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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 부패한 채 발견된 시신…고독사 뒤에 오는 것들

 
고독사.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음에 이르러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된 경우를 말하는 용어입니다. 물론 ‘고독’이 사망원인은 아닙니다. 고독사 역시 공식적인 법률·행정 용어는 아니고 사회통념적으로 쓰이는 말일 뿐입니다. 국내외에서 이 같은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로는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적 원인이 주로 꼽힙니다. 그런 죽음 뒤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고보면 모있는 기한 계뉴스]가 지구 건너편에서 포착된 고독사의 서글픈 현장을 전해드립니다.
 
"이웃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2014년 7월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퀸스의 한 아파트에서 “이웃집에서 악취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잠긴 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 카페트에 비대한 몸뚱이 하나가 엎어져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이라 시신은 많이 부패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남자가 숨진 지 며칠 지났다고 추정했습니다.  
조지 벨 소유의 아파트를 둘러보며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검시관. [사진 뉴욕타임스]

조지 벨 소유의 아파트를 둘러보며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검시관. [사진 뉴욕타임스]

 
아파트 소유주는 조지 벨이라는 이름의 남성. 상식적으로 죽은 사람이 벨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릅니다. 벨이 마지막으로 이웃에 목격된 건 엿새 전이었습니다. 시신은 홀로 죽은 벨일 수도, 벨이 비운 집에 어쩌다 옮겨진 제3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 시신은 이제 어떻게 처리될까요. 그 과정을 뉴욕타임스(NYT)의 2015년 10월17일자 기획기사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먼저 알려드리자면 과정이 참 복잡하고 오래 걸립니다. 주민등록증 등 국가 차원에서 신원 관리체계가 철저한 한국과 차이가 있어서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글을 읽고나면 만약을 대비해 신분증과 유언장 정도는 챙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냉동서랍에서 기다리는 시신 
일단 경찰은 시신의 신원을 확인해 줄 이를 찾습니다. 아파트를 뒤져서 전화번호가 발견되면 있는대로 전화를 돌려봅니다. 85%의 경우 그렇게 가족이나 친지에게 연락이 닿습니다. 불행히도 벨(로 추정되는 남성)에게선 그런 수첩도, 휴대전화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시신은 운구 파우치에 담겨 퀸스 병원 센터의 시립 영안실로 이송됩니다. 100여개의 냉동 서랍 중 한 칸에 시신이 보관되는 동안 경찰은 연고자를 계속 탐문합니다. 90%는 친척이나 친구가 나타나 신원이 확인되고 장례도 이내 치러집니다. 불행히도 벨(로 추정되는 남성)은 나머지 10%에 속했습니다.
 
조지 벨 소유의 아파트 부엌은 오래동안 관리가 안 돼 각종 잡동사니가 방치돼 있었고 가스 오븐은 얼룩으로 지저분했다. [사진 뉴욕타임스]

조지 벨 소유의 아파트 부엌은 오래동안 관리가 안 돼 각종 잡동사니가 방치돼 있었고 가스 오븐은 얼룩으로 지저분했다. [사진 뉴욕타임스]

신원 확인의 가장 쉬운 방법은 지문 확인입니다. 이걸로 안 되면 치아나 의료 기록, DNA 테스트로 나아갑니다. 본뜬 지문은 시, 주, 연방 정부로 보내집니다.
 
9일이 흘렀지만 아무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무연고 사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검시관은 퀸스 카운티 사무실에 보고합니다. 유산 관련 업무를 처리해줄 공공행정관을 지정하기 위해서입니다. 퀸스에만 이런 업무를 하는 공공행정관이 15명이고 연간 1500건 정도를 처리합니다. 유산이라고 해봤자 대개가 500달러(약 56만원) 미만이지만 어떤 이는 수백만 달러를 남기기도 합니다. 액수가 크면 처분하는 데 1~2년씩 걸립니다. 유산을 확인·배분하기 위해서라도 신원 확인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쓰레기 헤집으며 신원 단서 찾아보지만…
검시관은 의료기록 조회를 위해 벨의 자택 인근 병원들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제일 가까운 곳부터 반경을 키워가며 벨이 생전에 한번이라도 들렀는지 묻습니다.
 
