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6) 재취업 때 서두르면 의사결정 망쳐

기자
박영재 사진 박영재
채용정보 살피는 중장년 구직자들. [사진=연합뉴스]

채용정보 살피는 중장년 구직자들. [사진=연합뉴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고령화연구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69.2세(임금근로자 66세, 자영업자 71.8세)에 은퇴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16년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의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되었고, 올해부터는 전 사업장의 정년이 60세가 됐다. 그러나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53세에 직장에서 퇴직하고 있으며, 73세까지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에도 20년간을 어떤 형태로든 일하고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일의 양과 질이 나쁘다는 사실이다.

중장년 구직자의 절반 가까이가 미경험 분야 전직
시간과 여유 갖고 경력계획 명확히 세우는 것이 중요


 
55세에서 64세 사이의 퇴직자를 채용하는 기업의 특징을 보면 여성 직원과 대졸인력 비율이 낮은 회사였다. 주로 생산 관련 단순 노무직이거나 경비원· 환경미화원·주차관리원과 같은 사업시설 관리 업종에서 수요가 많았고, 생산직·주방보조원 등은 지원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퇴직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은 저숙련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쪼그리고 앉아 취업 정보를 보고 있는 구직자. [사진=연합뉴스]

쪼그리고 앉아 취업 정보를 보고 있는 구직자. [사진=연합뉴스]

 
50대에 퇴직한 이들이 퇴직 전 자신이 하던 일을 다른 곳에서 이어서 하기는 쉽지 않다. 전경련 산하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재취업에 성공한 40세 이상 중장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재취업 중장년의 직무이동 분석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주 경력 분야로 재취업한 경우는 51.5%, 미경험 분야로 전직한 경우는 48.5%로 조사됐다. 구직난이 심화하면서 경력에 상관없이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
 
 
원하는 전직, 원치 않는 전직 
 
사실 새로운 분야로 전직하는 경우는 크게 두 경우로 구분된다. 해오던 일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장래성이 없어 보여 새로운 경력을 개발하려는 자발적인 전직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나이 또는 주변 환경에 의해서 원치 않게 전직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노력이 심한 스트레스로 올 수 있다.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던가 경험을 쌓던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다. 
 
 
이력서. [사진=연합뉴스]

이력서. [사진=연합뉴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짧은 여행도 미리 철저하게 준비한다. 어디를 방문할 것이며, 어떤 교통편으로 숙소는 어디가 깨끗하고 저렴한지, 미리 동선을 짜고 불필요한 변수를 제거한다. 잠깐 다녀오는 여행도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는데,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에는 더욱 철저하고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 퇴직자들은 73세가 아니고 80세까지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서는 명확한 경력계획(Career Plan)과 목표를 세우는 것이 먼저다. 내가 이제까지 어떤 일을 해왔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탐색하고 분석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절대 서둘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계획을 세울 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용될 수 있다는 걸 알아두자.
 
내가 김도균씨를 만난 것은 2009년이었다. 당시 48세였던 그는 2008년 증권회사에서 명예퇴직했다. 회사를 나온 후 7개월여 동안 김도균 씨는 정말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빵집, 커피숍, 세탁소, 유명 도넛 체인점, 심지어는 불법이지만 약사를 고용한 대형 약국까지….  
 
김 씨는 영어학원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알아봤다. 체인점 본사에서는 자기네 영어교육시스템이 너무나 훌륭해서 실패확률이 거의 없고, 설사 실패해도 크게 잃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즉, 영어학원은 작은 자금을 투자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증금이 4000만 원 정도였고, 프랜차이즈 가맹비가 3000만 원 정도였다. 만일 실패한다 해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테니 잃는 것은 가맹비 3000만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설사 실패를 한다고 해도 잃는 것은 3000만 원이다. 나머지 자금은 지킬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Imageqoo]

[사진 Imageqoo]

 
당시 업계에서 알려진 영어학원 생존법이라는 게 있었다. 영어학원은 워낙 경쟁이 치열하고 대형화한 업종이어서 어느 정도 규모를 확보해야 경쟁력이 있다. 장소는 임대하기보다 330 정도를 분양받거나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 일반 빌딩의 5~6층은 생각만큼 비싸지 않고, 또 50%까지는 본사에서 융자를 알선해주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렇게 해서 임대료를 절약하고 다른 비용을 절약해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김 씨가 설명들은 내용은 정 반대 아닌가? 그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원하면 전문가를 소개해 줄테니 비교를 해 결정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 제안을 거절했다. 이유인 즉 체인점측에서 김 씨가 원하는 지역에 경쟁자가 많아 먼저 계약하는 사람에게 학원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후 김 씨는 학원을 오픈했으나 학원생 모집, 영어강사 문제, 본사와의 갈등 등으로 고생만 하다가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여유자금이 전부 그 학원으로 들어가 결국은 빈털터리로 가족과 함께 아버지가 있는 부산으로 귀향해야만 했다. 당시 그는 명예퇴직금 2억원에 본인 저축자금 1억원 등 총 3억 원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김도균씨를 만난 시점이 퇴직 직후였어도 비교해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내 제안을 거절했을지 꼽씹어 보곤 한다. 여유를 갖지 못하고 급하게 생각하게 되면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제작 현예슬]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