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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머통령’이라 적는 ‘야민정음’…긍정적 일탈 될 수 있을까

“댕댕이 커여워.”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6일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이 문장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멍멍이(강아지)’를 ‘댕댕이’로, ‘귀여워’를 ‘커여워’로 바꿔 적었기 때문이다. 모양이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멍’ 대신 ‘댕’을, ‘귀’ 대신 ‘커’를 쓴 것이다.

 
'멍멍이(강아지)'를 '댕댕이'로 표현한 커뮤니티 글. [사진 디시인사이드 캡처]

'멍멍이(강아지)'를 '댕댕이'로 표현한 커뮤니티 글. [사진 디시인사이드 캡처]

 

이용자들은 이렇게 바꿔 적은 글을 ‘야민정음’이라고 부른다. 야구갤러리의 ‘야’에 ‘훈민정음’을 합친 말인데,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서 이렇게 글자를 바꿔 적는 행위가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야구갤러리 안에서 은어로 사용되다가 이용자가 늘면서 다른 커뮤니티 등으로 퍼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일부 단어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야민정음 이용자들은 단어에 구애받지 않고 모양만 비슷하면 다양하게 바꿔 적는다. ‘대전광역시’는 ‘머전팡역시’가 되고 ‘21세기’는 ‘리세기’가 된다. 사람 이름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ㄹ혜 전 머통령’으로, ‘유재석’은 ‘윾재석’이 된다.  
 
이런 현상은 코인노래방을 ‘코노’로 줄여 말하거나, 웃는 모습을 ‘ㅋㅋ’로 초성만 표현하는 등의 기존의 신조어 만들기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비슷하다는 이유로 글자 모양만 변형시켰다는 점에서 언어 파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알아듣지도 못하겠는 단어를 자기들 맘대로 바꿔서 쓰는 게 창조냐. 한글을 파괴하지 말라”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12월에는 대전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야민정음 사례를 모은 현수막을 만들었다가 한글 파괴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2015년 12월 대전대 학생들이 야민정음 사례를 모아 만든 현수막. '세종머앟'은 세종대왕, '괴꺼솟'은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을 야민정음 식으로 쓴 것이다. [사진 나무위키]

2015년 12월 대전대 학생들이 야민정음 사례를 모아 만든 현수막. '세종머앟'은 세종대왕, '괴꺼솟'은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다)을 야민정음 식으로 쓴 것이다. [사진 나무위키]

 

전문가들은 야민정음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고 평가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언어가 사상을 규정하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담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단순 언어유희만을 위해서라면 언어라는 사회적 약속을 깨는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박진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이런 일탈이 우리 문화를 더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야민정음이 저속한 단어를 표현하는 데 자주 쓰이는 등 우려스러운 점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표현들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고, 멍멍이를 바꾼 ‘댕댕이’ 같은 단어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어 향후에 표준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머통령'을 '대통령'을 뜻하는 'President'로 번역한 인터넷 번역기. [사진 구글번역기 캡처]

'머통령'을 '대통령'을 뜻하는 'President'로 번역한 인터넷 번역기. [사진 구글번역기 캡처]

 
이용자가 늘면서 야민정음의 일부 단어는 통·번역 서비스도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구글 번역기에 ‘머통령’을 입력하면 바로 ‘대통령’을 뜻하는 ‘President’로 번역된다. 이는 구글이나 네이버, 한글과컴퓨터 등 자동 통·번역을 지원하는 업체들이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대한 양의 단어들을 통번역에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머통령’ 등 일부 야민정음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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