부·국방부 간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또 미국 정부 관료들이 외교관들에게 트럼프의 트윗이나 외교적인 말을 무시하라고 종종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트럼프의 트윗은 비즈니스 분야 협상에서 매우 강력할 수 있다고 일부 외교관들은 지적했다. 대통령의 트윗이나 외교적 수사만으로 이미 상대국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WP는 일부는 트럼프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어필을 하겠다고 나섰다면서 한국을 예로 들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학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6월 방미에서 "트럼프와 동기화(sync)하려 했으나 먹히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트럼프 외의 다른 사람들을 믿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완충장치'로 거론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을 예로 들면서다. 하지만 그는 "하지만 그들이 100% 막아줄 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왼쪽) 국방장관이 발언하는 트럼프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왼쪽) 국방장관이 발언하는 트럼프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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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의 난맥상 덕분에 외교관들의 전략은 여러 방향으로 진화했다. 일부는 민주당이나 공화당 등 의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전략을 세웠다. 일부는 아예 워싱턴은 완전히 피하면서 주지사와 직접 거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 정부와는 협상이 불가능해 보이는 기후 변화나 무역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한 외교관은 "처음엔 트럼프가 매력적이었지만 몇달이 지나자 워싱턴에서 난처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 배경음이 됐다"면서 "미국은 이전보다는 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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