또 다른 조사관들은 고인의 거주지를 방문합니다. 시신 발견 후 출입이 통제됐던 집은 쓰레기장에 가깝습니다. 부엌에는 음식물쓰레기와 기간이 지난 복권, 쇼핑 영수증 등이 뒹굴고 있습니다. 여름날 악취가 풍기는 잡동사니를 파헤치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조사관 일을 하려면 어떤 자질이 요구되느냐”라는 질문에 “이런 역겨운 일을 참아낼 수 있으면 된다”는 답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조사관들은 짝을 지어 일합니다. 단독 작업 때 혹시라도 고인의 유품을 훔치거나 훼손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이 찾는 건 유언장이나 금융서류, 주소록, 휴대전화 따위입니다. 간단한 귀중품은 그 자리에서 수거합니다. 서랍에서 나온 현금 3만 달러, 롤렉스 시계 등입니다. 중저가 브랜드인 ‘렐릭’의 은색 시계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컴퓨터, 신용카드 등은 결국 발견 못했습니다. 다만 몇장의 사진과 크리스마스 카드 등 벨과 친분 있는 사람들을 확인할 단서는 구했습니다.
어지럽게 방치된 화장실 모습.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전등 꾸러미도 나왔다. [사진 뉴욕타임스]

어지럽게 방치된 화장실 모습.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크리스마스 전등 꾸러미도 나왔다. [사진 뉴욕타임스]

 
7월28일, 의사의 소견이 나왔습니다. 사인은 고혈압 및 동맥 경화 심혈관 질환이며 비만이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리고 조사관이 11번째 전화한 병원에서 벨의 내원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004년 벨이 이곳에서 찍은 흉부 X레이와 시신의 X레이를 대조한 결과 죽은 사람이 조지 벨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72세. 시신이 발견된 지 4개월 만이었습니다.  
 
시신은 화장하고 유품은 경매 
신원이 확인되면 드디어 시신을 화장(火葬)할 수 있습니다. 신원 미확인 시신은 매장은 가능해도 화장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재 관에 들어간 시신은 절차를 거쳐 한줌의 재로 변합니다. 인수할 유족이 없을 경우 유골은 공동 안치소로 갑니다. 벨은 그렇게 시립 공동 안치소에서 영원한 잠자리를 얻었습니다.  
 
남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산 처분입니다. 시가 의뢰한 청소업체 인부들이 고인이 살았던 아파트 내부를 철거·정리합니다. 대부분 쓰레기장으로 가지만 어떤 것들은 청소하면서 자신들이 챙깁니다. 벨이 생전에 아꼈을 마릴린 먼로 도자기 접시, 나이키 양말 세트, 큼직한 장화가 이렇게 인부들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앞서 조사관들이 수거했던 값비싼 유품들은 경매에 부쳐집니다. 2005년식 도요타 자동차, 롤렉스 시계 등이 경매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았습니다. 벨의 아파트는 감정 결과 21만9000달러(약 2억4800만원)로 평가됐습니다. 아파트값과 보험, 자동차와 시계 경매가가 더해져서 총 자산은 32만4000달러(약 3억6700만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뉴욕 시 및 행정관 수수료, 장례비, 청소비, 경매 비용 등을 떼내니 26만4000달러가 남았습니다. 고인의 유언장이나 혈연 관계에 따라 상속인에게 넘겨질 돈입니다.
한줌 재로 돌아간 조지 벨은 뉴욕 퀸스의 공공 유골보관소 한쪽에 이름표를 달고 안치됐다. [사진 뉴욕타임스]

한줌 재로 돌아간 조지 벨은 뉴욕 퀸스의 공공 유골보관소 한쪽에 이름표를 달고 안치됐다. [사진 뉴욕타임스]

 
대도시 1인 가구 전체 40% 넘어  
NYT 보도에 따르면 연간 뉴욕시 사망자는 5만여명. 이 중 벨 같은 고독사가 몇 명이나 되는지 정확한 집계는 없습니다. 2000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뉴욕시 인구(약 840만명)의 32%가 1인 가구였습니다. 현재 비율은 훨씬 높을 것입니다. 일본 도쿄의 경우 1인 가구가 1995년 25%에서 2010년 32%로 껑충 뛰었습니다. 지난해 뉴욕, 도쿄와 런던·파리 등 유럽 주요 대도시의 1인 가구 비중이 이미 40%대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갈수록 고독사 위험성 또한 늘어갈 것입니다.  
 
