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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달 한·중·일 순방 앞두고 전방위 ‘빅딜’ 공세

동맹 내세우며 통상 압박 … 레이건 스타일 좇는 미국
그야말로 파상 공세다. 올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당시 자동차·철강 분야의 무역 불균형을 제기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한 미국이 이번에는 백색 가전으로 공세 범위를 넓혔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일본에도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압박과 협상의 양면 전략으로 최대한의 실익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FTA 재협상에 세탁기 수출도 딴지
트럼프가 고관세 적용 최종 결정권
일본 쇠고기, 중국 지재권 앞세워
‘힘에 의한 통상’ 재연하려는 기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AP]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무역대표부(USTR)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마친 뒤 “다음 주 국회에 보고하고 (FTA 개정 협상) 절차 개시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은 지난 8월 1차 공동위에서 일단 FTA의 경제적 효과를 공동 분석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FTA 폐기’ 발언이 나오고 북한의 핵 도발이 이어지자 개정 협상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다음 날인 5일에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LG의 대형 세탁기 때문에 미국 산업이 피해를 봤다는 결정을 내렸다. FTA 관련 주무 부처인 USTR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한국 정부나 국내 기업 입장에선 설상가상인 셈이다.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쥐고 있다. 미 가전업체 월풀이 주장하는 대로 40%대 고관세를 적용할 수도 있고, 내년부터 한국 기업이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한 세탁기의 미국 수출길이 아예 막힐 수도 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협상 판을 최대로 키운 다음 이를 지렛대로 삼아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낸다는 트럼프 특유의 ‘빅딜’이 실체화된 것”이라며 “힘에 의한 외교·통상 정책을 앞세웠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만큼이나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상무장관, 일본은 농무장관이 압박
트럼프 행정부는 동북아 3국 순방에 앞서 주도면밀하게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통상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 분야를 관장하는 상무장관이, 일본은 농·축산품을 맡는 농무장관이 각각 무역 불균형 해소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입장에서 무역적자가 가장 큰 국가(3470억 달러)이며, 그다음은 일본(689억 달러)이다. 한국(277억 달러)은 8위다. 미국의 무역적자(7500만 달러) 가운데 59%가 한·중·일 3국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달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방중 시 동행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주요 교역국 중 보호주의 관행이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 해소돼야 할 ‘3대 과제’를 제시했다. 미국 기업에 더 많은 시장 접근 기회를 주고, 보호주의 무역 행동을 줄이며, 정보통신기술(ICT) 등 신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무역 굴기’를 주창한 중국은 13년 만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고 쌀 수입도 허용하는 등 슬그머니 유화책을 제시했다.
 
일본은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 퍼듀 장관은 워싱턴에서 “쇠고기나 돼지고기, 유제품 등의 분야에서 일본의 높은 관세를 내리고 장벽을 낮게 하고 싶다”며 “대통령 보좌관들에게도 그렇게 조언했다”고 말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미국은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의 냉동 쇠고기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미 행정부는 올 8월 일본 정부가 미국산 냉동 쇠고기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치(관세 38.5%→50%)를 발동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배기량(cc)과 차량 중량 기준인 일본의 자동차세 구조 역시 미국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USTR 대표, 80년대 일본과 ‘무역전쟁’
한·중·일 3국의 무역흑자 축소를 주장하는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신화=연합뉴스]

한·중·일 3국의 무역흑자 축소를 주장하는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신화=연합뉴스]

한국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전면에 나섰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983년부터 85년까지 레이건 행정부 USTR 부대표로 재직하며 신일본제철 등 일본 철강 업체를 대상으로 ‘자율적 생산 규제(감축)’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자율적 감축이 없을 경우에는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엄포를 놓는 등 협상 방식도 파괴적이다. 85년에는 일본산 자동차 수입 쿼터를 연간 250만 대로 제한했다. 이동복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USTR은 모든 수단을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FTA 개정 협상을 진행시킬 것”이라며 “자동차·철강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처럼 농·축산품, 중국과 유사하게 지식재산권, 그리고 스크린쿼터 등을 비롯한 각종 수입제한 역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이트하이저의 기용에서 보듯이 트럼프 행정부는 80년대 ‘레이건 혁명’의 적자임을 강하게 내세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승리했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미국은 다시 자랑스러워질 것”이라는 연설까지 했다. 자유주의 진영을 상대로 ‘강한 동맹’을 내세웠던 레이건 행정부는 한편으론 강한 통상 압박을 구사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84년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LG전자(당시 금성사)·대우전자 등 3개 업체가 생산한 브라운관 컬러 TV를 대상으로 15%의 반덤핑 관세를 부여했다. 88년에는 한국·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수퍼 301조’를 적용했다. 수퍼 301조는 의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만으로 무역 상대국에 보복 관세(15%)를 부과할 수 있는 고강도 압박 조치다.
 
강인수 교수는 “레이건의 통상 압박 기조를 복습해 보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올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도요타가 미국 공장 추가 투자를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일본이 80년대의 교훈에 따라 대응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무역흑자가 컸던 일본은 미국에 자본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국제수지 균형을 맞추려고 시도했다. 30여 년 만에 미국발 통상 압력의 태풍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 ITC 판정 직후 삼성전자·LG전자는 미국 내 가전공장 설립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풀은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먼저 일어난다고 김수영 시인은 읊었다. 정부와 기업 모두 신발 끈을 단단히 매야 할 때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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