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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주택 활용 어떻게…] 주택 다운사이징하거나 주택연금 가입할 만

노년층에 접어들기 전 주택 규모 줄여야 … 일본에선 젊은층과 함께 사는 홈셰어링 확산
 
우리나라의 신도시(택지개발지구)는 도심 접근성이 좋고 병·의원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고령자가 거주하는 데도 큰 불편이 없다. 사진은 서울 강남에 조성된 세곡지구.

우리나라의 신도시(택지개발지구)는 도심 접근성이 좋고 병·의원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고령자가 거주하는 데도 큰 불편이 없다. 사진은 서울 강남에 조성된 세곡지구.

예상과 달리 고령자들이 집을 매각하지 않거나 오히려 주택을 매입하는 건 노후에도 내 집에서 사는 게 여러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개 은퇴 직전의 자기 집 주거 환경이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경우가 많다. 이런 곳은 자녀 교육이나 직장 출퇴근이 편리한 도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고령자들이 자녀와 가깝게 지내거나 커뮤니티를 통한 인간관계를 지속해 나가는 데도 유리하다. 또 집값이 잘 떨어지지 않아 자산관리 측면에서도 좋다. 물론 이 같은 고령자들의 내 집 살기는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뒷받침돼야 한다. 소득은 없는데 무작정 내 집을 고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다운사이징을 권한다. 소유 주택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재무설계 관련 연구에서는 생애주기설을 근거로 노년층에 접어들기 전에 주택을 조기 다운사이징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자녀 교육과 결혼을 끝내 부부만 남았으니 집을 줄이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직장도 잃고 돈도 잃었는데 정든 주거환경마저 포기해야 한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럴 땐 주택연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주택연금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다달이 연금을 받기 때문에 주거 안정성과 자산의 유동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주택연금, 수요자에게 유리하게 설계
 
주택연금은 1가구 1주택을 보유한 만 60세 이상이 소유한 주택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제도다. 가입자 나이가 많을수록, 집값이 높을수록 지급액이 많아진다. 예컨대 3억짜리 집을 70세에 주택연금으로 가입하면 매월 97만원씩 죽을 때까지 받고, 5억짜리 집이면 162만원을 받는다. 특히 죽을 때까지, 배우자까지, 나라가 보증하는 연금이어서 인기가 높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주택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5942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1.8% 늘었다. 2007년 7월 출시 이후 10년 간 전체 가입자 수가 4만5371명에 달한다. 고령화로 이른바 ‘장수 리스크’가 불거진 상황에서 정해진 기한 없이 무제한 연금을 준다는 점이 큰 매력인 것이다. 주택연금 가입자 중 일정 기간(10~30년)만 연금을 주는 ‘확정혼합방식’을 선택한 사람이 1% 미만이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현재까지 가입한 사람의 99%가 ‘종신형’을 택했다.
 
가입 후 10년 간 연금을 더 많이 주고, 11년째부터 지급금이 70%로 줄어드는 ‘전후후박형’의 인기가 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입자의 72.8%가 ‘앞으로 10년 이상 더 살게 될 것’이란 판단에 매달 같은 금액을 보장하는 ‘정액형’을 골랐다. 이른바 ‘1+1 보장’처럼 부부가 동시에 노후 대책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주택연금의 장점이다. 부부 중 한 명이 만 60세 이상이면 소유 주택을 담보로 가입할 수 있는 역모기지론 상품인데, 시중에서는 비슷한 조건의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주택금융공사 권오훈 연금부장은 “요즘 어르신들이 본인 생각보다 오래 사는 경우가 많은데, 죽은 뒤 배우자 혼자 남아도 계속 연금을 준다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 주택연금 더 확대
 
주택연금은 정부가 보증하는 정책금융상품이어서 태생적으로 수요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 집값보다 아무리 많은 연금을 타 갔어도 죽은 뒤 상속인에게 차액을 물리지 않는다. 반면에 일찍 사망해 집값보다 적은 연금을 지급받은 경우에는 남은 돈을 자녀에게 상속해 준다. 가입자 입장에서 손해가 없는 구조다. 그러나 가입 전 가족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가입자가 사망하면 집 소유권을 배우자에게 이전해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지만 주택은 상속 재산이므로 상속인인 자녀들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따라서 가입 전에 반드시 가족과 상의하는 게 좋다.
 
주택연금 상담은 한국주택금융공사 전국 지사에서 받을 수 있다. 방문 상담 후 가입을 결정하면 신청 보증서를 가입자가 선택한 은행에 보내 연금 지급을 실행한다. 주택연금 가입 후 집값이 크게 뛰면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가입 시점에 딱 한 번만 주택가격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향후 변동된 집값을 반영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수령한 연금과 보증금 등을 반환하면 얼마든지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 다만 일단 해지하고 나면 같은 주택으로는 재가입이 불가능하다. 집을 팔고 다른 주택으로 이사했다면 주택연금에 다시 가입할 수 있다. 정부는 고령화 대책 및 노년 소비 진작의 일환으로 주택연금을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9억원(다주택은 합산)인 주택가격 상한 요건을 없애고 주거형 오피스텔도 가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 개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
 
10명 중 9명 “집 사이즈 축소 의사 있다”
 