게다가 고령의 1인 가구, 소위 ‘독거노인’은 빈곤율 또한 높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6년 국민생활기초조사를 바탕으로 한 65세 이상 노인가구 분석연구에 따르면 1인가구의 빈곤율이 유독 높았습니다. 여성 1인가구는 56.2%, 남성 1인가구는 36.3%가 기준 생활 수준에 미달하는 빈곤가구로 파악됐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이 포함된 전체 가구의 빈곤율은 평균 27.0%.)
 
개인화, 정보기술(IT)을 비롯한 소통수단 발달, 남녀평등 의식 확대, 고령화로 인한 이혼·사별 증가 등 1인 가구 증가 원인으론 여럿이 꼽힙니다. 하지만 사람이 이 세상에 나홀로 태어나지 않는 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 전체가 가족과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NYT 탐문에 따르면 뉴욕 시내 이사업체에서 일했던 벨은 1996년 어깨를 다친 뒤 더 이상 일을 못하고 장애인수당 및 연금 등을 받으며 생활했습니다. 결혼은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동네 펍에서 술 한잔 마시는 게 취미였다고 하지만 끈끈한 친구는 없었습니다.
 
“그는 절간처럼 조용히 살았어요. 정기적으로 벨이 울렸는데 배달음식이 오는 소리 같았어요.” 한 이웃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죽기 30년 전, 40대 시절 작성된 벨의 유언장엔 다섯 사람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먼 친척 조카와 한때 어울렸던 친구들, 그리고 한때 사귀었다 파혼한 여성 등입니다. 대부분은 최근 몇 년간 벨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벨의 유산 26만4000달러(약 2억9800만원)를 나눠주겠다고 통보했을 때, 아무도 사양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알쓸박스 - "고독사 막아라" 일본에서 뜨는 틈새시장
 
 
최근 일본에선 쓰레기장에 버려진 서랍장 속에서 2000만엔(약 2억180만원)에 이르는 돈다발이 발견돼 화제가 됐다. 유사 사례에서 추정해볼 때 이 돈다발은 홀로 살다가 사망한 1인 가구 집에서 나온 폐기물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1인 가구가 사망하면 재산 정리 절차를 통해 집이 상속되는데, 이 집을 철거·정리하는 과정에서 ‘장롱 예금’이 든 서랍장까지 쓰레기장으로 휩쓸려가는 식이다. 고인의 재산이 얼마인지 또 어떻게 관리해왔는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1인 가구의 임종(臨終)을 준비하는 활동, 즉 ‘슈카쓰(終活)’를 돕는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신원보증과 간병부터 화장·납골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생전에 계약해 놓는 것이다. ‘고독사보험’이라는 금융상품도 나왔다. 독거노인이 임대주택에서 홀로 사망할 경우 이를 정리해주고 세입자가 비는 동안 집주인의 손실 등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고독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 차원의 대비도 활발하다. 평소 요금체납 가정이나 홀로 사는 가정에 대한 정보를 확보했다가 복지 공무원이 정기적으로 이들 가구를 방문한다. 우편·신문 배달원, 전기·가스 검침원이 고독사 관련 징후를 감지할 경우 곧바로 신고하는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정보통신(IT)과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관리 서비스도 생겨났다. 의뢰인은 매일 몸무게·혈압 등 의학 데이터를 보내고 상담을 하는데 연속 사흘 동안 데이터가 안 오면 회사가 연락에 나선다. 고객 집에 설치된 자동 모션 센서에 일정 기간 아무 움직임이 없어도 연락망이 가동된다.
 
국내에서도 지난 7월 서울 용산구가 한국 야쿠르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배달원들이 주 3회씩 1인 고령 가구를 방문해 음료를 전달하면서 안부를 확인하는 사업을 시작하는 등 지자체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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