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한국형 원전 유럽 수출길 연 날 깎아내린 여당

한국 표준형 원전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의 유럽 수출형 모델인 ‘EU-APR’이 유럽 진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9일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EUR 인증은 유럽 내 12개 국 14개 원전사업자로 구성된 유럽사업자협회가 유럽에 건설할 신형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검증하는 절차다.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는 건 한국이 EU-APR을 유럽 국가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세계 5번째 EU 인증 최종 통과
여당 ‘특허기술 보통’ 평가절하

울산광역시 울주군 새울원전본부에 위치한 신고리 3ㆍ4호기. 한국 표준형 원전 APR1400을 적용한 원전이다.[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울산광역시 울주군 새울원전본부에 위치한 신고리 3ㆍ4호기. 한국 표준형 원전 APR1400을 적용한 원전이다.[사진 한국수력원자력]

하지만 탈(脫)원전을 앞세운 정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데다 여당 의원은 한국형 원전의 기술력을 깎아 내리는 자료까지 냈다. APR1400은 2002년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원전이다. 설비용량 1400㎿에 설계수명은 60년이다.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한국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총 18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의 APR1400 원전 4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국의 첫 원전 수출이었다.
 
EU-APR은 이 APR1400을 유럽 안전기준에 맞춰 재설계한 것이다. 한수원과 한국전력기술·두산중공업 등 컨소시엄은 2011년 12월 EUR 인증 심사를 신청해 예비 평가를 진행했다. 2015년 11월 본심사가 시작됐고 2년 만에 최종 인증을 받았다. 이로써 한국은 프랑스·러시아·미국·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로 EUR 인증을 받은 나라가 됐다. 
 
탈원전 앞세운 정부는 미온적 반응 … 산업부, 유럽인증 자료배포도 안 해 
 
인증에 통과했다고 당장 수출 길이 열리는 건 아니다. 다만 수출 시장을 넓힐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신규 원전 수요가 증가하는 체코·스웨덴·폴란드 등이 후보 지역이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유럽뿐 아니라 EUR 요건을 요구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집트 등 주변 국가로도 수출이 가능해져 시장을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한국전력이 참여 의사를 타진 중인 영국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3.8GW 규모 원전 3기를 건설하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사업비만 150억 파운드(약 21조원)에 달한다. 당초 일본 도시바와 프랑스 엔지가 사업을 진행했지만 자금난으로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한전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영국 정부는 최근 한국형 모델인 APR1400으로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낭보에도 탈원전을 앞세운 정부의 반응은 애매하다. 이번 EUR 인증 소식은 한수원이 직접 전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원전 수출을 지원하겠다’던 백운규 산업부 장관의 발언이 무색하다. 13~15일 진행될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합숙토론을 앞두고 있어 ‘의도된 침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여당 의원은 APR1400의 기술력을 깎아 내리기에 나섰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국정감사 자료에서 APR1400이 보유한 특허의 양적·질적 수준 모두 ‘보통’ 정도라고 지적했다. 특허청의 ‘메가트렌드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APR1400에 담긴 기술이 탁월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APR1400을 적용한 신고리 5, 6호기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연합뉴스]

APR1400을 적용한 신고리 5, 6호기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연합뉴스]

 
이 보고서에서 APR1400의 설계기술 경쟁력은 ‘중’ 등급을 받았다. 미래 원전의 핵심으로 꼽히는 안전성 강화 기술은 ‘상’ 평가를 받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009년 UAE 수출 당시의 APR1400을 놓고 흠집 내기를 하고 있다”며 “이후 3대 미자립 기술을 국산화했고 개량을 거쳐 APR+까지 개발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국산 원전의 특허 피인용도와 주요 시장 확보율이 낮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익명을 원한 한 교수는 “원전 분야에서 한국은 후발 주자고 이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단계라 수치가 낮은 게 당연하다”며 “반도체는 처음부터 점유율 1위였느냐”고 말했다.
 
정범진 교수는 “수십 년간 축적해 겨우 선진국 수준에 올라선 원전 국산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며 “힘을 모아 원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할 판에 정부와 여당이 나서 수출길을 막는 꼴”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