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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의 실버주택 현황은] 국내 공공실버주택은 이제 걸음마 단계

일본은 중앙정부가 실버주택 공급 지원...미국은 은퇴자 주거단지 확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9월 12일 오후 경기 성남 위례공공실버주택에 위치한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9월 12일 오후 경기 성남 위례공공실버주택에 위치한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연금 포함 월 수입이 15만엔 정도인 한 여성은 홀로 살고 있는데 치매 탓에 월세를 체납해 살 곳을 잃게 됐다. 일반적인 임대주택은 빌릴 수 없어 사다카쥬를 찾아보았지만 치매 증상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적당한 거처를 발견할 수 없었다. 마침내 다다른 곳은 사이타마현 북부의 산골짜기에 있는 사다카쥬였다. 방문진료 등 의료체제가 잘돼 있었고, 식비 등을 포함해도 월 12만엔이면 입소할 수 있었다. 이 여성의 수입으로 충분히 지불이 가능해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이 여성의 거처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한 매너저는 “특히 치매 환자의 경우 집주인이 임대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민간 임대주택을 빌리기 힘들다”며 “그러한 의미에서 사다카쥬는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치매 환자에게 사다카쥬 제도 유리
 
일본에서 고령자의 거주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자 대상 주택인 이른바 ‘사다카쥬’다. 사다카쥬는 고령자의 안부 확인과 생활상담 서비스가 제공되는, 한국으로 치면 이른바 공공실버주택이다. 일본에는 2011년 사다카쥬가 제도화돼 최근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20만가구 이상이 공급됐으며 당분간 공급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사다카쥬 건설을 일본 국토교통성이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보조금을 확 늘렸다. 국토교통성은 과거 1가구를 공급하는 데 100만엔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지난해부터는 150만엔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사다카쥬는 입소비(노인양로원에 최초 입주 때 내는 일종의 보증금)가 없고, 월세 개념으로 정액 요금만 낸다.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비용이 저렴한 편이어서 고령자에게 인기가 많다. 미국도 고령자를 위한 주거 시설이 잘 갖춰진 편이다. 미국의 실버타운은 1960년대 남서부 지역에 처음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최근 고령층에게 인기가 많은 실버주택은 이른바 ‘은퇴자 주거단지(CCRC)’로 질병예방센터·복지회관·의료기관·스포츠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마련돼 있는 공간이다.
 
CCRC는 현재 미국 전역에 3000여개가 개발돼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CCRC는 애리조나주에 자리한 ‘선시티’로 대지 3560여 ㎡에 4만2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는 병원·수영장·골프장·경찰서 등 편의시설이 구비돼 있다. 하지만 한국의 실버주택 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실버주택은 1989년 도입됐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실버주택은 이제 막 선보이고 있다. 9월 1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공공실버주택을 찾아 “미래 세대인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주거복지 확대뿐만 아니라 고령사회에 대비해 저소득층 어르신을 위한 공공임대주택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 차원이 아닌 세종시·울산시 등 지방정부 중심으로 소규모의 공공실버주택을 공급하는 수준이었다.
 
국토부는 우선 내년부터 2022년까지 공공실버주택을 5만 가구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성남 위례·목련 등이 입주를 마쳤고 경기 수원, 울산 동구, 부산 구포 등지에서 1346가구가 착공했다. 올해에는 시흥·옹진·보령·제천 등 11곳에서 1070가구를 건설한다. 이들 단지는 곧 공사에 들어가 2019년께 입주할 예정이다. 복지시설과 임대주택을 복합 건설하거나 복지시설이 인접한 곳에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지자체·비정부기구(NGO) 등을 활용해 복지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또 노후한 주택 시설을 리모델링·재건축하고 기존 주택을 임차에 저렴하게 재공급하는 고령자 전세임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어르신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집안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예방이 중요하다”며 “문턱 제거, 안전손잡이, 높낮이 조절 세면대 등 부장애 설계를 확대 도입하고 어르신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도 적극 도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준주택인 실버주택, 재산권 보호장치 사실상 없어
 
그렇다고 민간이 개발·공급한 실버주택이 많은 것도 아니다. 전국의 민간 실버주택은 6000가구에 못 미친다. 그나마 고령 층에 외면 받으면서 10% 이상 비어 있다. 실버주택이 실버세대에게 외면당하는 데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실버주택은 관련 법상 주택이 아닌 노인복지시설로 분류된다. 주택법 적용 대상이 아닌 ‘준주택’이라 주택 분양 때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개발 업체의 부도나 공사 중단 때 계약·중도금을 보호받을 길이 없다. 대출 제약도 있다. 분양보증을 받는 일반 주택(60%)과 달리 집값의 30% 정도만 대출 받을 수 있고 이자도 더 비싸다. 자산 가치도 낮다. 일반주택은 감정평가액이 시세의 80% 수준인데 실버주택은 50% 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엄격한 입주 제한(만 60세 이상)도 걸림돌이다. 예컨대 입주자가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망해도 자식이 입주할 수 없고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빈집의 관리비만 내기도 한다. ‘노인만 모여 사는 구조’를 꺼리는 탓도 있다. 임대료·관리비도 비싸다. 요즘 나오는 실버주택은 대개 보증금이 수억원인 전용면적 85㎡ 이상 중대형이거나 호화시설을 핑계로 관리비가 비싼 단지가 대부분이다. 개발 업체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실상 정부는 뒷짐만 지고 민간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관리·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버주택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실버주택을 ‘집’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준주택이라 재산권 보호장치가 사실성 전무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분양보증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준주택인 오피스텔은 2014년 8월부터 분양보증(주택도시보증공사) 대상에 포함됐다. 계약·중도금 보호는 물론 대출 한도와 이자도 일반주택과 같다. 권 교수는 “준주택(건축법)이 아니라 일반 아파트처럼 주택법을 적용하면 재산권 보호나 자산 가치 하락 같은 대부분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노인만 모여 사는 구조’에 대한 거부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전과 달리 요즘 실버세대는 퇴직 후에도 왕성한 경제·여가활동을 즐기며 생동감 있는 생활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젊은층과 함께 ‘젊게 살겠다’는 욕구가 크다.
 
일반 아파트 단지 안에 실버세대를 위한 물량을 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부동산개발업체인 네오밸류의 손지호 대표는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처럼 아예 일정 물량을 실버세대를 위해 배정하거나 아파트 단지 내 1~2개 동에 노인특화설계를 도입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은 필수다. 미국은 민간 업체가 실버주택을 지으면 최장 40년 간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 일본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면적) 완화 등으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내에선 실버주택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완공 후 운영 실태 등을 제대로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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