사진 : ⓒgetty images bank

사진 : ⓒgetty images bank

집 크기를 줄여 노후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택 다운사이징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자녀 분가와 소득 감소로 주거 면적의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 고령자들은 과거 세대와 달리 여가와 사교활동 등으로 노후에도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노후자금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런 이유로 고령자들의 다운사이징이 당분간 유행할 것으로 내다본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87%가 작은 집을 찾고 있다는 부동산 회사의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10명 중 9명은 지금의 살림살이를 줄이기 위해 집 사이즈를 축소하려는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 다운사이징은 말처럼 쉽지 않다. 서명수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은 “살던 집을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시세가 매입가보다 떨어졌다면 손해 보기 싫어서, 올랐다면 더 오른 가격에 처분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선뜻 매매에 나서지 못하는 예도 많다”고 말했다. 주택 다운사이징을 준비 중이라면 매매 타이밍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다운사이징은 차익을 많이 남겨 노후자금을 확대할 수 있게 집값이 상승세일 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최근 몇 년 새 소형 주택이 큰 인기를 끌면서 소형 주택 가격이 많이 올라 다운사이징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도시(택지개발지구) 등지로의 이주도 고려할 만하다. 살던 곳을 떠나기가 쉽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신도시는 일본과는 달리 대부분 대규모인데다 계획 단계부터 도로·학교·병원 등의 기반·편의시설을 고려해 설계하므로 고령자가 거주하기에 큰 불편이 없다. 특히 대도시 인근 신도시의 경우 지하철 노선 연장 등을 통해 인접 도시로의 이동성도 확보하고 있는 게 장점이다. 이 팀장은 “예컨대 같은 전용면적 84㎡라도 서울 강남과 강남 인근 신도시의 집값이 큰 차이가 나므로 신도시로의 이주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큰 집 쪼개서 임대하는 방법도
 
은퇴 전에 미리 다운사이징을 할 때는 현재 경제력이 아닌 나이가 더 들었을 때의 경제력을 염두에 두고 집을 골라야 한다. 관리비 등 거주 비용을 국민연금이나 다른 연금 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운사이징으로 확보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미리 고민해야 한다. 특히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여유자금 운용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준비 없이 목돈을 손에 쥔 경우 한탕을 노리고 주식 등 위험자산에 손을 댔다가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다운사이징의 목표가 노후자금 확보이니 만큼 현금흐름이 나오는 즉시연금 등 금융상품이나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으로의 재투자 등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큰 집을 반으로 쪼개 임대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일본에선 고령자 혼자 살고 있는 집에 대학생 등 사회 초년생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 확산하고 있다[박스 기사 참고]. 우리나라도 최근 소규모 구조 변경을 통해 계속 살면서 집의 반을 임대하는 사업이 등장했다. 거주하던 곳에서 계속 살면서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으므로 역세권이거나 주변에 대학 등이 있다면 이런 홈셰어링도 고려할 만하다.
 
주택연금 개요
 
▶ 가입 연령 : 부부 중 한 사람만 만 60세 이상
▶ 대상 주택 : 주택 및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
▶ 주택 가격 : 9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 보유 주택 합산 가격이 9억원 이하인 다주택자
▶ 지급 유형 : 정액형, 전후후박형
▶ 대출 한도 : 5억원
▶ 인출 용도 : - 일반·우대형:주택 구입(사행성 및 사치오락성 이외 용도제한 없음)
-상환용:주택담보대출 상환용만 사용 가능
▶ 인출 한도 : -일반주택연금:대출한도의 50%
- 상환용: 50% 초과 70% 이내
- 우대용: 45% 이내
▶ 보증료율 : 초기보증료 1.5%(상환용은 1%), 연 보증료는 0.75%(상환용은 1%) 주택연금 개요
 
- 자료: 주택금융공사
 
[박스기사] 일본의 고령자 주택 활용법 - 고령자와 대학생 한 집에 거주
이시야마씨(오른쪽)는 미야모토씨의 옛날 자녀방에서 생활한다. / 사진 : 동양경제

이시야마씨(오른쪽)는 미야모토씨의 옛날 자녀방에서 생활한다. / 사진 : 동양경제

 
일본 도쿄 네리마(練馬)구의 주택가에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있는 미야모토 코이치(75)씨와 이시야마 타스쿠(24)씨. 이 둘은 올해 4월부터 함께 생활하고 있다. 혈연관계가 없는 두 사람을 엮어준 것은 시니어 세대 주택의 빈 방을 학생들에게 소개시켜 주는 특정비영리활동법인(NPO)의 ‘리브&리브(Live&Live)’의 ‘세대간 교류 홈셰어’ 덕분이다. 미야모토씨는 부모와 아내, 2명의 자녀와 함께 6명이 살았으나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자녀들은 독립했다. 5년 전, 치매를 앓던 아내가 특별요양노인양로원에 들어가 넓은 집에서 혼자 지내게 됐다. 그 후 리브&리브의 이시하시 후사코 대표를 알게 되어 방을 제공하고 있다.
 
미야모토씨는 “지금까지 4명의 학생이 거쳐 갔다”며 “다른 세대와 지내면서 새로운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알게 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가까이서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들고, 동거하는 학생 덕분에 위험한 순간을 모면한 일도 있었다. 학생 측은 리브&리브 입회비 2만엔 외에 매월 생활비 2만엔과 회비 3000엔을 부담한다. 아파트나 일반 셰어하우스에 비해 저렴해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생활비를 절약하려던 이시야마씨에게는 딱 맞는 조건이었다. NPO 이시하시 대표는 “도쿄에서 공부하고 싶어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하는 지방 학생도 있다”며 “그러한 학생에게 가능성을 넓혀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고령자와 학생을 무작정 연결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리브&리브에서는 고령자와 학생 쌍방이 반드시 면접을 실시한다. 두 사람이 궁합이 잘 맞아 보이면 소개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은 개별적으로 상담을 실시해 서로에 대한 사소한 요구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시하시 대표는 “노인 중에는 자신의 집에 친척이나 친한 지인 이외는 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하지만 홈셰어링을 통해 자신의 세계가 넓어졌다고 말하는 고령자가 많다”고 말했다. 미야모토씨도 이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넓은 집의 활용법으로 젊은 세대와의 동거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있을 법한 일”이라고 전했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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