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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이승엽 ‘아너룸’ … 속옷까지 600점 전시

대구시 중구 올포스킨 피부과 안에 마련된 이승엽 선수 아너룸. 지난해 대구를 찾은 일본 히로시마의사회 일행이 아너 룸을 찾아 이승엽 선수의 유니폼·모자·운동화 등을 보고 있다. [사진 올포스킨 피부과]

대구시 중구 올포스킨 피부과 안에 마련된 이승엽 선수 아너룸. 지난해 대구를 찾은 일본 히로시마의사회 일행이 아너 룸을 찾아 이승엽 선수의 유니폼·모자·운동화 등을 보고 있다. [사진 올포스킨 피부과]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메모리얼 룸’을 병원 안에 만들어 운영 중인 50대 피부과 의사가 있다.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홈런왕’ 베이브 루스 박물관처럼 이승엽 선수의 일대기를 한눈에 보여주는 미니 박물관이다.
 

대구 올포스킨 피부과 민복기 원장
해외에 나가 기념품 구입하기도
SNS 타고 입소문 나 방문객 늘어
“스포츠 스타 기념할 박물관 필요
자료 소중함 알리는 마중물 될 것”

주인공은 이승엽 선수가 1995년 프로 데뷔한 후부터 ‘이승엽 마니아’를 자처하는 대구시 중구 올포스킨 피부과 민복기(50) 원장. 그는 이 선수에게 메모리얼 룸 개관을 먼저 제안해 만들었다. 민 원장은 이 선수의 아버지를 통해 2000년 전후 이 선수와 알게 돼 친분을 쌓았다. 민 원장은 “우리나라에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스포츠 스타를 기념할 만한 스포츠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선수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평소 겸손한 이 선수는 처음엔 민 원장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고 한다. 동료들이 누리지 못한 메모리얼 룸 같은 영광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민 원장은 개인 물품 전시가 아니라 팬 서비스, 나아가 야구 관광 명소가 될 수도 있다고 계속 설득했다. 결국 이 선수는 사회에 봉사한다는 의미로 메모리얼 룸 만들기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민복기 원장(왼쪽)과 이승엽 선수. [사진 민복기]

민복기 원장(왼쪽)과 이승엽 선수. [사진 민복기]

이렇게 피부과 의사가 만든 메모리얼 룸은 병원을 확장 이전하는 때에 맞춰 2013년 공식적으로 병원 복도에 36㎡ 크기로 만들어졌다. 앞서 2011년 옛 병원 자리에서도 그는 이승엽 미니 기념관을 병원 한쪽에 따로 꾸며 소장품을 전시했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전시품은 박물관이 부럽지 않다. 이 선수가 사용해온 유니폼과 운동화 등 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2012년 한국시리즈 MVP를 받을 당시 사용한 1루수 글러브, 일본 요미우리 선수 시절 사용한 야구 배트·신발·선글라스, 국가대표와 한국시리즈 때 입은 유니폼·모자, 심지어 속옷·양말까지 메모리얼 룸을 채우고 있다. 600여 점의 물품 중 일본선수 시절 운동화와 시계·엽서·사인볼 등 절반 정도는 2000년 전후부터 민 원장이 직접 인터넷 경매나 이승엽 관련 물품 소장자를 찾아 다니며 발품 팔아 구입하거나 구한 것들이다. 일본 등 해외에 직접 나가서 구입한 것들도 있다. 나머지는 이 선수가 기증하거나 삼성라이온즈 타자인 대런 러프 선수 등 동료 선수들이 기증한 물품들이다.
 
메모리얼 룸은 작은 규모에다 피부과 안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타고 무료입장에 숨은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하루 100명 정도 인원이 관람하고 있다. 최근엔 이 선수의 은퇴 이슈가 더해지면서 관람객들이 더 늘었다.
 
민 원장은 오는 14일 이 선수 은퇴(10월 3일)에 맞춰 36번 등 번호가 쓰인 유니폼 등 새로운 물품들을 추가 전시할 예정이다. 민 원장은 “작지만 국내 스포츠 자료 보관의 소중함을 알리는 마중물이 되도록 메모리얼 룸을 잘 보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이승엽 선수의 예우 차원에서 최근 이승엽 메모리얼 룸 이름을 아너 룸으로 바꿨다. 살아있는 스포츠 스타인데, 추도 뜻이 있는 메모리얼(memorial)보다는 존경과 영광이라는 뜻이 담긴 아너(honour)가 맞다는 판단에서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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