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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과 달리 스톡홀름으로 갈 계획이다."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미국 시카고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처드 세일러 교수가 미국 시카고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밥 딜런과 달리 나는 스톡홀름으로 갈 계획이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리처드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소문대로 유머가 넘치는 학자였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대에서 마련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그는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팝가수 밥 딜런과 자신을 비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세일러 교수
시카고대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소감 밝혀
행동경제학을 완성단계로 끌어올린 석학

 
시종일관 여유 넘치는 말투였고, 표정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세일러 교수는 “새벽 4시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전화를 받느라 정말 푹 잤다(웃음)”면서 “스톡홀름 사람들이 ‘당신처럼 스웨덴 전화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현재 깨어있으니 앞으로 몇시간 동안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더라”고 말했다.
시카고대에서 마련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리처드 세일러 교수. [AFP=연합뉴스]

시카고대에서 마련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는 리처드 세일러 교수. [AFP=연합뉴스]

 
세일러 교수는 2008년 출간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넛지(nudge)』의 공동 저자다. 세일러 교수는 ‘넛지’ 경제학의 거두인 만큼 가벼운 행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람들이 중요한 일을 하게 만들고 싶으면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 된다”면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면 장애물을 제거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행동은 간혹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주류 경제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세일러 교수. 그는 “경제정책을 디자인할 때 사람들은 바쁘고, 정신없고, 게으르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가능한한 그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해줘야 사람들이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의 셀카에 응하고 있는 리처드 세일러 교수. [AFP=연합뉴스]

학생들의 셀카에 응하고 있는 리처드 세일러 교수. [AFP=연합뉴스]

 
세일러 교수는 금융의 세계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빅쇼트‘(2015)에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카지노의 블랙잭 테이블에서 배우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나왔다. 그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오늘의 노벨상은 2년전 영화출연 직후 ‘최고의 행동경제학상’을 수상하지 못한데 대한 실망을 조금이나마 보상해준 것”이라고 말해 또 한번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세일러 교수는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 전화를 통한 기자회견을 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받게 되는 거액의 상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것이냐, 인간적으로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가능한 한 비합리적으로 쓰겠다”고 답했다. 이후 시카고대가 마련한 기자회견에서는 “최대한 재미있는 곳에 쓰겠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리처드 세일러 교수. [AP=연합뉴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리처드 세일러 교수. [AP=연합뉴스]

 
한편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현실에 있는 심리학적 가정을 경제학적 의사결정 분석의 대상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49번째 노벨 경제학상을 세일러 교수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세일러 교수가 개인의 제한된 합리적 행동, 사회적 기호, 자기 통제 결여의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이 같은 인간의 특성이 개인의 의사결정과 시장 성과에 조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연구 결과로 입증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세일러 교수는 1945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났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를 졸업하고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과 경제학의 접경 부분을 파고드는 경제학의 한 학파다. 30여 년간 이론 체계를 갖췄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행태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합리성과 이기심으로 뭉친 경제적 인간을 전제로 한 주류 경제학에 한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비합리적 존재로 단정 짓지는 않는다. 경제주체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해 경제적 성과를 올리는 게 행동경제학이 지향하는 목표다.  
리처드 세일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건물내 자신의 설명이 담긴 벽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제원 시카고중앙일보 기자

리처드 세일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건물내 자신의 설명이 담긴 벽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제원 시카고중앙일보 기자

 
세일러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대중에게 쉽게 풀어내는 데도 관심을 가졌다.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다. 책에서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의 힘을 넛지로 새롭게 정의했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로 밖으로 튀는 소변량을 80%나 줄인 게 좋은 예다.
 
세일러 교수는 인간은 불완전하고, 판단과 선택을 할 때 실수와 오류를 저지르기 때문에 선택설계에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넛지』의 공동 저자인 캐스 서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9일 블룸버그 기고에서 “세계 수많은 정부 정책에 세일러 교수의 이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관료들이 그의 이론을 활용해 연금 기금을 늘리고, 빈곤을 줄이며, 일자리를 늘리고, 도로 안전부터 건강 증진까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일러 교수는 오는 12월 스웨덴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황금 메달과 상금 900만 크로나(약 12억6700만원)을 받는다. 노벨 경제학상은 68년 제정됐으며, 이번이 49번째 수상자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시카고대 프레스 컨퍼런스 동영상은 인터넷( https://livestream.com/accounts/2831368/events/7790433/videos/164005332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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