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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설마’가 통하지 않아야

김세정 런던 GRM Law 변호사

김세정 런던 GRM Law 변호사

고백하건대 아이가 아주 어릴 적 한국에서 키울 때 차에서 아이를 안고 가곤 했다. 아이는 카시트에 앉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억지로 앉히려 하면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 댔다. 겪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조그만 아이라도 격렬히 저항하면 그 의지를 꺾기란 쉽지 않다. 가뜩이나 안쓰러운 마음이 생기는데 주변에서 애가 저리 우는데 뭐 그럴 게 있느냐고 한마디 거들면 내 의지가 바로 꺾였다.
 

영국에서는 아이를 카시트에 안 태우면 꼼짝없이 처벌
안전을 위한 법은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지키는 게 중요

게다가 카시트를 사용하는 것은 꽤 성가신 일이다. 모든 차에 있는 게 아니니 다른 사람의 차를 탈 때는 설치부터 해야 한다. 카시트를 장착하고, 우는 아이를 태우고, 그동안 남들을 기다리게 해야 한다. 주변에 폐를 끼치는 번거로운 일인 것이다. 더구나 택시를 이용하면서 카시트를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행동의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설마 별일 없겠지 하는 생각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즉 안전불감증에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다. 나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사고란 일단 생기면 큰일이지만 그리 또 흔하게 생기지는 않는 것 아니던가. 그러니 적발되지만 않으면 된다.
 
최근 괌에서 한국인 부부가 아이를 차 안에 방치해 문제가 된 사건을 보고 든 생각인데, 자는 아이를 차에 두고 장을 보러 가는 상황 역시 그리 다르지 않지 싶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잠든 아이를 깨워야 하는 상황에서 살짝 가서 볼일을 보고 오고 싶은 유혹을 느껴 봤을 것이다. 만일 재우기 힘든 아이라면 유혹은 더 강하다. 겨우 재웠는데, 잠깐이면 되는데. 설마 무슨 일 있겠어. 그리고 한국에서는 사실 그리 해도 그리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사회도 있다.
 
어떤 영국 아버지가 두 살 난 아이를 자동차 뒷좌석의 카시트에 둔 채로 잠시 약국에 다녀왔다. 아이를 혼자 두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영국의 부모라고 해도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아버지는 ‘아동을 고의로 중대한 위험에 빠지게 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아이를 혼자 둔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게다가 약국 안에서도 주차된 차가 보이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를 계속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유죄 판결을 받았고, 아이가 부모로부터 격리돼 보호시설에 수용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 아버지는 항소를 해서 끝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재판에 소요된 시간만 1년 이상 걸렸다. 10분 동안 아이를 혼자 둔 대가다. 무죄로 결론이 났다 해도 이런 사건을 보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얻는 경각심은 크다. 아이를 잠깐 혼자 두었다고 해서 저토록 지난한 일을 겪어야 한다면 조심하지 않겠는가.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근본적이고도 바람직한 방법은 물론 꾸준한 안전교육을 통해 사회 전체가 올바른 습관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유혹에 넘어가는 것을 당장 막는 효과적인 방법은 법에 의한 강제이고 예외 없는 법적용이다. ‘설마’가 통하지 않을 때 이를 보면서 얻는 학습효과란 무시할 수 없다. 우리 아이도 영국에 오자 꼼짝없이 카시트에 앉게 되었다. 안 그러면 득달같이 달려와 처벌을 한다 하니 힘들어도 꼬박꼬박 카시트에 앉혔고, 결국 아이는 적응했다.
 
매우 위험한 행동임에도 한국에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은 꽤 많다.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것, 운전 중 모바일 기기를 조작하는 것,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을 탈 때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것 등 생각해 보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행위들을 규제하는 법규가 없는 것이 아닌데도 그렇다. 그러니 안전을 위한 법규는 만드는 것에 더해 예외 없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사고가 흔하게 생기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의 습관이 바뀌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귀찮고 번거롭겠지만 안전을 위한 일이다.
 
김세정 런던 GRM Law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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